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저데이터, '고객 데이터'로 기업 디지털 전환 지름길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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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2-07-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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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흩어진 고객 데이터 통합해 최적 맞춤 응대 돕는 CDP

  • 2027년 시장 규모 27조원 전망…굴뚝산업 기업도 주목

  •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 포트폴리오 편입, 투자 가속화

  • 한국 법인 설립 이어 금융 클라우드 안전성 평가 추진

  • 비즈니스 연결된 CX 구현하는 '스마트 CDP'로 차별화

고영혁 트레저데이터코리아 대표 [사진=트레저데이터코리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세계 최대 벤처투자펀드인 비전펀드(Vision Fund) 산하 기업 트레저데이터가 기업 디지털 전환 지름길로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Customer Data Platform)' 활용을 제안했다. 트레저데이터는 디지털 기업을 넘어 제조·금융을 비롯한 모든 업종에서 CDP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보고 2년 전 설립한 국내 데이터센터와 법인을 통해 한국 CDP 시장 선점에 나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CDP는 삼성·신세계·LG·현대 등 주요 대기업 그룹 수장들이 올해 신년사 화두로 삼은 '고객 경험(CX·Customer eXperience)' 개선의 열쇠로 기업이 흩어진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 더 나은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트레저데이터는 최근 한국 법인 설립 이래 첫 간담회를 열고 기업 경영 관점에서 CX가 중요해진 이유와 CDP의 가치, 국내 사업 전략을 제시했다.

CDP는 콜센터, 웹사이트, 앱, 오프라인 영업점, 내부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 기업이 고객 응대·지원 업무를 위해 구축한 모든 채널(소통 수단)에 제각각 흩어져 있는 고객 데이터를 통합해 현실의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식별할 수 있는 '단일 고객 프로필(single customer profile)'을 구성하는 솔루션이다. 각 프로필에 연결된 데이터가 기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확보하는 데 활용된다.

CDP 활용 기업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디지털 미디어나 지면, 우편 등 기성 매체를 이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로운 제품, 소식을 알리거나 온·오프라인 이벤트와 마케팅을 진행할 때 신규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에게 제품 추천, 혜택 등 맞춤 서비스를 제공해 이탈을 방지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 대상 업셀링(upselling, 상위 제품 판매), 멤버십 프로그램, 프로모션 집행 효과를 늘릴 수 있다.

트레저데이터는 디지털 마케팅이 발달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유통, 온라인 게임 업종에서 제조·금융 업종으로 CDP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태생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많이 쌓아 왔던 디지털 비즈니스 영역뿐 아니라 소위 '굴뚝산업' 등 전통적인 산업 영역에서 기업들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필요성에 눈을 떠 이를 구현하기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는 게 트레저데이터의 판단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2021년 9월 발표한 전망을 통해 글로벌 CDP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까지 연평균 34%씩 성장해 205억 달러(약 27조1625억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레저데이터,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세일즈포스, 애피어 등이 후원하는 CDP 전문 민간 교육 단체 'CDP인스티튜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대상 비즈니스 영역에서 CDP를 도입한 기업 비율은 2017년 10%에서 2021년 24%로 확대됐다.

고영혁 트레저데이터코리아 대표는 "기업용 CDP는 비즈니스 실행 전 영역에 대해 고객 반응을 데이터로 실시간 포착하고 모든 소통 수단에 걸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동시에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통제·분석·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은 CDP를 통해 데이터를 조직별로 보유해 생기는 '파편화' 문제를 해소하고 데이터로 최적의 '개인화 CX'를 제공하기 위한 고객 상호작용을 자동화할 수 있다.

고 대표는 "기업이 CDP 프로젝트 추진 시 고객 정보 수집·이용 동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해야 법무팀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CDP를 제대로 도입하고 활용하는 기업은 데이터 기반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거버넌스 기반 역량을 자연스럽게 갖춰나갈 수 있다"며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거버넌스를 중시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돕는 역할로 차별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트레저데이터는 2021년 6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2호(SVF2)' 포트폴리오에 공식 등재돼 소프트뱅크의 강력한 지원을 받고 있다. 2021년 11월 소프트뱅크 주도로 추진된 비공개 투자 라운드에서 CDP 분야 단일 회차 최대 수준인 2억3400만 달러(약 3100억원) 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앞서 2016년 영국 반도체 업체 ARM에 6억 달러(약 7950억원)에 인수됐고 2018년 ARM을 인수한 소프트뱅크 산하로 편입됐다.

소프트뱅크는 2020년 9월 엔비디아에 ARM을 매각한다고 발표할 당시 400억 달러 규모 거래 대상에서 트레저데이터를 제외했다. 이후 ARM 소프트웨어 사업 조직인 'IoT 서비스 그룹'에서 트레저데이터를 분리해 SVF2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가즈키 오타 최고경영자(공동창업자 겸 전 최고기술책임자), 히로 요시카와 이사회 의장(공동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 등 임원진을 선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고영혁 트레저데이터코리아 대표 [사진=트레저데이터코리아]

 
한국 데이터센터·법인 설립 이어 금융권 규제 대응 추진
트레저데이터는 CDP라는 말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2015년부터 한국 사업을 진행해 왔다. 고 대표가 트레저데이터코리아 법인 설립 전 지사장 역할을 맡은 2017년부터 국내 산업계에 CDP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후 트레저데이터가 한국 데이터센터와 법인 설립을 단행한 2020년 이후 어도비,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미국 IT 기업들이 글로벌 CDP 한국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에 불이 붙었다.

