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친문 이동걸, 보수정권 작심 비판... "조선산업 개편 진작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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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2-05-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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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의 표명 후 마지막 기자간담회서 성과·소회 밝혀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사진=연합뉴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조선산업을 빅2 체제로 개편했으면 EU(유럽연합)의 합병 승인은 문제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EU 반독점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데 대해 이같이 해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이전 정부로 돌린 것이다.
 
그는 “2015년, 2016년에 조선산업을 빅2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데 컨센서스(의견일치)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조건으로 합병을 추진해 산업이 재편됐으면 모든 게 쉽게 끝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당시 투입된 자금이 대우조선해양을 연명, 국내 조선업의 과잉 경쟁을 유발해 그들의 고객인 EU 선주들만 유리한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거부한 배경도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 조선산업 규모를 글로벌 수요에 맞춰 지금보다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산업은행은 2015년에 수출입은행 등 주채권은행과 4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이전 정부와 새 정부를 비판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이 회장은 2015년과 2016년에 산업은행이 5조500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 손실을 내 법인세를 단 한 푼도 내지 못했으나, 자신이 취임한 이후 5년간 정부에 1조5000억원을 배당했고, 총 7545억원의 법인세를 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가 회장에 취임할 당시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던 산업은행은 지난 5년간 재무성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정부 재정에 기여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정부 자금을 받아서 기업에 배분한다고 오해하는데, 이는 과거 1970년대, 1980년대 개발금융시대에 머무른 잘못된 시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서도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을 인용해 “국책은행 지방 이전 결정은 자해적인 결정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국은 두 개의 금융중심지를 두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부울경 지역의 부가가치 2~3조원이 창출된다는데 전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퇴임 전 마무리하지 못한 쌍용자동차, KDB생명 매각에 대해 “아쉽다”면서도 “쌍용차는 본질적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자금 지원만으로는 회생이 어려워 회생법원이 결단을 내려야 하고, KDB생명은 떠넘기듯 산업은행에 전가됐는데 다음부터는 현장에서 매각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친문(親文) 인사로 손꼽힌다. 2020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가자, 20년”이라는 건배사로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받았다. 이 회장은 임기가 1년 5개월가량 남았으나, "새 정부와 정책 철학이 맞는 적임자를 위해 물러난다"며 금융위원회에 사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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