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폭락에도 연준 금리인상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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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7-0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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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주택·근원 인플레 삼박자 모두 갖춰야

  • 원자재 가격 계속 폭락할까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금리인상을 일시 중단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한 뒤 빠른 속도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희망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치인 2%에 도달하려면 한참 멀었다는 것이다.
 
에너지·주택·근원 인플레 삼박자 모두 갖춰야

인플레이션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소매업체의 재고가 쌓이고,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둔화할 것이란 신호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러한 신호는 현 단계에서 중앙은행가들을 위로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달 13일에 발표되는 6월 CPI가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플레이션인사이트의 창립자인 오마이어 샤리파는 6월 CPI가 약 8.8%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며, “6월 이후 몇 개월은 (CPI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또한 변동성이 심한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가 5월에 6.0%를 기록하면서 전달(6.2%) 대비 하락한 점에 비춰, 7월과 8월에도 근원 CPI가 하락하면 연준이 9월에 금리를 일시 중단하지 않겠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NYT는 방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5월까지 CPI 연간 성장률은 6.3%로, 중앙은행의 목표치(2%)의 3배가 넘어서다. 더구나 현재 수많은 가계는 치솟는 주거비, 식비, 교통비를 감당하느라 질식할 지경이라고 짚었다.
 
실제 이날 공개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위원 다수는 현재 직면한 중대한 위험으로 연준의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에 대한 시장과 대중의 불신을 꼽았다. 연준이 조금이라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방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인플레이션을 뿌리 뽑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

위원들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올해 말까지 금리를 약 3.4% 수준까지 올리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 예컨대 7월에 0.75%포인트, 9월에 0.5%포인트, 11월과 12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하면 3.4%에 도달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자체가 이른 시일 안에 잡히기 어렵다고 본다. 블룸버그통신의 기자인 조나단 레빈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9월 연준 피봇을 가로막는 하우징>을 통해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선회하기 위해서는 삼박자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3개월 연속 근원 인플레이션 하락 △주택 시장 냉각 △에너지 가격 억제 모두가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레빈은 이 세 가지 조건 중 가장 큰 문제로 주택 시장을 꼽았다. CPI에서 주거비(하우징) 항목은 30%를 넘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또한 주택 가격과 임대료 등이 모두 포함되는데, 임대료의 경우 집주인들이 기대하는 임대료 추정치를 기초로 하기 때문에 주거비 인플레이션은 실제 시장 가격보다 수개월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메커니즘만으로도 주거비 항목은 2023년까지 (CPI) 지수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월간 주택 임대료 호가 중간값은 지난 5월에 처음으로 2000달러를 넘어서는 등 계속 오르고 있다.
 
레빈은 “일부 투자자들은 연준이 실질 소비자 수요 약화와 제조업 경기둔화 조짐 등을 보고 통화정책을 선회하길 기대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 박았다.
 
CIE(Common Inflation Expectations)도 문제다. 분기마다 발표하는 CIE는 연준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을 확인하기 위해서 만든 지표다. 미래 물가 상승에 대한 소비자, 투자자, 전문가 모두의 태도를 측정하는 20개 이상의 지표로 구성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6월 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에 달하는 큰 폭의 금리인상을 결정한 뒤 이뤄진 기자회견에서 CIE 지수가 오랜 기간 평평하다가 최근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오는 15일에 발표되는 2분기 CIE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그룹, 도이체방크,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모두 2분기 CIE가 폭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노무라 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덴트는 “(수치가 집계된 1999년 이래)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원자재 가격 계속 폭락할까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하면서 옥수수부터 구리, 석유에 이르기까지 원자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이날 올해 4월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최근 고점 대비 29% 하락했다. 씨티그룹은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유가가 연말까지 배럴당 65달러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농산물가격지수는 5월 중순 최고치를 찍은 뒤 28% 하락했으며, 런던금속거래소(LSE)에서 거래되는 산업용 금속 6개를 추적하는 지수는 35%가량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헤지펀드들이 선물·옵션시장에서 원자재 상품에 대한 매수 포지션을 줄이고 있는 점이 원자재 가격 폭락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재 가격이 향후 내려갈 것으로 보고서 풋옵션 매수에 나서는 등 헤지펀드들이 가격 하락에 베팅한 것이다.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매매를 결정짓는 ‘퀀트 펀드’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퀀트 전문운용사인 플로린 코트 캐피털은 지난 수 개월간 중국에서 거래되는 아연, 니켈, 구리, 철광석 등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취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6월 28일까지 한 주간 총 15만3660건, 82억 달러에 달하는 농산물 선물 계약이 청산됐다.
 
앞으로 몇 주 혹은 몇 달간의 유가 변동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유가는 경기침체가 얼마나 깊을지,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경우 중국의 수요가 얼마나 강력하게 되살아날 것인지 등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유럽이 내년 겨울에 천연가스 부족에 직면하면 전력회사들은 석유에 더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원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봤다. 
 
휘발유 가격은 더 느린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미국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센트 하락한 갤런당 4.78달러로, 일주일 전 대비 9센트 하락했다. 다만, 1년 전보다 갤런당 1.65달러 비싼 가격이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 수입 감소를 충당하기 위해 유럽에 더 많은 연료를 보내는 상황에서 정유 용량은 충분하지 않다”며 전문가들은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을 강타하는 등 또 예측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할 경우 가스 및 디젤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전했다.
 
JP모건은 러시아가 서방에 고통을 주기 위해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을 의도적으로 차단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은 러시아가 하루 500만 배럴을 감산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 하에서 유가가 배럴당 3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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