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의 프리즘] 한국의 IPEF 합류 ···제2 '사드보복' 두려워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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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입력 2022-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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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우 경희대 교수]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한·미 정상회담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 근거는 한·미 양국이 전략 이익을 위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일궈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에서 볼 수 있다. 양국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특히 전략산업에서의 경제협력에 주안점을 두었다.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미국의 전략 구상에 한국의 참여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소형원자로 등의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핵심 국가로 위치한다. 따라서 우리의 동참은 IPEF의 승패 여부를 결정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이 우리의 IPEF 참여를 예의 주시하며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IPEF 참여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한·중 외교장관 간 통화에서 중국 측은 미국의 저의와 취지를 직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나아가 중국 측은 IPEF가 지역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는커녕 오히려 역내 공급망에서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부추기는 전략 구상이라는 우려를 표명했다. 중국의 이런 반응에 우리 사회에서는 벌써부터 중국의 보복 조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을 도외시하고 미국에 경도된 우리 정부의 외교 행보가 중국의 불만을 유발할 수 있는 소지가 농후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가 IPEF 전략 구상의 취지와 목적을 간과한 데서 비롯된다는 것이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2017~2020) 때부터 추진되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파생된 IPEF는 경제·통상 분야에서 중국의 부당하고 불공정한 행위를 억제하고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한 것이다. 중국이 국제법과 규범을 위배하면서까지 첨단과학기술을 편취하는 행위를 제재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안된 자구책이다. 고육지책이라면 고육지책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의 도를 넘는 부정행위에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런 기능을 대신하기에 역부족인 현실도 이런 전략 구상이 실현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미·중 양자 차원에서 미국의 제재도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핵심 소재의 생산국은 미국이 아니라는 현실이 이를 노출한 탓이다. 미국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다자 차원에서의 협력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우리가 IPEF 참여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평가된다. 우선 우리의 경제안보를 확고히 다지는 기반이 될 것이다. 미국의 경제안보 전략 구상은 4차 산업혁명 글로벌 공급망에서 핵심 부품 및 소재의 공정한 거래의 실천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산하는 반도체 등이 불순한 의도와 목적을 가진 국가와 기업에 제공되는 것을 방지하려 한다. 이는 예방 차원에서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이 채택된 이유이기도하다. 투명성과 규범에 기초한 IPEF의 참여로 우리의 경제안보 이익이 보호받을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또한 다자협의체의 조기 참여로 우리가 ‘룰 메이커(rule-maker·제도의 설계자)’로서 입지를 다질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다양한 다자협의체에 참여했지만 ‘룰 테이커(rule-taker·제도의 수용자)’ 위치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 결과 다자협의체에서 우리의 발언권과 의사결정권은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호기를 상실하지 말 것을 필자는 2021년 3월부터 주장해왔다(본지 2021년 3월 22일 “쿼드 實利 잃고 美 한국 패싱···참 나쁜 시나리오 접근?” 참조).

그러나 참여만으로 이런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룰 메이커’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전략에는 우리가 장기적으로 집중하고 노력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 가령 10여 년 협상이 진행되었던 TPP(범태평양파트너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물론 IPEF의 경우 의회 비준을 요구하는 조약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협상이 단기간에 종결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지역다자무역협상에서 성공한 전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불과한 사실을 고려하면 TPP의 잠재 회원국 수를 능가하는 IPEF의 전망도 장밋빛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가 ‘룰 메이커’를 자청한다면 조기 참여가 능사만은 아니다. IPEF의 성사를 위한 부단한 외교적 노력이 배가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이를 전담하는 부서 설치뿐 아니라 우리 외교통상 당국의 조직 개편도 수반되어야 한다.

IPEF 참여의 또 다른 기대효과는 윤석열 정부가 표방하는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 외교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우리가 글로벌 중추국이 되기 위해서는 특히 다자협의체에서 적극적인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관건적인 전제를 충족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이는 참여국과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우리는 미국이 추진하는 다자협의체의 회원국과 신뢰를 상실했다. 신뢰 회복은 가치 공유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관건은 설득력 있는 국정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원칙 있게 일관된 외교 행위를 보여주는 데 있다. 그 전제조건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외교 목표와 행위가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국민에 대한 설득력이 관건이다. 이는 대미 관계뿐 아니라 대일 관계 개선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대중 관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노력을 요구한다.

특히 우리 국민은 대중 관계에 있어 대미 관계 강화의 반대급부를 우려한다. 2016년 사드(THAAD)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이 보여준 보복 조치의 학습효과가 우리 사회에 아직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작년 5월의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과 이번 회담의 합의 사안들을 놓고 국민은 중국의 민감한 반응으로 보복행위가 재발할 가능성에 불안해 한다. 우리가 IPEF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상실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가지고 있다.

현실은 그러나 국민의 우려와 같은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은 많지 않다. 우선 중국이 보복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 다자협의체의 다수 회원국 중 특정 국가를 제재할 수 없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는 비관세장벽의 강화 조치와 무관하다. 비관세장벽 조치는 정치외교적인 판단으로 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제품의 공급망이 재편된다 해서 그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이 섣불리 응징하기가 어렵다. 안 그래도 중국이 배제될 가능성이 농후한 가운데 중국의 보복은 오히려 중국을 고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섣부르고 무모한 보복대응은 오히려 중국에 화를 입힐 것이다. 중국도 국가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의 지속적인 발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제품의 원활한 공급은 중국의 핵심 이익에도 관건이다. 따라서 중국도 공급 차질을 피하기 위해 공급망의 재편 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유화적인 대응 전략에 만반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IPEF에 따라 공급망이 재편되면 공은 미·중 관계로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이를 주도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공급 가능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제품을 선별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전례는 2019년 화웨이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미국의 눈에 국제규범을 위반하고 인류의 건설적인 발전에 역행하는 국가,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4차 산업혁명 관련의 핵심 기술의 이전 및 공급을 제어할 것이 자명하다. 이를 위반하는 IPEF 회원국에 대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등과 같은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미국이 공급망의 의사결정권을 주도하는 구조에서 공급망 재편 문제가 결국 미·중 간 갈등 현안으로 변환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미국은 중국에 우리보다 더 큰 전략 이익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통상, 외교, 안보 등 분야에서 미국의 대중국 전략 이익을 능가할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압박할 때는 선별적이고 전략적인 양상을 지금까지 보여 왔다. 특히 미국의 유수 기업이 중국과 분업화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도 우리보다 상당히 높다. 따라서 미국의 전략적 행보와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도 미국의 대중 전략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미국과 긴밀한 협의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양국이 국가안보실에 ‘경제안보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한 것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앞으로 남은 과제는 한·미 공조체제를 어떻게 우리 국익에 부합하고 내실 있게 운영하느냐가 될 것이다. 



주재우 필자 주요 이력 

▷베이징대 국제정치학 박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 ▷미국 조지아공과대학 Sam Nunn School of International Affairs Visiting Associate Profes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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