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인플레 온도차] 한국, 고물가 덫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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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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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물가 상승률 5%대 예상…14년만 최고치

  • "한국 물가, 아직 통제권 밖…경기 부담 가중"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의 한 전집에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원자재 가격 강세, 소비 회복, 추가경정예산 등을 고려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제시했다. 이는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


고물가가 한국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물가 상승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경기침체 속에 물가마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진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이번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5%대를 기록하면 2008년 9월(5.1%) 이후 근 14년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우게 된다.

4월 소비자물가는 이미 4.8% 급등해 2008년 10월(4.8%) 이후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당시 국제 유가 급등으로 물가상승률은 4.7%까지 치솟고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3.0%까지 하락한 바 있다.

현재 정부는 물론 한국은행도 5~7월 물가 5%대 상승률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대외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6%대까지 뛰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언제 정점일지는 유가나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교란 등에 따라 다르다"며 "이런 요인이 연말 정상화 된다는 가정에서 보면 물가 정점이 상반기보다는 중반기를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평균 102달러, 93달러로 종전보다는 상향 조정됐지만 2분기께는 정점을 찍고 내려갈 전망이다.

그러나 곡물 가격은 한번 오르면 상당기간 이어지는 특징이 있어 식료품 관련 물가도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생계물가지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높일 수 있다. 5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9년 7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많은 6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 3차 추경(35조1000억원)과 지난해 8월 2차 추경(34조9000억원)을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번 추경이 편성될 경우 물가를 0.16%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물가 고점 기대감이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의 물가는 국제유가 반등과 환율 상승 등으로 아직 통제권 밖"이라며 "국내에서 2% 이상 상승한 품목이 60% 넘어가며 물가 압력이 확산되고 있어 경기 부담이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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