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상장사 100개 육박] 신규상장 문턱만 낮추더니… 투자자 보호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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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22-07-2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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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86개 중 코스닥이 75개社… 상폐사유 발생만 28곳

  • 대다수 상장요건 미달에 퇴출은 찔금, 부실만 눈덩이

  • 업계 "곪을대로 곪았다… 당국 전수조사로 도려내야"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 정지 중인 상장사가 100개에 육박하면서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 거래 정지 중인 상장사에 대한 전수조사 등을 통해 불량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정지 상장사 86개···대부분 불량 기업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거래가 정지 중인 상장사는 총 86개로 집계됐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 11개, 코스닥시장 75개 등이다.
 
사유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감사의견 거절’로 인한 거래 정지 상장사는 7개며, ‘기타 공익 실현과 투자자 보호’에 따른 거래 정지 기업은 2개다. 또 KINDEX러시아MSCI 상장지수펀드(ETF)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정지됐다. 다만 에어부산은 주식 ‘감자’ 결정으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코스닥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전체 75개 중 합병을 준비 중인 스팩 7개를 제외하고 상장폐지 사유 발생으로 거래 정지 중인 기업은 28개에 달한다. 또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은 27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 밖에도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거래가 정지 중인 기업은 7개, 회생절차개시신청에 따른 거래 정지 기업은 5개다.
 
예외적으로 코디엠은 지난달 24일 보통주 1주당 가액을 100원에서 500원으로 병합하기로 결정하면서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를 미뤄볼 때 유가증권시장 에어부산을 비롯해 코스닥시장에서 합병 스팩과 주식 병합으로 거래가 정지된 코디엠 등 9개사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상장 요건을 채우지 못해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상장폐지 우려 기업까지 보폭을 넓혀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기로에 선 종목은 100개에 육박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26일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96개다. 올해에만 38개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신규 상장 기업들 늘어가는데 퇴출은 ‘찔끔’
 
신규로 상장 중인 기업들은 늘고 있으나 반대로 상장폐지 등을 통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은 오히려 제자리걸음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 신규로 상장한 기업은 2018년 101개에서 2019년 108개로 늘었고, 2020년에는 103개로 소폭 감소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115개가 신규로 상장하며 정점을 찍었다. 올해도 시장 상황이 부진하지만 60개사가 새롭게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반면 2020년 1월 이후 이날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종목은 17개, 2021년 같은 기간 상폐 기업은 15개로 나타났다. 올해는 16개에 불과하다.
 
올해를 기준으로 상장폐지 기업을 보면 맘스터치와 SNK가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해 증시에서 빠졌고, 합병에 성공하지 못해 상장폐지된 이베스트이안스팩1호, 케이비제18호스팩, 상상인이안제2호스팩, 케이비제19호스팩 등 4개를 제외하면 6개 상장사가 철퇴가 아닌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됐다.
 
여기에 넥슨지티와 씨엠에스에듀가 흡수합병으로 인해 코스닥시장에서 빠지게 된 만큼 전체 16개 중 8개사가 정식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됐다. 즉 거래소에서 철퇴를 맞았다기보다 적합한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가 이뤄졌다는 얘기다.
 
◆업계 "곪을 대로 곪았다···결단 필요"
 
업계에서는 시장에 다소 충격이 있겠지만 이들 불량 기업들을 좌시하면 더 큰 피해가 있는 만큼 빠른 퇴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과 함께 사모펀드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것과 같이 금융당국을 필두로 거래소 등이 함께 불량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퇴출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불량 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지만 속된 말로 ‘물린’ 투자자들이 상당수 있어 거래소도 적합한 절차에 맞춰 퇴출시키기는 사실 어렵다”며 “일례로 오스템임플란트와 같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횡령 사건이 터져 나왔지만 거래가 재개된 게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금융위가 2020년 보여줬던 사모펀드 전수 조사와 같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등을 통해 불량 기업을 퇴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거래소 관계자는 마치 방치하고 있다는 식의 비판은 사실이 아니라며 "횡령배임 등을 포함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보호와 시장건전화를 위해 영업, 재무상태 등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거쳐 상장적격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을 퇴출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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