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도 양극화]서울은 고공행진, 수도권 외곽은 마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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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2-06-2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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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산업센터가 다수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 전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있는 전용면적 140㎡ 규모 지식산업센터를 2년 전 6억원대에 팔았는데, 다시 사들이려고 보니 3억원가량 올랐더군요. 최근 사무실 수요가 늘면서 입지가 좋은 지식산업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중소기업 운영 50대 남성)
 
"지식산업센터는 서울의 유명한 지역이 아니면 거래가 활성화돼 있지 않아요. 매물이 있는 곳에 직접 가서 찾아보거나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지식산업센터 대상 부동산 중개업자)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대부분이 지역별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식산업센터도 입지에 따라 인기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마피' 다수…"이자 오르며 타격 커"
20일 업계와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트에 따르면 수도권 외곽에 분양가보다 낮게 매매되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식산업센터 직거래가 진행되는 한 부동산 정보 커뮤니티에서는 김포에 있는 한 지식산업센터가 마피 2800만원에 매물로 올라왔다. 또 수원의 한 지식산업센터도 분양가 대비 900만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주인을 찾고 있다. 이외에도 하남이나 동탄 등에 있는 지식산업센터를 마피로 거래하겠다는 글도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특히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인기가 하락하고 있다고 본다. 공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입지가 비교적 좋지 않은 곳이 많아 용도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중심지 같은 경우 역과의 거리가 가까워 사무실 등등 용도로 쓸 수 있고, 찾는 사람도 많아 거래가 어렵지 않다"면서도 "최근 공급이 늘어나며 수도권에서도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지식산업센터가 속속 들어섰다. 이런 경우 쓰임새가 제한돼 공실이 날 가능성이 높고 거래가 안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2년쯤 전부터 지식산업센터 붐이 불면서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대출이 잘된다', '임차인을 구하기 쉽다' 등의 이야기를 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산업센터의 공급이 늘어난 상황에서 임대도 어렵고, 최근엔 찾는 사람이 적어 판매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올해 들어 이자가 급등하면서 곤란을 겪고 있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호황을 겪었다. 주택 시장 규제가 강화되자, 투자처가 막혀버린 자금이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운 지식산업센터로 몰린 것이다.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과 IT(정보기술) 등 기업에 사무 공간을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것으로 사업자등록만 증빙하면 개인·법인에 상관없이 분양받을 수 있다.
 
또 지식산업센터는 LTV(담보대출비율) 한도가 낮게 설정돼 있는 주택과 달리 분양가 70% 이상 대출이 나오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 투자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계약금 10%를 내면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조건으로 지원돼 입주 때까지 비용 부담이 없다. 법인의 경우 은행 대출이 아닌 정부 지원자금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2022년 3월 1333곳으로 늘었다.
 
특히 지식산업센터는 수도권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설립지원시스템 팩토리온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수도권 소재의 지식산업센터는 △경기 630개 △인천 365개 △서울 80개 총 1075개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지식산업센터 1349개의 79.69%를 차지하는 수치다.
 
다만 최근에는 이자가 급등하며 대출금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늘었다. 지식산업센터 투자를 고려했던 한 투자자는 "3000만원만 있으면 경기도 외곽에 들어서는 2억원 후반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을 수 있다고 권유받았었다"며 "임대료로 대출이자를 갚고도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갔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공실률과 이자 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최근 대출금리가 5%를 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투자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옥석 가리기에도 반짝이는 성수동 지식산업센터
하지만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열악한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인 와중에도 반짝이는 곳이 있다.
 
지식산업센터 정보제공업체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중 3.3㎡당 가격이 가장 높은 곳 1위부터 9위는 전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지식산업센터였다.
 
성수동 생각공장 데시앙플렉스 전용 92.4㎡는 지난 1월 11일 3.3㎡당 3299만원에 거래(매매가 18억4126만원)됐다. 성수동 서울숲 엘타워 116.3㎡는 지난 2월 26일 3.3㎡당 2973만원(매매가 20억3500만원)에 거래됐다. 이어 에이스하이앤드 성수타워 전용 455㎡가 작년 12월 24일 3.3㎡당 2906만원(80억원)에 거래됐는데 해당 지식산업센터는 매매가가 가장 높은 곳이었다.
 
성수동에는 최근 유니콘 기업과 벤처기업 등이 몰리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무신사를 비롯해 쏘카, 퓨처플레이스, 소풍벤처스 등 유망 스타트업과 IT 기업들이 이미 성수동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크래프톤도 이마트 본사 건물을 1조1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입주를 준비 중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성수동의 경우 지난해부터 굉장히 뜨거웠던 곳"이라며 "단기간 가격이 너무 올라서 임대를 하지 않고 바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가산·구로디지털단지(G밸리)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도 인기를 끌고 있다. 매매가 기준으로 2·3·4·5·7·9·10위가 가산·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지식산업센터였다. 3.3㎡당 단가는 성수동보다 낮았지만, 면적대가 커 매매가가 높았다.
 
가산·구로디지털단지에도 대형 게임사인 넷마블이 신사옥을 꾸렸다 현재 가산·구로디지털단지에는 10개가량의 신규 지식산업센터가 건축 중이거나 준공을 앞둔 상황으로 전해진다.
 
구로디지털단지 근처 공인중개업자는 "아무래도 지하철역이 가깝고, 동종 기업이 여러 곳 모여 있어 인재 채용 등이 쉬운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지식산업센터는 경기에 상당히 민감한 상품으로 투자할 때는 환금성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며 "지식산업센터를 주택처럼 매매를 거듭해 시세차익을 얻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본래 목적인 업무용으로 필요할 때 매입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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