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융당국, 빚투 탕감 논란의 원인부터 제대로 짚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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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07-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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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금융부문 민생안정과제 추진현황 및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회안전망은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장치 중 하나다. 가장 작은 단위인 가족을 시작으로 학교와 직장, 국가 등은 사회안전망의 이름으로 공동체에 속한 개인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 당장 국민연금이라는 사회안전망이 있기에 우리는 노화로 인한 노동소득의 상실로부터 인간의 존엄한 삶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어떤' 위기로부터 어떻게,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구성원을 구할 것인지, 즉 사회안전망의 작동 조건을 두고 사회구성원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안전망의 발동에 소요되는 자원이 공동체 구성원의 갹출 등으로 형성되는 만큼 구성원 모두가 사회안전망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안전망의 작동 여부나 방식 등을 바꾸는 일은 공동체 내에서 길고도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모든 구성원이 주인이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대부분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연금 고갈이 목전에 왔다는 각계의 우려섞인 목소리에도 우리 공동체가 쉽사리 국민연금 개혁에 착수하지 못하는 까딹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최근 금융당국의 행보를 보면 사회안전망 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구성원 간의 긴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잊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빚내서 투자한 개인의 채무를 탕감해주겠다는 내용이 담긴 채무조정 지원책은 사회안전망이 분명하다. 위기에 처한 구성원의 재기를 위해 공동체의 자원을 투입하는 형태인 만큼 제도에 어떤 명칭을 붙이더라도 기본적인 형태가 사회안전망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구성원의 의사를 묻지 않은 섣부른 대책 발표는 자연스럽게 논란의 중심에 섰다.

논란에 대응하는 방식도 아쉽기는 매한가지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대상은 정부의 지원책이 아니다. 빚투족의 채무과다라는 사회적 문제를 두고 공동체 내에서 충분히 숙고하기 전에 일방적으로 발표한 당국의 통보식 정책 발표가 문제다. 그런데 금융당국은 논란이 불거지자 지원책이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파산 위기를 구제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아직도 무엇이 문제인지를 제대로 모르고 있는 모양새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지나면서 공동체의 도움이 절실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대거 양산됐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방역이라는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기꺼이 가게 문을 닫고 버티던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고 해서 비난할 만큼 미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문제는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빚투족의 채무 문제를 얼마나,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던 점이다. 금융당국이 채무조정안을 둘러싼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고 이에 대한 진중한 논의에 나서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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