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서스자산운용이 국내 중견 해운사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주사인 폴라에너지앤마린(폴라E&M)이 자회사 돈 500억원을 대여해 칸서스를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완중·한희승 폴라리스쉬핑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인수자인 칸서스에 거액을 빌려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폴라리스쉬핑 지원을 위해 5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매입했는데, 결과적으로 공적자금이 대주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사용됐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폴라리스쉬핑은 지난 5월 25일 이사회를 열고, 모회사인 폴라E&M에 500억원 규모 대금을 대여해 주기로 결정했다. 이 대금은 폴라E&M 채무를 탕감하고 칸서스의 폴라리스쉬핑 인수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 폴라리스쉬핑 2대 주주(지분 22.17%)인 에이치PE(사모투자회사)가 실시한 공개입찰에서 호반건설·APC PE 컨소시엄(호반건설 컨소시엄)이 1580억원을 제시하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에이치PE 지분과 질권에 대한 입찰 건이다. 폴라리스쉬핑의 재무적투자자(FI)였던 에이치PE 지분에는 모회사 폴라E&M이 가진 폴라리스쉬핑 지분을 담보로 한 질권이 설정돼 있다. 에이치PE의 투자 만기일은 올해로 이미 2년이 지나 주식매수청구권 등 옵션 통지가 됐음에도 폴라E&M이 이를 갚지 못하자 관련 채무를 해소해주면서 폴라리스쉬핑을 인수할 기업을 물색한 것이다.
 
호반은 거래대금 1580억원을 지급하고 에이치PE 지분과 질권을 인수했다. 하지만 거래대금을 완납하기 전부터 투자파트너인 APC PE와 자금 조달과 관련해 마찰이 발생했고, 새로운 인수희망자인 칸서스가 더 큰 금액을 제시해 호반의 우선협상자 지위를 사겠다고 해 최종 인수자는 칸서스로 바뀌었다. 에이치PE가 가진 질권과 지분을 인수한 칸서스는 올해 중 유상증자와 추가 지분 인수를 통해 폴라리스쉬핑의 최대주주에 오를 계획이었다. 

문제는 칸서스가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먼저 또 다른 FI이자 폴라리스쉬핑의 3대 주주(13.62%)인 이니어스엔에이치사모투자합자회사(이니어스)의 투자 만기일이 올해 3월까지였는데 이를 내년 3월로 연기해주는 조건으로 이니어스는 1년치 이자를 선지급해 줄 것을 폴라E&M에 요청했다. 이 금액은 220억원이며, 칸서스가 지불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칸서스는 지난달 17일까지 우선협상자였던 호반에 약 1700억원을 지불해야 했는데, 조달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결국 폴라E&M이 나서 칸서스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렇게 약 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자회사 폴라리스쉬핑에서 모회사 폴라E&M에 전달됐다. 폴라E&M은 이 돈으로 이니어스에 선이자를 지급했으며, 칸서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부족한 인수자금 일부를 충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폴라리스쉬핑 관계자는 “신규 투자자 유치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종의 브리지론”이라며 “대출금은 칸서스가 상환할 것이며, 약 200억원은 이니어스의 선지급 이자를 위해 사용됐다. 나머지 금액의 사용처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칸서스의 인수 조건은 김완중·한희승 폴라리스쉬핑 공동 회장의 경영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상증자와 함께 이니어스에 대한 채무까지 해소되면 두 회장에게 소정의 금액이 전달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폴라리스쉬핑이 선뜻 500억원을 빌려준 이유가 대주주의 경영권 보장을 위함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폴라리스쉬핑에 공적자금 500억원을 투입한 해진공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가 모회사의 채무 상환 등을 위해 500억원을 빌려주는 상황에서도 해진공은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해진공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파악했지만 해진공이 이를 제지할 권한이 없다”며 “누군가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자회사 돈을 끌어왔다고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관점으로는 투자자 유치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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