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휘 칼럼] 미국도 포기한 탈중국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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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2-07-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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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세계에서 탈중국을 가장 원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아마도 중국과 무역전쟁을 5년째 수행하고 있는 미국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한 방법을 통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가져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수출통제, 수입제한, 투자금지 등 다양한 제재를 도입하였다. 미국의 파상 공세에 시달린 중국은 2020년 1월 2년 동안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금융시장을 개방하겠다는 1단계 무역합의를 수용하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첨단제품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지난 5월 출범시켰다.

이런 전방위적 압박의 결과는 성공보다 실패에 가깝다. 중국과 무역적자는 2019년에 잠깐 줄어들었을 뿐 2020년 이후 다시 증가하였다. 2021년 전년 대비 미국의 대중 수출은 32.7%, 중국의 대미 수출은 27.5% 각각 증가하였다. 전년보다 25.1% 증가한 3966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는 지난 5년 동안의 무역전쟁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렸다. 중국은 1단계 무역합의를 준수하지 않았다. 2020년 1월∼2021년 12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목표치의 3분의 2(미국 수출 기준 60%, 중국 수입 기준 62%) 정도만 수입하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1단계 무역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중국을 응징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미국은 중국에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가를 요구하고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를 통해 중국을 압박했어야 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몰아붙이지 않고 있으며 중국 시장의 추가 개방을 위한 2단계 무역합의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바이든 행정부는 50년 만의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보복관세의 철폐를 고려하고 있다. 이 조치가 실시되면 무역전쟁의 주도권은 미국에서 중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미국의 탈중국 정책은 왜 실패했을까? 가장 근본적 요인은 이 정책이 경제적 논리가 아닌 안보적 고려에 좌우되었다는 데 있다. 미국의 대중 강경파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이 대중 무역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중국이 산업정책을 통해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시장 접근을 제한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많은 미국의 다국적 기업이 중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했다.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중국기업에 생산을 위탁하는 것이 더 많은 부가가치와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즉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탈중국은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안에 불과했다.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의 견인차인 동시에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라는 사실은 미국기업이 중국을 떠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이다. 경제규모에서 미국의 70% 내외에 불과하지만, 세계경제 성장에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크게 기여하고 있다. 소비시장 규모도 중국이 미국에 거의 근접하였다. 주력 산업인 자동차의 경우 2021년 세계 1위인 중국은 2608만 대를 생산한 반면, 2위인 미국은 915만 대에 그쳤다. 전기차에서 미·중 격차는 더 크다. 2021년 전 세계 660만 대 판매량 중 중국은 절반 이상인 340만 대였으나 미국은 50만 대에 불과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올해 상반기 중국의 비야디(BYD)가 미국의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기업으로 등극했다는 것이다. 이 두 기업을 따라잡기 위해 독일의 BMW는 지난 6월 24일 선양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개설했다.

글로벌 공급망도 미국보다 중국에 더 유리하게 재편되었다. 1990년대 말까지 동아시아 공급망의 핵심 국가는 일본이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은 2010년대 중반 일본을 제치고 공급망의 중심을 차지했다. 중국의 산업구조도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자본집약적 및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했다. 중국은 4차 산업혁명에 필수적인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핀테크, 클라우드 등에서 미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도약하였다. 그 결과 공급망에서 중국의 우위는 전통 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으로 확대되었다. 인도와 베트남이 중국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국가들이 단기간에 중국을 공급망의 중심에서 몰아낼 능력을 보유하지 못했다.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 일본, 대만의 대중 의존이 약화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까지 안보적 갈등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중국의 계속되는 무력 시위에 양안 관계의 긴장이 높아졌지만, 대만의 대중 수출은 2021년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 2020∼21년 대만은 2013∼19년까지 한국이 차지했던 중국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차지했다. 협상 타결까지 수년 이상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IPEF를 통한 대중 의존도 축소 효과가 가시화되는 데에는 더 많이 기다려야 할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미국의 탈중국 시도는 성과보다는 한계를 더 많이 보여주었다. 외교적 차원에서도 미국은 중국과 대립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6월 이후 미국은 재닛 옐렌 재무장관과 류허 국무원 부총리 화상 회의를 포함해 5차례 중국과 고위급 회담을 진행하였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의 타협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의 대중 정책이 전환되면, 우리 정부도 탈중국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 미국이 중국과 통상 협력을 강화하려고 하는데 우리나라만 중국과 척질 필요가 없다. 한·미 경제협력과 IPEF는 대중 무역의 대안으로 충분하지 않다. 우리 기업의 탈중국은 중국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본기업과 대만 기업에게만 좋은 일을 시켜주는 것이다.

대중 무역적자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올 4월부터 6월까지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적자였다.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우리나라 무역흑자의 80% 이상을 제공했던 대중 무역이 1994년 8월 이후 처음 지난 5월 적자로 반전되었다는 것이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해외투자자의 이탈로 외환시장이 불안정하고 환율이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크다.

인플레이션 급등과 성장률 하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감안하여, 고위 정책결정자가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이나 행위는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중국의 보복에 미국보다 훨씬 더 취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미국과 동일한 수준과 방법으로 중국을 압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탈중국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탈중국을 당할 수도 있다. 


이왕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외교학과 ▷런던정경대(LSE) 박사 ▷아주대 국제학부 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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