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아비 배심원들 ②] 참여재판 '철회'하는 피고인들...판·검사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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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6-0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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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고인의 국민참여재판 철회율 매년 증가...2020년 49.9%

  • 검사 "배심원 평결 권고적 효력 불과...실효성 떨어져" 비판

  • 필수적 대상사건 도입, 배심제 법적 구속력 강화 등 제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피고인들이 매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고인뿐만 아니라 판사와 검사도 국민참여재판보다 일반 공판을 더 선호하는 현실이다. 법조계는 국민참여재판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철회하는 이유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피고인 2명 중 1명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철회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철회율은 2009년 44.8%, 2010년 42.8%, 2011년 36.0%, 2012년 41.1%, 2013년 41.9%, 2014년 38.1%, 2015년 41.3%, 2016년 41.8%, 2017년 38.3%, 2018년 41.8%, 2019년 42.1%, 2020년 49.9% 등을 기록했다. 현행법상 피고인이 신청하면 국민참여재판이 열릴 수 있고, 신청했더라도 자유로운 철회가 인정된다.

피고인들로서는 전략적인 측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철회하고 있었다. 먼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다고 해서 유무죄가 크게 달라지거나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기 때문이다. 또 국민참여재판이 지방법원 본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지방법원 지원사건의 특정 재판부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그래픽=아주경제, 자료=대법원]

국민참여재판법 제10조 제1항에 따르면 지방법원 지원 사건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사건은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이송된다. 이후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철회하더라도 본원 합의부에서 통상재판으로 피고 사건에 대한 재판을 계속 진행한다. 제도설계를 이용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특정 재판부를 피해가는 것이다.

국민사법참여위원회 위원장인 신동운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다른 나라 시민참여 재판제도와 다른 우리나라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청 철회율이 대단히 높다는 점"이라며 "현재 국민참여재판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이 같은 신청 철회 요인들을 상쇄할 만한 강력한 유인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배심원 평결, 권고적 효력에 불과"
검사들은 국민참여재판 평결과 이에 따른 1심 결론에 대체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가 도입된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국민참여재판 항소율은 평균 80.8%로, 다른 1심 지방법원 합의부 사건 항소율 62.8%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 중 검사 항소율은 1심 지방법원 본원 형사합의 사건 항소율 28.6%에 비해 국민참여재판에서는 48.9%에 이른다.
 
검사들은 국민참여재판에 힘이 실리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한다. 배심원 평결을 따라야 한다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등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재경 지검 부장검사는 "현 제도상으로 배심원 평결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다"며 "권고 이상으로, 판사가 국민참여재판 효력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제도상 바꿀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참여재판 실효성 높이는 방안은
대법원 산하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2018년 6월 국민참여재판 실효성 제고 방안에 대해 △고의에 의한 살인 등 일부 사건에 한해 필수적 대상 사건 도입 △지방법원 지원으로 국민참여재판 실시 법원 확대 등을 제시했다. 법조계에서는 배심원 평결에 대한 효력 강화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필수적 대상 사건 도입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중 전부 또는 일부를 반드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 '피고인 신청'으로만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의 한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실제로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피고인 선택 없이 법정형이 높은 범죄를 대상으로 국민사법참여제도를 실시하고 있고, 특별한 예외만 지정해 국민참여재판 시행 비율을 높였다.

지방법원 지원으로 국민참여재판 실시 법원 확대는 법원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현행 국민참여재판법은 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서만 국민참여재판을 하도록 하고 있고, 그 결과 지방법원 지원의 관할 구역 내에 거주하는 국민들은 국민참여재판에 배심원으로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민은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정한 국민참여재판법 제3조 제2항 취지에 반한다"며 "이로 인해 소위 '재판부 쇼핑(지원 합의부에서 재판을 받고 싶지 않은 경우)'과 같은 정의관념에 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국민참여재판 활성화를 위해 법원이 배심원의 유무죄 평결에 예외 사유가 없는 한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도록 사실상 기속력을 부여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와 같이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국민참여재판 활성화에 장애가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처음에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다가 배심원 평결이 권고적일 뿐이라는 말을 듣고 국민참여재판을 철회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도 권고적 효력에 불과하면 소중한 시간을 단지 권고를 위해 투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므로 배심원 후보자의 출석률·참여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 관계자는 "배심원 평결에 법적 기속력까지 부여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헌법 제27조 제1항 '법관에 의한 재판받을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직업법관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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