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운전하다 중앙선 침범해 숨진 노동자...대법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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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06-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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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법규 위반이 '직접 사망원인'이 돼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업무상 운전을 하다가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내서 숨진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 인정을 거부하면 안 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사망 노동자 A씨의 부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 노동자 A씨는 2019년 업무용 차량을 몰다가 원청에서 열린 협력사 교육에 참석한 뒤 근무지로 돌아오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결국 A씨는 사고로 인한 화재로 사망했다. 

이후 A씨가 술을 마신 상태가 아닌 것으로 조사됐고 수사기관은 A씨가 졸음운전을 이유로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A씨의 부인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지급을 거부했다. A씨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을 위반한 범죄행위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A씨 부인은 소송을 냈다. 현행 산재보험법 37조 2항에 따르면 노동자의 고의 자해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사망 등을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런 이유에서 법정에서는 A씨 스스로의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가 '업무상 재해'가 될 수 있는지가 쟁점화 됐다. 

하급심 판단은 달랐다. 1심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A씨 부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반면 2심은 "A씨의 사망 원인은 범죄행위"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씨 사망에 대해 "노동자의 업무 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2심 판단을 뒤집었다. A씨의 중앙선 침범 이유가 확인되지 않았고, 그간 A씨가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사고를 낸 적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은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기준도 제시했다. 교통법규 위반이 사망의 '직접 원인'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나도,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며 "사고 경위와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 당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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