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6개월] 매일 노동자 2명 사망…기업부담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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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7-2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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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행령 올 연말 개정 목표…8월 입법예고 예정

급성 중독으로 인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2월 18일 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과 창원지청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위치한 두성산업에 대해 압수수색했다. 두성산업 급성 중독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 확인된 직업성 질병에 의한 중대 산업재해다. 사진은 두성산업 전경 [사진=연합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산업재해로 하루 2명의 노동자가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법 시행 전보다 소폭 감소는 있었지만 기업 부담은 가중된 반면 실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2024년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이 법이 확대되면 중소기업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노동당국은 법령의 대상·범위를 구체화해 올해 중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 근로자 320명…작년보다 20명 감소

26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303건으로, 이로 인해 320명이 숨졌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사고는 31건(9.3%), 사망자는 20명(5.9%) 줄었다.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이 일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효과는 다소 미비했다.

최근 5년간 상반기 사망자는 2018년 401명, 2019년 370명, 2020년 337명, 작년 340명, 올해 320명으로 감소 추세다.

올해 상반기 사망자를 업종별로 살펴보면 건설업이 155명(147건)으로 절반 가까이였고 제조업 99명(92건), 기타 업종 66명(64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 126명, 끼임 57명, 물체에 맞음 32명, 깔림·뒤집힘 27명, 부딪힘 20명, 기타 58명이다.

전체 사고를 안전조치 위반 내용별로 살펴보면 작업 절차·기준 미수립 108건, 추락 위험방지 미조치 70건, 위험 기계·기구 안전조치 미실시 53건 순이다.

법 시행 이후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중대산업재해는 88건이다. 

노동부는 이 가운데 63건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안전보건 관리 책임자 등을 입건하고, 46건에 대해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경영책임자 등을 입건했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총 14건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중대재해법 시행과 더불어 노사가 함께 노력한 결과 사망사고가 감소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중대재해법을 적용받는 50인 이상 기업들이 상반기에 수립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정착하도록 해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말했다.
 
모호한 처벌 기준에 경영부담·심리적 압박…중소기업에 더 큰 부담

법 시행 이후 사고예방 효과에 비해 기업들의 어려움은 커졌다. 모호한 처벌 기준으로 경영부담과 심리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사고예방 효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주나 대표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의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 처벌 기준을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일례로 삼표산업은 중대재해법 시행 직후인 올 1월 발생한 사망사고로 지난 6월까지 수사를 받으면서 경기 양주 채석장 운영에 타격을 입었다. 이로 인해 일시적인 골재 수급 차질과 가격 인상까지 벌어졌다. 

중대재해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중대재해법으로 기소된 기업은 독성물질에 16명이 중독된 두성산업이 처음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토론회를 열고 "법령을 둘러싼 사회적 혼란만 지속될 뿐 획기적인 산재 감소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중대재해를 효과적으로 감축하려면 산업안전정책 기조를 선진국과 같이 지원과 예방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느끼는 압박은 더 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5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제조업 5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81.3%가 중대재해법으로 체감하는 경영상 부담이 '크다'고 응답했다.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이유로는 안전보건 전문인력 부족(55.4%)을 꼽았다. 사고 원인으로는 80.6%가 '근로자 부주의 등 지침 미준수라고 답했다.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기업들은 중대재해법 개정이 불가피 하다고 지적한다. 노사가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중대재해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고 경영자 부담도 덜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는 2024년에는 중소기업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시행령 개정안, 이르면 다음달 입법예고…처벌수위는 현 수위 유지 전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혼란이 커지면서 정부에서는 중대재해법 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시행령을 올해 연말까지 개정할 목표로 이르면 다음달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법무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법무행정의 최우선을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두기를 바란다"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벌 규정'을 두고 중대재해법 등의 개정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5일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계획을 하는 자리에서 "중대재해법은 올해 말까지 시행령을 개정해 현장 수용성을 높이고 처벌 규정 등에 대해서는 노사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법안은 안전보건관리 책임자의 업무를 '충실히'로 표현하는 등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은 규정부터 정비한다. 중대재해법 상 종사자의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 관계 법령도 구체화한다. 

처벌 수위는 현재의 수준이 유지될 전망이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은 최근 "처벌 수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법이 갖고 있는 중대재해 예방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차원에서 수용성을 높이는 '미세 조정'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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