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낭기의 관점]'행안부 경찰 통제' 조목조목 따져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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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낭기 논설고문
입력 2022-07-2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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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직장협의회(경찰직협) 관계자들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반대 홍보전을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문제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관들과 정부가 정면 대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전국 경찰의 총경(경찰서장급) 중 일부가 지난 23일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열고 ‘경찰국’ 신설 방침에 반발하고 나선 게 기폭제가 됐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을 통제하는 것은 과연 불법이거나 부적절한가? 통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할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5일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중요 내용은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한다는 것이다. 경찰국 업무는 크게 네 가지지만 핵심은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행안부 장관 인사권 문제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행안부가 경찰국을 신설해 경찰 인사에 개입하고 인사권을 무기로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행 경찰공무원법 제7조 ①항에 ‘총경 이상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안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고 돼 있다. 이 법 제2조 ①항은 ‘임용’을 신규 채용, 승진, 전보, 파견, 직위해제, 면직, 해임, 파면 등으로 정의해 놓았다. 

시행령으로 '행안부 경찰국' 신설 가능


이 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총경 이상 경찰관을 신규 채용하거나 승진시킬 때 그 제청권을 갖고 있다. 제청권을 갖는다는 말은 경찰청장이 추천한 총경 이상 임용 후보자에 대해 부적합다고 판단되면 제청을 거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행안부 장관이 제청을 거부하면 그 후보자는 채용이나 승진에서 탈락한다. 행안부 장관이 실제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행안부 장관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원래부터 총경 이상 인사에 관여하게 돼 있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신설한다고 해서 행안부 장관이 종전에는 없던 인사권을 새로 갖게 되는 게 아니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쪽에선 경찰국 신설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대통령령)으로 정부 부처에 ‘국’ 단위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이고, 정부조직법에 경찰 업무인 ‘치안’이 행안부 사무에 포함돼 있지 않아 위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위헌론자들이 위헌 근거로 드는 헌법 조항은 ‘행정 각부의 설치 및 조직과 직무 범위는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96조다. 그런데 정부조직법 제2조 ③항에 ‘중앙행정기관의 보조기관은 차관, 실장, 국장, 과장으로 한다’고 돼 있고 같은 조 ④항에는 ‘보조기관의 설치와 사무 분장은 법률로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정부조직법은 헌법 제96조에 따라 만들어진 바로 그 법률이다. 그 법률에 대통령령(시행령)으로 행안부 경찰국 같은 ‘국’ 단위 보조기관을 설치할 수 있게 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행안부 경찰국은 헌법→정부조직법→대통령령으로 이어지는 법 체계에 따라 신설되는 것이라 헌법 위반 여지가 없다.


'치안 사무'는 행안부 장관 소관


정부조직법에 행안부 사무로 ‘치안’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정부조직법 제34조 ⑤항에는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경찰국 신설이 위헌 또는 위법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경찰국 신설 외에 또 하나 논란거리는 ‘경찰청장 지휘 규칙’ 제정이다. 지휘 규칙의 중요 내용은 경찰청장이 경찰의 정책과 예산 중 중요한 사안을 행안부 장관에게 승인받거나 사전 또는 사후 보고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쪽은 이 규칙을 근거로 행안부가 경찰에 부당하게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장관이 소속 기관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에 정해져 있다. 정부조직법 제7조 ④항에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청에 대하여는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하여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앞서 말했듯 정부조직법 제34조 ⑤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 조항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이고 행안부 장관은 소속 청인 경찰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대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게 된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하려면 경찰청장이 중요 정책과 예산 사안을 행안부 장관에게 보고하거나 승인받도록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경찰청장 지휘 규칙은 바로 그 승인이나 사전·사후 보고에 관한 규정이다. 


'행안부 경찰국', 과거 '내무부 치안본부'와 달라


총경들은 전국 경찰서장 회의 뒤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은 법치주의 위반이고 역사적 퇴행”이라고 주장했다. 법치주의 위반이란 법적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통령령을 통한 경찰국 신설, 행안부 장관의 총경 이상 인사 관여, 행안부 장관의 경찰청장 직접 지휘는 관련 법들에 따른 적법한 조치다. 따라서 경찰국 신설과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을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경찰 통제의 필요성에는  경찰도 동의하고 있다. 총경들은 “참석자들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에 입각한 민주적 통제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총경들은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1991년 폐지된 ‘내무부 치안본부’로 되돌아가는 걸로 보고 ‘역사적 퇴행’이라고 한 것 같다. 


