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미국 리더십] 바이든 중동 순방 빈손…G20 공동성명도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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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7-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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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은 여러 차례 타격을 받았다. 국제유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서 국내 경제도 인플레이션 고통 시달렸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주도했지만, 중국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제재의 영향력은 미국이 의도한 만큼 크지 않았다. 우방인 인도조차 러시아 원유를 사들이면서 러시아는 5개월 가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한 뒤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중동 순방, 얻은 게 없다"

유가가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 먼저 손을 내밀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순방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로이터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아랍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중동에서 적극적인 파트너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스라엘 문제와 즉각적인 석유 생산량 증가를 포함해 지역 안보와 관련된 확실한 약속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여러분들과 함께 이 지역의 긍정적인 미래를 건설하는데 투자하고 있으며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방문으로 대통령으로서 첫 중동 순방을 시작한 바이든은 제다에서 열린 아랍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중동 포용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의의 성과는 뚜렷하지 않다. 정상회담의 공식 성명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중동 지역 안보 동맹의 토대를 마련하고, 원유 추가 증산의 약속을 받는 것을 목표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을 지역 안보의 가장 큰 위험으로 설정하면서 중동 내 공동 안보공동체를 구축하려고 했다. 이를 위해 14일 이스라엘을 방문해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16일에는 사우디 정부와 공동성명을 통해 이란이 '타국의 내정 간섭과 무장 대리 세력과 연계된 테러 지원, 역내 안보 불안 조성'을 하고 있으며, 이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랍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는 안보공동체 내용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로이터는 "사우디는 이번 정상회담이 이란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을 포함한 지역 안보 동맹의 토대를 마련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미국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방공 시스템 연결 계획은 일부 아랍 국가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제안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사우디의 파이살 빈 파리한 알 사우드 외무 장관은 걸프-이스라엘 방위 동맹에 대한 어떠한 논의도 알지 못했으며 사우디는 그러한 회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아랍 정상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사우디가 영공을 모든 항공사에 개방하기로 한 것은 이스라엘과의 수교와 무관하며 향후 추가 조치를 위한 사전 작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게다가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회담에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사건을 언급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이에 대해 사우디가 카슈끄지 살해와 같은 실수의 재발을 막기 위해 행동했으며 미국도 이라크를 포함해 실수를 저질렀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 경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카슈끄지 사건이 다시 언급되면서 양국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급격히 냉랭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고유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과 관련된 다른 문제들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도움이 절실한 시기다. 무엇보다 미국은 중동에서 이란의 영향력과 중국의 세계적 영향력을 억제하기를 원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OPEC 플러스(+) 그룹이 8월 3일 회의에서 생산을 늘리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으며, 추가 생산은 불가능하다"고 요구를 일축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홍해 연안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공동성명 없는 G20···러시아 두고 갈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이틀간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미국의 영향력 축소는 드러났다. 이번에 열린 회의는 식량 안보 해결, 개방적 농업 교역과 수출 제한 자제 등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 참석한 20개국 대표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불안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을 비롯해 각종 조세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의 스리 물랴니 인드라와티 재무장관은 의장 성명을 발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이견은 남았지만 식량 불안 해결, 기후변화 등 대부분의 문제에는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을 비롯해 서방 국가의 대표들은 전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온 주범은 러시아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반면 중국과 인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은 러시아에 대한 비판에 동참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과 인도는 최근 러시아 원유를 대량으로 구매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 효과를 감소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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