경쟁에 대비해 트레저데이터는 한국 시장 환경에 특화된 맞춤 기술 기반 확보에 투자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한국 특화 정보보안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국내 고객 전용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CDP 솔루션에 매끄럽게 한국어 자연어를 처리할 수 있는 고성능 (형태소 분석) 엔진을 별도로 적용했다"면서 "기존 트레저데이터 CDP 규격에 없었지만 한국에서 필요한 요건을 본사 투자로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저데이터는 2011년 설립 이래 10여년간 전 세계 450여개 기업 고객사를 확보했다. 국내에선 LG, 롯데렌탈, 카카오VX 등이 트레저데이터 CDP를 도입했다. 트레저데이터 CDP에 데이터(레코드)가 매초 200만건씩 입력돼 누적된 전체 데이터 규모가 100페타바이트(PB)에 달한다. 트레저데이터 CDP에서 달마다 데이터 5000조건이 처리되고 있고 고객 프로필 400억건이 활성화되고 있다.

버드와이저, 코로나 등을 생산하며 연매출 540억 달러 이상을 일으키는 벨기에 맥주 제조사이자 한국 오비맥주 모기업인 안호이저부시인베브(ABI)는 트레저데이터 CDP를 도입해 40개국 500여개 브랜드에 동떨어진 데이터 소스 1000여개를 통합하고 광고 지출, 마케팅 캠페인을 최적화했다. 외부 데이터에 의존해 낮았던 고객 이해도를 높이고 타깃 마케팅 효율, 각국 데이터 보안과 규제 준수 수준을 개선했다.

연매출 규모가 290억 달러 이상인 일본 자동차 제조사 스바루는 트레저데이터 CDP를 활용해 사내 데이터 통합, 매장 내 개인화, 고객 행동에 기반한 '스마트 어트리뷰션 마케팅'을 구현했다. 800억개 이상의 데이터 기록을 통합하고 매일 800만건 이상의 신규 거래 정보를 수집해 실시간 데이터 정확도를 높였다. 구매 후 고객 데이터와 피드백을 활용해 신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은행·보험·카드·증권 업종을 아우르는 일본 대형 금융그룹 미쓰이스미토모은행(SMBC)을 고객사로 둔 트레저데이터는 한국에서도 금융 분야를 전략적으로 중요한 업종으로 꼽고 있다. 한국 금융사 CDP 공급 기회를 타진하기 위해 금융보안원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 안전성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법률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내년 중 금융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고영혁 트레저데이터코리아 대표 [사진=트레저데이터코리아]

 
비즈니스 활동 연결된 CX 구현하는 '스마트 CDP'로 차별화
고 대표는 "트레저데이터 CDP는 고객 데이터를 다루는 사내 엔지니어·분석가·마케터가 서로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사 조직을 지원한다"며 "데이터를 머신러닝 등 다른 솔루션과 연계하고 고객 데이터를 제대로 쓰기 위해 데이터 관점에서 개인정보 활용 동의 여부와 데이터 처리 규칙, 품질 등을 관리하는 '데이터 거버넌스' 문제를 실시간 감지해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레저데이터 CDP는 기업이 고객 행동을 예측하기 위해 주요 행동 지표를 점수화하고 계산하는 방식으로 마이크로 세그먼트를 구현하고 1대1 경험을 최적화하고 실제 영업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현 시점에 전환율을 높이려면 어떤 고객에게 어느 타이밍에 이메일, 문자메시지 등 어떤 소통 채널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 계산하고 실행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레저데이터는 이처럼 기업 마케팅, 리타기팅, 서비스, 판매, 지원과 고객 충성도 개선, 고객 지지(advocate) 유도 등 비즈니스 활동 전반에 모두 연결된 CX를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CDP'를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스마트 CDP로 광고, 앱, 웹사이트, 소셜미디어, 이메일, 매장 등 담당 부서가 서로 다른 여러 채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분석해 비즈니스 활동에 응용하기 위한 '인사이트'가 도출된다는 설명이다.

CX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모든 과정에서 소비자가 구매 전 정보를 습득하는 것부터 구매, 사용, 문제 발생 시 불만 제기 등을 하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겪고 느끼는 총체적 인상을 뜻한다. 고 대표는 "CX는 올해 주요 10대 그룹 수장의 신년사에서도 화두로 꼽혔다"며 "기업이 CX를 제대로 관리하고 이해하고 개선하지 못하면 (비즈니스) 근본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고 대표는 이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환경에서 과거의 기술 한계를 넘어 CX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전부터 중요했던 CX가 다시 화두가 된 것"이라며 "(CX를 개선하려는) 기업들이 점점 더 커지는 (고객과) 디지털 상호작용 증가,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호 규제 강화 흐름에 따른 디지털 익명성 확대 흐름에 맞서는 데 CDP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레저데이터는 기업이 CX에 관련된 다양한 비즈니스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이제까지 광고, 이메일 발송 등 마케팅 효과를 높이기 위한 CDP 제공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영업, 서비스 등 기업 활동 전반을 혁신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트레저데이터는 '비욘드 마케팅(beyond marketing)'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CDP 솔루션 구성을 다양화하고 있다.

고 대표는 "기존 CDP 솔루션은 'CDP 포 마케팅'이라고 설정하고 새롭게 강화할 분야 솔루션을 'CDP 포 세일즈', 'CDP 포 서비스'로 명명해 비즈니스에 특화된 '버티컬(vertical) 전략'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트레저데이터는 이 버티컬 전략 일환으로 우선 글로벌 콜센터 솔루션 기업 제네시스와 손잡고 실시간 상담 데이터 처리를 위한 기술 연동을 마쳤다.
 

고영혁 대표의 트레저데이터코리아 기자간담회 발표 자료 일부. [사진=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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