그러나 ‘내무부 치안본부’와 이번에 신설된 ‘행안부 경찰국’은 그 기본 성격이 다르다. 내무부 치안본부는 현재의 경찰청이 내무부의 여러 조직 중  하나로  설치돼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치안 기능은 물론이고 범죄 수사권도 가졌다. 그러나 행안부 경찰국은 직접 치안 기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수사권을 갖는 것도 아니다. 관련 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이 그 소속 청의 장인 경찰청장을 지휘·통제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기관에 불과할 뿐이다. 과거의 치안본부에 빗대 ‘역사적 퇴행’이라고 할 일이 아니다.


법무부에도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검찰국'을 두고 있다. 검찰국은 검찰 인사, 예산, 조직, 형사 정책 등 검찰 사무를 지휘·감독한다. 검찰은 단순한 행정 기관이 아니라 준사법 기관이라고 한다. 사법부에 준하는 기능을 한다고 해서다.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으로 따지자면 경찰보다 검찰에 훨씬 더 요구된다. 그런 검찰도 법무부 검찰국을 통해 법무부 장관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경찰은 행안부 경찰국을 통해 통제받으면 안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법무부 장관도 '검찰국' 통해 검찰 사무 지휘


프랑스에서 유럽 형사제도를 연구한 김종민 변호사는 “프랑스는 내무부(한국 행안부)가 경찰의 인사·예산·정책(법률)에 관한 사항을 관할하고 독일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경찰은 기본적으로 치안을 맡은 행정 기관이다. 결코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독립 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소속 부처의 지휘·통제를 받는 것은 정부 조직 체계상 당연하다. 


문제는 경찰 수사에 대한 행안부 장관의 관여 문제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찰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할 때 “경찰국은 수사와는 전혀 상관 없는 조직이며 지휘 규칙에도 수사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장관은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하면 수사하라고 할 것’이라고 말한 게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원칙적으로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지만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나 경찰 고위직이 연루된 사건 수사에는 관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수완박’으로 경찰 수사 권한이 막강해졌다.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해 혐의가 없다고 판단되면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를 끝낼 수 있는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됐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지휘·통제도 받지 않게 됐다. 경찰 수사권을 통제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은 사실이다.


행안부 장관 '경찰 수사  관여'는 안 돼


그렇다고 하더라도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에 관여하는 게 바람직한 경찰 통제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행안부 장관이 나서게 된다면 경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여지가 크다. 여당 출신 정치인이 행안부 장관을 맡으면 그럴 위험은 더욱 커진다. 추미애·박범계 같은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법무부 장관이 돼서 정권 뜻에 맞춰 검찰을 움직이려 했던 일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사는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한 과정이다. 수사와 기소와 재판을 통해 범죄자를 처벌하고 무고한 자를 구제하는 게 국가 형벌권이다. 국가 형벌권 운영을 맡은 중추 기관이 검찰이다. 검찰은 수사가 기소와 공소 유지를 통해 국가 형벌권을 행사한다. 수사가 국가 형벌권 행사의 한 과정인 만큼 종전처럼 경찰 수사 통제는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검찰이 맡는 게 적절하다. 경찰 수사는 검찰 통제를 받고 검찰은 법원 통제를 받는 게 전 세계 민주국가 공통의 형사사법 체계다. 


그렇다면 행안부의 경찰 통제 문제에 대한 결론은 명확하다. 행안부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을 만들어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통제하는 것은 불법이거나 부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 다만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에 관여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행안부가 경찰을 통제하되 통제 범위는 수사를 제외한 치안 정책과 인사 업무로 제한돼야 한다.
 

         <’행정안전부 경찰 통제' 핵심 내용과 법적 근거>

 

핵심 내용

법적 근거

○‘경찰국 신설’은 대통령령으로 가능

정부조직법 제2조 ③항 중앙행정기관의 보조기관은 (중략)

차관·차장·실장·국장 및 과장으로 한다

정부조직법 제2조 ④항 중앙행정기관의 보조기관 설치와 사무 분장은 법률로 정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치안 사무는 행안부 장관 관할

○경찰청은 행안부 장관 소속

 

정부조직법 제7조 ⑤항 치안에 관한 사무 관장을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

○행안부 장관, 경찰청장 직접 지휘 가능

정부조직법 제7조 ④항 행정기관의 장은 소속 청에 대하여는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해 그 청의 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

○행안부 장관, 경찰 간부 인사 관여 가능


경찰공무원법 제7조 ①항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은 경찰청장 추천을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용한다

경찰공무원법 제2조 “임용”이란 신규 채용·승진·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정직·강등·복직·면직·해임 및 파면을 말한다



필자 주요 경력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선일보 논설위원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본부장 ▷원주 한라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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