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김오수 사퇴'까지…'검수완박' 놓고 진퇴양난 빠진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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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2-04-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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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총장 사표 수리 여부 정국 최대 분수령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을 둘러싸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검수완박을 강하게 반대해왔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7일 전격 사의를 표했기 때문이다. 당장 김 총장의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에게 다시 책임의 공이 돌아온 것이다. 당초 김 총장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관련한 현안 질의를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회의 시간’이라며 관련 입장을 자제해왔지만, 문 대통령은 임기를 한 달 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 수장의 사직서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 및 내달 3일 국무회의에 공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에게 거부권를 행사하라고 압박 중이다.
 
침묵을 지켜온 문 대통령이 김 총장 거취 결정을 포함해 검수완박 관련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현재 법무부에 제출된 김 총장의 사표가 이번 주 초 청와대로 전달되더라도 문 대통령이 즉각 이를 수리할 가능성은 작다고 보고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 일단 부족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내정까지 보통 3주에서 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후보군을 3~4명 압축한 뒤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1명을 임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후보자로 지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특히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으로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을 찬성하는 것처럼 해석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거나, 더 나아가 ‘거부권’ 사용 가능성을 시사하며 민주당을 만류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시 대통령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공포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선택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문 대통령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거절했다. 청와대가 “지금은 입법의 시간”이라며 사실상 면담을 완곡하게 거절한 것이 김 총장의 사의 표명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15일 오전 국회를 방문, 취재진 앞에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의 부당성을 호소하며 자신의 탄핵 절차부터 진행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김 총장은 이날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 추진에 항의하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김 총장은 대검찰청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국민의 인권에 커다란 영향을 주는 새로운 형사법체계는 최소한 10년 이상 운영한 이후 제도개혁 여부를 논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이 경우에도 공청회, 여론수렴을 통한 국민의 공감대와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2019년 법무부 차관 재직 시 70년 만의 검찰개혁에 관여했던 저로서는 제도개혁 시행 1년여 만에 검찰이 다시 개혁 대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 기능을 전면 폐지하는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저는 검찰총장으로서 이러한 갈등과 분란이 발생한 것에 책임을 지고 법무부 장관께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저의 사직서 제출이 앞으로 국회에서 진행되는 입법 과정에서 의원님들께서 한 번 더 심사숙고해주는 작은 계기라도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전국 지검장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김 총장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오늘 내린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남은 검사장들은 법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김 총장에게 힘을 실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배포한 입장문에서 “절차를 무시한 입법폭주로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의 충정으로 이해한다”면서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제도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국민들께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선택지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퇴 당시처럼 즉각 사표 수리를 통해 유감의 뜻을 나타낸 뒤 후임 인사는 차기 정부의 몫으로 넘기는 방법이 있다. 또한 검찰총장 업무 공백을 이유로 사표 수리와 후임 인선 모두 다음 정부 출범 때까지 미룰 가능성도 있다.
 
후임 검찰총장 인선과 관련해선 역대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정부 첫 검찰총장인 문무일 전 총장의 경우 지명까지 3주가 걸렸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이양기였던 2013년 초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상대 총장 후임을 결정하는 인선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직전 단행한 적이 있다.
 
당시 처음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자추천위는 박 당선인의 의중이 들어간 당시 안창호 헌법재판관과 김학의 고검장을 배제하고 김진태 대검차장과 채동욱 고검장, 소병철 고검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박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채 고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했다. 그러나 채 총장은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을 지휘하면서 정권과 각을 세우다 취임 5개월 만에 물러났다.
 
문 대통령이 후임 총장 인선을 진행하더라도 후보추천위가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 지난해 윤 당선인의 후임 인선을 위해 구성된 후보추천위는 유력한 총장 후보자로 거론된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을 후보군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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