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영교 동반위원장 "대‧중기 갈등 중재 고충… 솔로몬 지혜 발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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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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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티맵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업체 인수로 인한 기존 업체 반발 심화

  • 대기업은 "적합업종 지정으로 시장 위축" 불만… 합의점 찾기 어려워

  • 동반위, 완전한 민간기구 아니라는 지적에 "법적·인사·예산 요건 충분"

  • 각 분야 별 동반성장 우수 기업 뽑아 금메달 수여 시상식 개최하고파

오영교 동반성장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산업구조가 온라인 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산업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골목상권에 진입하는 플랫폼 기업을 막아 달라며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하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조율하고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하는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3월부터 동반위를 이끌게 된 오영교 위원장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동반위에서 만난 오 위원장은 “그동안 정신없이 일했다”며 취임 이후 지난 5개월을 돌아봤다. 공식 업무에 돌입한 직후부터 대리운전업을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굵직한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 위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을 조율하는 과제는 굉장히 어렵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적합업종 지정 논란에···“대·중소기업 ‘윈윈’하도록 노력”
 
동반위는 지난 5월 24일 제70차 본회의를 열고 대리운전업에 대해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의결했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 반발은 현재 진행형이다. 적합업종 지정이 유선콜(전화콜) 시장에만 한정돼 시장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대리운전 시장은 대리운전기사를 전화로 호출하는 유선콜과 앱을 통해 부르는 플랫폼콜로 나뉘며, 유선콜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른다. 동반위는 대리운전 적합업종 합의‧권고를 유선콜 시장으로 한정하고 대기업에 대해 신규 진입 또는 확장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국내 1위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 업체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유선콜 대리운전업에 직접 나서는 대신 콜을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련 사업을 전개하려는 취지다. 대리운전업계에서는 동반위 권고안이 반쪽짜리에 불과해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현재 대리운전업 협의체가 구성돼 매주 부속 사항과 상생 방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고 9월에 동반위에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건전한 경쟁을 통해 대리운전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오 위원장은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이 반발하는 현 상황은 동반위의 과제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동반위가 적합업종 지정 논의를 할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윈윈’해야 하며 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여기에 소비자 후생과 대리운전기사 근무 여건까지 고려하면 명확한 합의점을 찾아 선을 긋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적합업종 지정과 관련한 비판은 반대쪽에서도 제기된다. 적합업종 지정으로 시장이 위축된다는 게 대기업 측 논리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동반위는 산업 경쟁력을 고려해 산업 사이클상 도입기‧성장기인 품목은 적합업종을 권고하지 않고, 성숙기‧쇠퇴기인 중소기업형 산업에 한정해 권고를 고려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각 업종은 시장 환경과 전후방 산업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적합업종 지정 이외 요인들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으로 김치는 적합업종 지정 때문이 아니라 중국산 김치의 시장 확장이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최후의 보루와 같다”며 “지정 논의를 하는 것이 힘들어도 계속해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오영교 동반성장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적합업종 지정은 차선···민간 자율 협력 관계 조성할 것”
 
다만 오 위원장은 “적합업종 지정이 동반위의 주 기능이 돼선 안 된다”며 위원회 역할을 분명히 했다. 동반위는 △동반성장 문화 확산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 관계 형성 △적합업종 지정 등 네 가지 핵심 기능을 갖고 있으며, 이 중 적합업종 지정은 차선책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오 위원장 생각이다.
 
그는 “대‧중소기업 간 갈등의 불씨가 커지기 전에 사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동반위는 상생 협의체를 통해 갈등 관계에 놓인 대‧중소기업 간 합의점을 찾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고도 안 되면 적합업종 지정을 논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사례가 제도 도입 초기에 비해 줄어든 것도 동반위의 사전적인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오 위원장은 최근 플랫폼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에 따라 늘어난 갈등 역시 상생협의회를 통해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규제가 아닌 상생 협약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 때문에 막무가내식 적합업종 지정 요구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신산업 등장으로 발생하는 복잡하고 난해한 갈등을 민간 자율에 의한 합의 조정을 통해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기구로서 독립성 충분···상생특위와는 성격 달라”

오 위원장은 동반위가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기구이기 때문에 민간 자율 협약을 통해 상생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민간 기업 경영 활동에 개입하는 것보다 민간 차원에서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했을 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정부가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민간 기업 간 문제는 민간 차원에서 접근해 해결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대통령 직속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와 동반위 역할을 구분 짓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산하에 상생특위를 꾸린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상생특위와 동반위 성격이 비슷해 역할이 중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오 위원장은 “정부 차원에서 상생특위를 통해 대‧중소기업 간 갈등 해소나 상생을 위해 힘을 실을 부분이 있다”면서도 “민간 기업 간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는 동반위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오영교 동반성장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물론 동반위도 완전한 민간 기구로 보긴 어렵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동반위는 정부위원 없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민간 자율 합의 기구지만,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설치돼 인사나 예산, 업무 등에 제한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동반위를 법인으로 독립시켜 자율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가 국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오 위원장은 “독립적인 운영에 대한 법적 근거는 이미 존재한다”며 “상생협력법 제20조2는 ‘동반위는 정부기관이나 재단 등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인사와 예산도 독립적”이라며 “동반위원장은 정부가 아닌 경제단체와 유관기관 추천으로 선임되며, 예산은 대부분 대기업 출연금으로 마련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동반위 독립성 문제는 운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며 “최근 정책조정회의를 만들어 동반위와 협력재단 인사나 예산 등 기본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두 기관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성장 문화 확산 필요···우수 기업에 금메달 주자”

오 위원장은 동반위 존재 이유가 ‘성장’에 있다고 봤다. 그는 “대‧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성장에 동력을 달아주는 게 동반위의 궁극적인 목적이자 임기 내 목표”라며 “경제 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려운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치면 보다 쉽게 성장의 길로 진입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생은 대기업에도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대기업이 상생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ESG 경영이 화두인 만큼 대기업에서도 동반성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동반위가 지난해 실시한 ‘동반성장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대기업은 5점 만점에 4.07점으로 동반성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일반 국민의 인식은 2.88점으로 다소 부정적인 만큼 동반성장 우수 사례를 많이 발굴해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는 게 오 위원장 생각이다.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오 위원장은 “각 분야별로 동반성장을 잘하고 있는 기업을 찾아 금메달을 수여하는 시상식을 개최하고 싶다”며 “국민들은 동반성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고,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동반위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은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고 대기업은 혜택을 봐야 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동반위 덕에 살겠다’고 말할 수 있도록 기업 속 동반위, 국민 속 동반위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충남 보령 △고려대 경영학 학석사 △행정고시12회 △상공부 공보관 △통상산업부 중소기업국장 및 산업정책국장 △중소기업청 차장 △산업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산업자원부 차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대통령 정부혁신 특별보좌관  △제7대 행정자치부 장관  △제16대 동국대학교 총장  △한국산업기술문화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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