영화 '외계+인'의 배우 김태리[사진=매니지먼트mmm]

영화 '외계+인'의 '이안'은 630년 전 고려 말에 권총을 들고 다니는 정체 모를 여인이다. '천둥 쏘는 처자'로 불리며 유명세를 타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타고난 담력과 수준급 무술 실력의 소유자로 소문 속 신검을 찾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을 누비던 '이안'은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나타나자 누구보다 빠르게 신검을 찾기 위해 나선다. 

최동훈 감독은 '이안'을 두고 단박에 배우 김태리를 떠올렸다. 이따금 시간을 정지시키는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그가 과거를 배경으로 권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니 '이안'의 캐릭터가 금세 정돈되었다. 

김태리는 최동훈 감독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주었다. 고려 시대 복장을 하고 한 손에는 권총을 들며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은 '이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소년과 소녀가 만나 지구를 구한다. 그런데 아무도 모른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 감독님께서 제게 해주신 이야기예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그런데 이 소년과 소녀가 류준열과 김태리라니! 신이 났죠. 감독님과 이야기하면 참 재미있는 게 상상력이 막 쏟아져요. 이야기를 듣다가 '어? 그럼 이렇게 이어지겠네요!'라고 하면 '그렇지' 하시다가도 '또 이런 것도 있어'하고 술술 늘어놓으세요. 시나리오를 받기 전부터 '외계+인'에 푹 빠져있었어요." 

영화 '외계+인'의 배우 김태리[사진=매니지먼트mmm]


그는 "기발한 콘셉트와 이야기가 완벽하게 엮여 있어 마음이 끌렸다"라고 털어놓았다. 그 엮음 새가 퍽 마음에 찼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마음이 간지럽더라고요. 시나리오를 읽고 머리로 상상했던 것들이 실현되다니! 심지어 시나리오를 뛰어넘어버리다니! 그런 점들이 가슴을 간지럽게 만든 것 같아요." 

'이안'은 준비할 게 많은 캐릭터였다. 총격 액션이 뛰어나야 했고 인물의 심리나 내면도 단단하게 다져놓아야 했다. 비밀을 쥔 캐릭터인 만큼 전부 드러내지 않되 1부와 2부의 연결고리로 실마리를 남겨놓아야 했으니 골머리를 앓을 만했다. 

"'미스터 선샤인' 이후 총격 액션을 계속 연습했다면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요. 한참 (총격 액션을) 할 때보다 어색해졌어요. 와이어 액션도 정말 재밌었는데요. 저만 많이 안 태워주시더라고요! 그래도 2부에는 조금 더 있어요. 기대 많이 해주세요!" 

김태리는 '외계+인' 현장을 두고 "연기 외에는 모든 게 즐거웠다"라고 말했다. 밝고 즐거운 현장이었지만 '연기'는 그를 괴롭게 만들었다는 부연이었다.

"'이안'이는 굉장히 큰 사람이에요.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인데 제가 어떤 식으로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내가 어떻게 연기해야 '이안'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가 마음이 작은 사람처럼 비치지 않기를 바랐어요. 일반적인 접근이 안 되는 거지! 그럼 일반적이지 않으면 내가 뭘 할 수 있지? 구체적이지 않은 생각들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나중에 답을 찾았던 건 이들의 관계였어요. 그 속에서 답을 찾았죠." 

김태리는 '가드'와 '썬더'의 보살핌을 받던 어린 '이안'의 흐름을 이어받아 성인 '이안'의 감정을 그려내야 했다. 그는 아역 배우 최유리의 연기를 극찬하며 "나와 꼭 닮았다"라고 말했다. 

"유리에게서 문득문득 제 얼굴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놀랐어요. 처음 어린 '이안' 역에 유리가 캐스팅되었을 때 '저랑 하나도 안 닮았는데요?'라고 말했었는데 연기하는 걸 보니 정말 닮은 거예요! 그게 참 좋았어요." 

영화 '외계+인' 스틸컷[사진=CJ ENM]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는 어린 '이안'의 존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어린 '이안'과 성인 '이안'의 간극 때문이었다. 

"어린 '이안'이 나온 뒤 성인 '이안'이 나오는데 두 사람의 성격 간극을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고요. 감독님께 '유리의 연기를 따라 해야 할까요? 어떤 교집합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물으니 '아니라'라고 하셨어요. 감독님께서 말하시길 '영화란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유리가 영화 초반 쌓아놓은 걸 물려받는 거라면서요. 같은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그 아이와 저를 동일인물로 본다고요. 감독님의 말을 듣고 방점만 찍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그는 최동훈 감독과 호흡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자기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스럽다"라고 운을 떼며 응원해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최동훈 감독님은 정말 자기 일을 사랑해요. 같이 춤추고 박수 쳐주고 싶게끔 만드는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모두 다른 스타일의 감독님과 작업했는데 최 감독님은 함께 놀고 춤출 수 있는 있도록 만드는 거 같아요. 그게 특장점이죠. 저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고 또 사용해주시는 게 정말 좋았어요." 

영화 '외계+인'의 배우 김태리[사진=매니지먼트mmm]


김태리는 계속해서 성장한다. 그는 자신을 두고 "고통을 직면하고 이겨내는 타입"이라고 말했다. 

"저는요 고통을 회피하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 어떤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답을 찾은 후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죠. 소금도 뿌려보고 불에도 태워보고 물에도 넣어보고. 그렇게 계속 고민하다 보면 어떤 방식으로든 답이 나와요. 설령 정답이 아닐지라도 그 고민과 싸우기 전과 후의 저는 반드시 달라요." 

김태리는 박찬욱 감독(영화 '아가씨')을 시작으로 임순례 감독(영화 '리틀 포레스트'), 장준환 감독(영화 '1987'), 조성희 감독(영화 '승리호') 등 유명 감독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는 유명 감독들이 자신을 찾는 이유는 "공들인 필모그래피(작품 목록)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들여 쌓아 온 저의 작품 때문인 거 같아요. 그게 저의 큰 메리트 아닐까요? 그리고 저를 만나 본 사람이라면요. 저를 싫어하기가 어려워요. 안 만나보고 싫어할 수는 있는데 만나서 1시간이라도 이야기를 나누면 싫어할 수가 없어요! 하하하. 저는 그런 데서 자신감이 있어요." 

영화 '외계+인'의 배우 김태리[사진=매니지먼트mmm]


앞서 말한 것처럼 김태리는 착실하게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아가씨'부터 '리틀 포레스트' '1987' '승리호'까지 작품성과 흥행을 꽉 잡으며 믿고 보는 충무로 스타로 거듭났다. 앞으로 그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까? 

"원래 좋은 글과 좋은 감독님이 첫 번째였어요. 근데 필모그래피가 조금씩 쌓이다 보니 소속사 입장에서 지향하는 캐릭터, 장르가 생기더라고요. 큰 건 아니고 '이번엔 액션 했네. 청춘물은 안 해봤네. 그럼 청춘물을 찾아보자' 같은 느낌이죠. 실제로 '스물다섯스물하나'(2022)도 그렇게 만났고요. 다행히 회사와 제가 원하는 결이 늘 비슷해요. 지금 끌리는 거요? 진한 멜로! 근데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지금 당장은 제가 잘 못해낼 것 같아요. 그래도 한두 작품 더 하고 나서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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