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왼쪽)이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사진=대만 총통부·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마크 리우 회장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펠로시 의장 방문을 계기로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대만이 미국 쪽으로 바짝 다가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는 커젠밍 민주진보당(민진당) 의원이 펠로시 의장과 리우 회장이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커 의원은 주요 대화 의제는 지난주 미국 의회 문턱을 넘은 '반도체 및 과학법'이라고 했다.
 
이번 만남이 대면 만남인지 화상을 통한 만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닛케이아시아는 전했다. TSMC는 해당 사안에 대해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다.
 
아울러 펠로시 의장은 같은 날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주최한 오찬에서 모리스창 TSMC 창업주를 비롯한 대만 반도체 업계 주요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대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및 과학법 통과가 “미국·대만 간 경제 협력을 위한 좋은 기회”라며 환영했다. 이어 “반도체 및 과학법 통과는 우리가 더 나은 경제 교류를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며 “우리 관계를 확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및 과학법’은 미국을 반도체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약 52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보조금을 미국 내 반도체 공장 등에 제공하는 내용이 골자다. 문제는 법안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은 중국 등 비우호 국가에서 향후 10년간 28나노미터보다 앞선 반도체 생산시설을 확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반하거나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보조금 전액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추가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TSMC가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보조금을 받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에는 없어서는 안 될 주요 기업이다. 미국 F-35 전투기, 자벨린 미사일 등 군사 무기를 비롯해 미국 주요 연구소의 슈퍼컴퓨터 등에는 TSMC가 제조한 반도체가 사용된다. 애플 등 미국 주요 IT 기업들도 TSMC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은 대만이 중국 영토로 편입되면 중국이 TSMC를 장악하게 되고, 결국 미·중 반도체 경쟁에서 미국이 필패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WP는 “미국은 TSMC에 대한 의존도를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와 정부가 TSMC에 대해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도록 압력을 가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떠난 후 또 다른 반도체 강국인 한국으로 향하는 이유 역시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리우 회장은 최근 CNN과 인터뷰하면서 TSMC를 무력으로 취하는 움직임이나 군사 행동은 반도체 공장 가동을 중단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 첨단 반도체 부품 대부분이 사라지는 경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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