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박정진 카브루 대표 "지난해 수출 6배 증가...韓 수제맥주, 이제 전 세계인이 즐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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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2-04-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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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세대 수제맥주기업 '카브루' 박정진 대표 인터뷰

  •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펍 매장 위축...캔 맥주 중심 성장

  • '1조' 규모 한국 시장 넘어 해외 진출 확대

  • 'K-비어' 인기에 수출 가능성 확인..."올해, 전년대비 3배 성장"

카브루 박정진 대표가 서울 송파구 카브루 본사에서 생맥주를 따르고 있다. 박 대표는 '천하장사'로 유명한 중견식품업체 진주햄 대표이자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을 맡고 있다.[사진=유대길 기자]


해외 수제캔맥주 공습에 방어하기 급급했던 한국 맥주 시장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다양성이라는 수제맥주의 정체성을 내세워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독특한 맛의 맥주를 만들어냈고, 이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기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K-팝', 'K-푸드' 열풍에 힘입어 'K-비어' 또한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으로 자리 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1세대 수제맥주 기업 '카브루'의 박정진 대표는 최근 송파구 카브루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음식·문화 수출과 연계되면 당연히 한국 맥주에 관심을 갖는 외국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다. 작년이 가능성을 확인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 해였다면, 올해는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해 K-비어를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정진 카브루 대표는 '천하장사'로 유명한 진주햄 공동 대표이자 한국수제맥주협회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
- 최근 들어 카브루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카브루는 2000년 설립된 수제맥주 제조회사다. 과거에는 생맥주만 생산했지만, 2015년 진주햄이 인수한 뒤에 캔맥주 유통 사업에 진출했다. 두 차례에서 걸친 펀딩을 통해 97억원 투자받았고, 가평을 중심으로 3개의 브루어리를 운영 중이다. 자체 브랜드 구미호 맥주를 중심으로 100만 캔 이상의 제품을 판매했고, 현재까지 캔맥주·생맥주를 포함해 20여 개 제품을 출시했다. 올 하반기에는 상장주관사를 선정해 2023~2024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펍 상황이 좋지 않다. 반면, 편의점 중심의 캔맥주 시장은 커졌다. 수제맥주 업계 전반의 사업 분위기를 전한다면.
“수제맥주 업계 전반을 이야기하자면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 수제맥주업체 면허가 150개 정도 있다면 10여 개를 제외한 나머지는 생맥주만 판매한다. 수제 생맥주는 유흥시장과 펍, 레스트랑에 판매를 의존하는데, 코로나19로 시장 규모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맥주 제조업이다 보니 정부의 자영업자 보조금 대상에 대부분 해당하지 않았다. ‘올해는 끝나겠지’ 생각하며 버티고 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캔맥주 유통을 하는 업체들도 마냥 좋지만은 않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유통사 중심의 콜라보 맥주가 수제맥주 업계에 긍정적으로만 영향을 주진 않는다. 또, 원재료가 상승하면서 원가 상승 압박도 받고 있다.”
 
 

카브루의 수제맥주 브랜드 '구미호'. 구미호 맥주는 카브루의 자체 브랜드로, 100만 캔 이상 판매됐다.[사진=유대길 기자]


-지난해 카브루의 성적표는 어땠나.
“진주햄이 카브루를 인수하고 지난해가 가장 어려운 해였다. 이익률이 높은 생맥주 시장의 축소가 결정적이었다. 캔맥주 사업은 35% 성장했지만, 생맥주는 지난 2년간 60% 이상 위축됐다. 회사 매출은 미미하게 올랐지만, 이익률이 안 좋아졌다.
 
재무적으로는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유의미한 결과도 있었다. 첫 번째로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고 세 번째 브루어리를 완공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설비와 최대 수준의 생산량을 갖추게 되면서 향후 더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올해는 공격적으로 여러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수출을 본격화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난해 수출량은 40만 캔으로, 전년 대비 6배 성장했다. 수출국도 일본, 호주, 싱가폴, 대만, 몽골 등 15개국으로 많아졌다. 각 국가로 나간 물량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재발주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특히, ‘경복궁’·‘남산’ 제품이 일본에서 아주 반응이 좋다. 중국에서는 대형 오프라인 매장인 ‘샘스클럽’에 입점해 판매된다. 올해는 수출량을 작년 대비 3배 이상 늘려갈 계획이다.”
 
