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폭행·성폭력·식고문…귀신 말고 사람 잡는 해병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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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04-2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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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병대 전방 부대서 성고문 가혹행위 드러나

  • 우크라에 간 해병대원도 집단 따돌림 피해 토로

  • 국방부 '병영 혁신' 외치지만…가혹 행위 증가 추세

군인권센터, 해병대 인권침해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해병대가 귀신 말고 '사람 잡는' 부대란 불명예를 안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참여하겠다며 무단 출국한 병사가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이번엔 최전방 부대에서 성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가 벌어졌기 때문. 국방부는 부조리를 바로잡겠다며 호언장담해왔지만, 전군의 가혹행위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방부의 인권 시계가 거꾸로 흐른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5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해병대 최전방 부대인 연평부대에서 한 후임병이 선임병들에게 집단 구타와 성고문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혹행위가 벌어진 장소는 병사가 집처럼 느껴야 할 생활관이었다. 이곳에서 A병장과 B·C상병 등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군 형법에서 무겁게 처벌하는 성폭력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는 '장난감'처럼 다뤄졌다. C상병은 복도에 앉아 있던 피해자의 뒤통수를 치고 웃거나 뺨을 때리기까지 했다. 또 피해자는 B·C상병의 침대를 오가며 폭행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에게 물리적 폭행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혹행위도 벌였다. B·C상병은 씻고 나온 피해자의 음모를 전기이발기(속칭 바리깡)로 깎은 것도 모자라 동료들에게 성기를 보여주도록 강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해병대의 오랜 악습인 '식고문(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것)'도 빠지지 않았다. 가해자들은 스파게티면과 소스를 지저분한 손으로 비빈 뒤 "선임이 해준 정성스러운 요리다. 맛있지?"라며 피해자에게 먹을 것을 강요했다. 음식을 받은 피해자는 "감사합니다"라며 먹어야 했다. 결국 참다못한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고, 사안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됐다.

현재 가해자들은 해병대 군사경찰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군검찰로 송치됐다.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올해 해병대에서 발생한 부조리는 이번 일이 처음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참여하겠다며 지난달 21일 휴가 중 해외로 무단출국한 한 해병대 병사도 집단따돌림, 이른바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사전 녹음 인터뷰에서 부사관을 준비한단 이유로 부대 선임들에게 기수열외를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병사들에게 부사관 이미지가 좋지 않다 보니 (선임들이) 그때부터 '너는 우리의 주적이니까 말도 걸지 말아라'라고 했다"며 "기수열외는 투명인간 같은 느낌이다. (선임들은) 말하다 걸리면 죽여버린다고 했다"며 숨 쉬는 자체만으로 욕을 먹었다고 토로했다.

국방부는 군대 가혹행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병영 혁신을 외쳤다. 하지만 부조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방부가 작년 5월 국회입법조사처에 제출한 '폭행 및 가혹행위 입건 추이' 자료를 보면 2020년 전군에서 집계된 폭행·가혹행위 입건 건수는 1010건. 2016년 820건과 비교했을 때 약 23% 늘어난 셈이다.

군내 인권 침해와 범죄 피해로 고통을 받는 군인도 매년 늘고 있다. 센터에 따르면 2020년에 접수된 1710건의 상담 신청 중 상해·폭행 등 구타와 모욕·폭언 등 언어폭력 피해를 호소한 상담은 각 96건과 273건이다. 이는 전년보다 각 11.6%, 12.8% 늘어난 수치다. 또 강간과 준강간 등 성폭력 피해는 모두 16건으로, 전년(3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성희롱 피해 역시 55건으로 2019년 11건에서 25% 증가했다.

한편 해병대 사령부는 "향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래픽=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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