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만"…들쭉날쭉 규제에 공유킥보드 업계 '이러다 다 접을판'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나경 기자
입력 2022-06-15 18:0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공유킥보드업계 '헬멧·주차견인·운전면허' 규제 삼중고

  • 업계 "서울시 '60분간 유예 견인' 조치에도 견인료 피해 심각해"

  • 정부 "시민 안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

  • ​전문가들 "공유 모빌리티 성장 위해 PM법 도입 시급"

지난 3월 22일 서울시와 전동킥보드 업계가 서울광장 인근에서 견인 시연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차세대 모빌리티로 꼽히는 공유킥보드업계가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안전사고 문제를 이유로 1년째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헬멧 착용 의무화와 견인 조치 등의 제재를 받아 손발이 꽁꽁 묶여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규제의 취지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대책 마련 없는 일방적 규제 시행은 옳지 않다며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공유 킥보드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 '헬멧·주차 견인·운전면허' 삼중고...피 마르는 킥보드 업계
15일 업계에 따르면 공유킥보드 업계가 헬멧 착용 의무화, 주차 견인, 운전면허 등 1년째 지속되는 각종 규제에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악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5월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전동 킥보드처럼 전동 장치가 달린 개인형 이동 장치(PM)를 이용할 시 ‘인명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금 2만원이 부과된다. 면허를 보유해야 탈 수 있고, 헬멧 등 인명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거나 2인 이상 탑승할 때 범칙금을 부과한다.

여기에 서울시가 공유 전동킥보드 불법 주차 행태를 뿌리 뽑겠다며 시행한 불법 주차 견인 조치까지 더해져 상황은 악화 일로다.

시는 전동킥보드가 즉시 견인 장소에 주·정차됐을 경우 이에 대해 신고가 들어오면 견인업체가 바로 견인할 수 있도록 했다. 견인 시 건당 4만원의 견인료와 30분당 700원의 보관료가 부과되며 이는 모두 업체가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즉시 견인 조치 시행 이후 지자체마다 다른 즉시견인구역 기준과 무분별한 견인 조치로 인한 업계 피해가 크다는 점에 일부 공감하며 지난 3월부터는 60분의 견인 유예시간을 부여하는 등의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업계는 견인료에 대한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유예기간이 부여돼도 견인업체의 무분별한 견인 조치가 지속돼 유예기간 부여 전과 후의 견인료 부담은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0분 유예기간 부여 시행 이후와 이전의 견인 신고 및 견인 건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시행 이전 일 평균 315건에 달하는 견인 건수가 4월 기준 하루평균 271건으로 약 11% 정도 줄었지만, 견인 신고 건수는 하루평균 370~378건 정도로 시행 이전과 이후가 동일했다.

이 같은 수치에 따르면 공유킥보드업계는 한 달 평균 2억원 정도의 견인료를 부담하고 있는 셈이다.

한 공유킥보드업계 관계자는 “유예기간을 부여해도 매달 내는 견인료가 크게 줄지 않는 상태”라며 “서울시가 견인으로 수익을 내는 견인업체에 단속 권한까지 일임한 상태에서는 유예기간 부여가 실효성 있는 조치가 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공유킥보드업계 관계자도 “즉시견인 조치는 시행한다고 했을 때부터 견인업체의 무분별한 견인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시행한 조치”라며 “규제를 풀지 못하면 적어도 4만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견인료라도 낮춰야 하지 않냐”고 토로했다.

다만 정부는 이용자의 안전과 업계 혼란을 막기 위해 당장 규제를 완화하기는 어렵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유킥보드로 인해 여전히 많은 시민이 불편해 하다보니 어느 한쪽 입장만 듣고 쉽게 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시 자체적으로도 업체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의 안전 및 질서 의식 교육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설명했다.
 

[사진=라임코리아]

◆ 빨간불 켜진 공유킥보드 시장...글로벌 기업도 잇따라 철수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공유킥보드 업계 성장도 정체기를 맞고 있다. 한국을 기회의 땅으로 여기며 호기롭게 국내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규제에 막혀 두손 두발 다 들고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이날 세계 최대 공유킥보드 업체 라임은 한국에서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2019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지 2년 8개월 만이다.

라임은 2017년 설립된 미국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다. 한국 시장 서비스 중단은 국내에 제도적 기반이 확실하게 마련되지 않았고, 정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본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사업을 중단한 게 라임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싱가포르 공유킥보드 업체 뉴런모빌리티도 한국 사업을 중단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상황이 안 좋긴 마찬가지다. 공유킥보드 업계에 따르면 선두 업체인 지쿠터와 킥고잉은 지난해 5월 이후 킥보드 운영 대수를 사실상 동결했다. 

지쿠터도 지난해 킥보드 2만대 이상의 증차 목표를 밝혔지만 1만대까지밖에 늘리지 못했다. 이마저도 1만대의 증가분 중 8000대가 지난해 5월 이전 주문량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 시행 이후부터 사실상 증차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킥고잉은 이달 기준 약 2만2000대의 킥보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 2만여대와 비교했을 때 사실상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 전문가들 “정부 무관심에 방치된 PM법...도입 시급”
전문가들은 공유킥보드 업계가 안정화를 찾기 위해선 개인형 이동수단(PM) 활성화법이 하루라도 빨리 제정돼 올바른 공유 킥보드 이용문화가 정립될 수 있는 통일된 기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 공유킥보드는 편리한 이동 수단 중 하나로 인기를 얻고 있음에도 관련 법규가 부재해 안전사각지대에 사실상 방치됐다.

공유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자전거로 분류돼 도로 위 통행을 제한하면 원칙적으로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법상 이륜차로 분류돼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다. 방치된 킥보드에 과태료를 매기는 등의 규제가 어려운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 문제는 헬멧 미착용이 아니라 대부분 속도 제한, 이동 도로, 수거방법 등을 총괄하는 PM 관련 법·규제가 미흡해 발생하는 것인데 정부가 이를 간과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이동 수단이 나오면 그에 맞는 규제가 필요한데, 자전거나 자동차에 적용하는 법에 이들에 대한 규제를 욱여넣어 공유 모빌리티 산업 전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지금이라도 빨리 다양한 정책토론회를 마련,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을 줄이고 PM법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1개의 댓글
0 / 300
  • 정답은 헬멧아냐? 아주 가벼운 헬맷을 킥보드 앞에 그물망으로 고정해 놓고 타게 하면, 뭐가 문제지? 생각을 해라...

    공감/비공감
    공감:0
    비공감: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