 
-엔데믹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코로나 기간에도 인력 조정 없이 제품 개발과 영업 조직의 힘을 실어 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생맥주 생산 설비에도 투자했다. 생맥주 시장이 과거처럼 활황으로 돌아가긴 힘들 거다. 지난 2년간 사람들의 회식·외식 문화도 많이 바뀌어서 유흥시장 회복 또한 늦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가정과 소매 시장에서 캔맥주 소비는 가속화되고 있다. 혼술과 1인 가구 증가는 캔맥주 소비 증가로 이어질 거다.
 
결국 수익성 부분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다. 작아진 유흥시장에서는 압도적 시장 지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품질을 강화하고, (영업·R&D·마케팅 등) 조직을 유지해 생맥주 시장을 잘 지키고, 소매 시장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다.”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업계 최초로 상장에 성공했다. 카브루는 IPO 준비를 어떻게 해가고 있나.
“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장한 회사가 되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이 있다(웃음). 우리는 2023~2024년 상장을 계획하고 타임 스케줄을 따라가고 있다. 회사 관리 효율화를 위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했고, 올 하반기에는 IPO 주관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엔데믹과 함께 새로 준공한 공장이 잘 돌아가면 매출과 이익이 IPO 조건에 더 가까워질 거다.
 
제주맥주는 좋은 밸류를 받으며 상장했는데, 수제맥주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요즘에는 투자자들도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익성 개선이 지연되면서 도전을 받고 있는데, 성장성 이외에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이냐는 질문에는 카브루도 증명해야 한다. 
 
우선 일정 수준의 매출까지 끌어 올려 고정비를 분산하고, 공장 자동화를 통해 제조원가를 낮출 예정이다. 유흥시장과 소매시장의 조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이고, 마케팅비와 판관비를 통제한다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진주햄에서도 이런 과정을 거쳐왔고, 실제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어떻게 원가를 절감해서 원가율을 낮추고, 판관비를 통제할지에 대한 노하우가 우리에겐 있다. 진주햄에서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부분을 카브루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한국의 수제맥주 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수제맥주 산업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매 등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사진=유대길 기자]


- 수출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지난해는 수출의 가능성을 본 시간이었다. 카브루는 40만 캔 정도를 수출했는데, 전년도와 비교하면 6배 성장한 수치다. 올해는 이보다 3배 더 성장 목표를 세웠다. 해외 바이어를 만나면 K-비어에 관심이 많다. 또, 높은 품질에 놀란다. 한국 가공식품이 많이 수출되면서 동남아나 미국 시장에서 만두, 라면, 김치 등이 인정받고 있지 않나. 식문화의 수출과 연계되면 당연히 한국 맥주에 관심 갖는 외국 소비자도 많아질 거다. 국내 맥주 시장은 4조원 규모인데, (파이가 한정돼 있어) 해외가 아주 좋은 시장이다. 이제 수출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종량세에 물가연동제가 적용돼 4월에는 주세가 또 오른다. 수제맥주 업체 입장에서 매년 오르는 종량세는 부담이 될 것 같다.
“수제맥주 업계가 종량세 전환으로 새로운 사업 기회 얻은 것은 사실이다. 당시에는 물가연동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없었는데, 올해 주세가 2.5% 오르면서 원가 타격이 오고 있다. 이미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가 엄청나게 올랐는데 (주세가 물가에 연동되기 때문에) 내년에는 정말 걱정이다. 시장이 아직 마이너 하고 판매의 대부분을 유통업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격 결정권도 없다. 주세가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통제권까지 없으니 우려가 된다.”
 
 
-수제맥주 업계의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가 있다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너무 어려웠다. 특히,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가 활로를 찾기 위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해왔다. 미국이나 유럽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판매에 대한 규제를 조금씩 풀고 있다. 소규모 맥주 회사가 소비자에게 기여하는 부분을 인정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반면, 한국은 이 문제에 있어 너무 엄격하고 보수적이다. 어떤 부분에 우려가 있는지도 잘 알고 있지만, 부작용을 해결하면서 제한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이 있을 텐데 안타깝다. 이미 온라인 주류 시장은 글로벌에서부터 열리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소비의 축이 옮겨가고 있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데, 한국만 막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 카브루의 목표는 무엇인가
“수입맥주가 한국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지난 10년간 1조원의 시장을 형성했다. 수제맥주도 이와 같은 길을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카브루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속에서 리더가 되고 싶다. 이익을 내고,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도전과 모험 속에서 우리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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