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시장은 싸우지 않는다

사진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사진=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정치와 주식시장이 어지럽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합당 문제로 내홍을 겪었고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대표 축출 문제로 여진이 크다. 주식시장은 코스피 5000을 넘어선 후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다. 혼돈의 시기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 냉정히 원칙을 지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시장을 이길 뜻을 내비쳤다. 대통령의 말은 시장에 시그널을 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들린다. 

시장은 정부와 싸우지 않는다. 시장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장소일 뿐이다. 시장 가격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안정시키고자 한다. 주거시설인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민감하게 대응한다. 가난한 사람에게서 부자에게 부의 전이(wealth transfer from poor to rich) 가능성이 생겨 사회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가격이 오르는 요인을 투기 탓이라고 전제하고 정책을 펼치면 과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투기 수요 근절을 위해 종부세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세제 정책을 펼쳤지만 실패했다. 부동산 가격 문제는 근본으로 돌아가 상승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처방을 해야 된다. 

시중에 돈을 많이 풀면 부동산을 포함한 재화 가격은 올라간다. 시장 참여자들은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미래에 더 오를 것 같으면 사고 떨어질 것 같으면 판다. 주식의 경우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11배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배 수준이다. 미국 증시의 PER 20~25배, PBR 4배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코스피 5000 시대에도 한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이유다. 

부동산의 경우 서울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매매가는 세계 4위, 월세는 40위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높은 편이다. 향후 어떻게 될까?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미래에 수요가 증가하고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신호를 준다. 수요가 감소하고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는 신호는 그 반대 신호를 준다. 

세금 중과가 과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양면성에 있다. 다주택자는 세금이 무거워 집을 팔 수도 있다. 공급 증가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취지대로다. 하지만 세금은 원가 요소가 되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미래에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살 유인을 제공한다. 

해법은 무엇인가? 무주택자의 수요 때문에 부동산 수요 억제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 된 공급 신호가 필요하다. 공공 부문의 공급에 더해 민간 부문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시장이 인정할 수 있는 공급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2005년부터 2024년까지 20년간 서울시에 공공에서 약 11만가구, 민간에서 약 113만가구를 공급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통계에 나타난다.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과거 세금 중과 정책은 부동산을 정치 재화로 인식해 집 없는 지지자들의 환호는 일시적으로 받았을지 몰라도 종국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됐음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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