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브랜딩, '만나고 싶은 고객'을 정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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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4-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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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두호 바비톡 CMO(최고마케팅책임자)

[사진=바비톡]



성공적인 브랜딩은 무엇일까. 모든 마케터들이 평생 고민하는 숙제 중 하나다.
 
기술이 발달하고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마케터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지만, 브랜딩의 본질은 ‘만나고 싶은 고객’을 정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몇 기업의 마케팅 담당자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점은 여전히 브랜딩을 매체 광고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들은 “우리는 브랜딩 할 예산이 없다”며 “브랜딩 효과는 측정이 안 되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브랜딩과 퍼포먼스 마케팅은 별개일 수 없다. 기업의 비전이나 아이덴티티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브랜딩의 종국적인 목표는 비즈니스의 성장이 돼야 하고, 이는 결국 성과 기반으로 마케팅이 기획 운영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나고 싶은 고객을 정의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서비스 및 제품이 지니는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 철학을 통해 정량화할 수 있는 정교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철학만 있고 분석이 없는 경우 만나고 싶은 고객은 있으나 만나러 갈 방법을 알 길 없고, 분석만 있고 철학이 없을 경우 만나고 싶은 고객을 정확히 비껴 나가게 된다.
 
단순히 광고를 크리에이티브하게만 만든다고 브랜딩에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으로 인지도와 돌출도를 추구하는 브랜드 캠페인은 광고 제작사의 명성에는 도움이 되지만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는 큰 영향이 없는 사례를 현업에서 수없이 목격해왔다. 겉으로 보기 좋은 콘텐츠보다는 ‘만나고 싶은 고객’ 정서에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퍼포먼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고객을 단순히 ROAS(return on ad spend, 광고비 대비 매출액)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효과는 빠르게 휘발될 수밖에 없다. ‘만나고 싶은 고객’을 서비스와 플랫폼에 데려오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면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 맺기는 요원해지고, 마케팅 성과와 기업의 성과가 별개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얼마 전부터 새롭고도 어려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이커머스 업계에서 일하다가 ‘성형 정보’를 소재로 한 스타트업의 마케팅 최고 책임자를 맡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성형 플랫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성형 플랫폼이 성형을 조장한다는 일각의 편협한 시선이 필자에게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형을 조장해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 아닌, 성형에 대한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촉구한다는 기업 및 서비스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면서 합류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이 서비스의 ‘만나고 싶은 고객’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생겼다.
 
성형 및 피부 시술은 비급여라 정확한 시장 규모가 공개되진 않지만 업계에서는 대략 7조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은 5%가 되지 않는다.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성형 업계에 만나야 하는 고객들이 아직 95%나 남아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관련 정보에 대해 충분히 알 권리가 있음에도 잘 모르는 채 성형 및 시술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 때문에 입사 후 가장 먼저 한 것도 고객에 대한 정의였다. 아름다움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하고, 성형이라는 비가역적 선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성형을 부추기는 자극적인 마케팅이 아닌 부작용 및 후기 등을 꼼꼼히 확인하고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역발상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서비스 트래픽은 물론 신규 가입자 수, 매출 등 전반적인 모든 수치가 상승했다. 매출은 일 평균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계획하는 모든 마케팅이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만나야 하는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이 브랜드를 찾아 오게끔 메시지를 적재적소에 던지는 것은 마케터의 의무다. 고객의 요구 사항을 섬세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춘 고객 여정과 친절한 브랜드 경험을 제안해야 한다. 지금 고객을 만나러 가보자. 그곳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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