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尹정부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 '한반도 평화' 독자전략이 빠졌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2-06-02 17:4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나라와 나라의 관계를 친구 관계로 나타내면 우방(友邦)이다. 한번 친구면 영원한 친구. 사인(私人) 간에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물며 첨예한 이해관계와 철저한 국익으로 무장된 국제사회에서는 어떨까. 우방의 진정한 의미는 친구 같은 평등을 내포하는 것일진대, 세계경제력 10위, 군사력 6위의 한국에게 미국은 어떤 존재일까? 진정한 우방일까? 지난 5월 21일 한·미정상회담만 해도 그렇다. 꼭 1년 전이었던 2021년 5월 21일 바이든 정부와 가졌던 문재인 정부의 정상회담과는 크게 비교된다. 정부 입장의 반영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크게 후퇴해 있다. 정책 추진의 독자성은 물론, 한 나라의 입장과 생각을 치열하게 반영하지도 못했다.
 
첫째, 평화의 공고화는 멀어지고 대결은 강화되었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은 미국이 “가용한 모든 역량을 사용하여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확인”하는 정도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으로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하여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할 것에 합의하고 있다. 구체적이고 명시적이다. 대결적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국이 스스로 자청했거나, 미국이 요구했다면 전폭 수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문 정부에서는 “동맹의 억제 태세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준비태세 유지의 중요성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고 있으나, 윤 정부는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과 함께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의 연합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의 확대”에 합의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 범위와 규모를 “한반도와 그 주변으로 확대한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핵심적으로 겨냥, 군사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라는 차원에서 미국의 세계 전략과 관련, 한국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공고화할 방안이라기보다는 한반도 정세의 불안을 초래하는 단서가 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합의다. 전작권 환수에서도 문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했으나, 윤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했다. ‘확고한 의지’에서 ‘단순 의지’로 바꾼 것이다. 전작권 환수에 따른 결과를 그만큼 더 우려했기 때문일까. 그러면서도 미국에게는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고 있다. 공히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환수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기존 합의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한반도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하는 데 합의했다. 그것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와 같은 기존 합의는 모두 사라졌다. 다만,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길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하였다”라고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이 협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그 어떤 제의나 언급은 없다.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에 나선다면 북한 경제와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의 판박이다. 성공하지 못한 정책이다. 과거로부터 배우지 않는, 다시 실패해야만 비로소 깨달을 수 있는 정책일 뿐이다. 큰 노력과 시간을 들여 북한과 합의한 것을 외면하고, 새로운 합의에 이르기를 원한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더 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런 전철을 구태여 밟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묻고 싶다.
 
셋째, 우리의 경제적 실익을 도외시하는 여지를 만들고 있다.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는 “포용적이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유지”에 합의했다. 인·태 지역 관련, 포괄적인 개념을 적용했다. 그러나 윤 정부는 미국과 함께 중국 경제를 견제하는 데 스스로 앞장서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도-태평양 전략인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에의 참여가 그것이다. IPEF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협의체다. 통상·무역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미국의 구상이다. 이 IPEF에서 한국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하려는 것은 미·중 경제패권경쟁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격이다. 윤 정부는 IPEF가 “협정이 아닌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을 배제하는 게 절대 아니다”고 하나, 이는 레토릭(rhetoric)일 뿐이다. 중국이 참여하지도 않겠지만, 참여해 미국 주도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를 받아들일 리가 없다. 한·미정상회담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베이징이 바뀔 것이라고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 “미국의 비전을 발전시키기 위해 중국을 둘러싼 전략적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경제·안보 동맹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전략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리 경제다.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경제 결속도를 중국과 가지고 있다. IPEF를 통해 대중국 수출통제가 이루어진다면 그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다. 무역량이 가장 많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받을 영향이 확실하다.
 
결론적으로 윤 정부의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독자적인 전략을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지향적 남북관계의 전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를 실천할 현실적인 해법도 없다. 기존 남북·북미 합의는 무시된 채, 핵 확장억제 강화만 돋보인다. 강하게 압박하고 고립시켜 북한이 변하기만을 기다리는 합의이자,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대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공동성명이 되고 말았다. 어떤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되었어야 했을까? 대북 정책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을 한국이 더 독자적으로, 보다 더 신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어야 했다. 친미와 반미가 아닌, 대국과 소국 사이의 의존관계가 아닌 철저한 국익의 관점에서 미국을 상대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공동성명, 평화를 지향하는 외교, 진영 대결의 선택에서 벗어나려고 했던 의지라도 알 수 있는 그런 공동성명이었어야 했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