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보틱스, 적자 전환···현대重그룹 미래 3대사업 중 한축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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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04-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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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매출 전년보다 3.07% 줄어

  • KT가 지분 10% 투자해 상장 압박

  • 계열사 IPO 계획 흔들···비전 삐걱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된 로봇 사업을 담당하는 현대로보틱스가 지난해 적자 전환을 피하지 못했다. 올해 그룹이 제시한 3가지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이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의 연타석 IPO(상장)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의 실적 악화로 1~2년 사이에 상장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결국 자본 조달이 연기돼 현대로보틱스의 기술·경쟁력 확보와 현대중공업그룹의 청사진 완성이 늦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1893억원을 기록해 2020년 1953억원 대비 3.07% 줄었다. 현대로보틱스가 2020년 5월에 출범했기에 영업기간이 7개월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12개월) 매출이 3.07% 이상 크게 줄어든 셈이다.

아울러 출범 첫해인 2020년 2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60억원의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 부진에 대해 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자동차·디스플레이 등 전방 산업 설비투자가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난해 실적 악화로 상장 작업이 급한 현대로보틱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점이다. 현재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은 현대중공업지주가 90%, KT가 10%를 보유하고 있다. KT가 2020년 6월 출범 직후 유상증자에 참여해 현대로보틱스 지분 10%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KT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결과 현대로보틱스는 조만간 상장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한 KT에게 엑시트(투자금 회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탓이다. 실제 현대로보틱스 스스로 "올해 이후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적자를 낸 상황에서 당장 상장을 추진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더라도 원하는 만큼 기업가치를 평가받기가 어려운 탓이다. 결국 2년 이상 가치 극대화 작업을 추진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상황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연타석 상장 추진을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현대중공업의 상장에 성공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와 내년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연이어 상장하겠다는 포부다.

재계에서는 그 다음 타자로 현대로보틱스가 거론돼 왔으나 이제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계획보다 상장이 늦어질 경우 자본 확충도 연기돼 첨단기술과 경쟁력 확보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현대로보틱스의 부진으로 올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했던 미래 청사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에 참여해 자율운항·수소·로보틱스 등 3대 미래사업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로보틱스의 실적 악화가 장기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미래사업 비전의 한 축을 흔들게 되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 사업인 조선과 로보틱스 분야 연구 개발에 대규모 자금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선업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에너지 부문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대로보틱스가 부진해 로보틱스 부문의 자금 조달과 경쟁력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사장이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2'에 참여해 그룹의 미래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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