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식 작은정부] 여가부 폐지 확정…외교부·산업부 '통상'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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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조 기자
입력 2022-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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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각종 대통령직속위원회 통·폐합은 물론이고 중앙정부도 개편,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향하는 '작은정부'로 가는 것이다.

공무원 수도 줄인다. 앞서 윤 당선인은 지난해 12월 관훈토론에서 "작은 정부, 효율적 정부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도 최근 정부조직개편 관련 세미나에서 "비대해진 공공부문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효율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확정됐고, 통일부는 살아남았다. 외교부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통상 기능 이관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조직 개편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문 닫는 여가부···통일부는 고유기능 강화 초점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유대길 기자]

여가부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인수위는 지난 25일 오후 브리핑에서 "여가부 폐지는 이미 인수위 내에서 확정됐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핵심 공약인 여가부 폐지에 대해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인수위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여가부라는 이름으로 존치되지 않을 것"이라며 "하던 업무를 쪼개서 다른 부처로 나눌지, 여가부를 대체하거나 통합적으로 일할 수 있는 다른 정부 조직을 만들지 여러 방안이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단체와의 만남도 추진하기로 했다. 신 대변인은 "여성 단체들이 연합해서 소통 창구를 갖고 있는 줄로 안다"며 "그 팀만 만날 것인지, 다른 대표성을 가진 단체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남의 자리에는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나설 예정이다.

윤 당선인도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여가부 폐지 관련, "공약인데 그럼. 내가 선거 때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여가부는 부처의 소명을 다했다"며 "효과적으로 권리 구제를 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지난 25일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업무보고에서 부처를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보고는 통상 2시간 안팎이 소요되는데 여가부는 1시간도 안 돼 끝나 인수위가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폐지론이 불거졌던 통일부는 새 정부에서도 유지된다. 인수위는 최근 "통일부 폐지는 없다"며 "통일부 고유의 기능을 되찾는 쪽으로 인수위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인수위는 통일부가 남북 교류 협력, 인도주의 지원 등 기본적 업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유 업무 기능을 보강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도 했다.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통일부 폐지를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 차이 등으로 통일부 폐지 여론이 흘러나왔다. 과거 국민의힘에서 통일부 폐지론을 제기한 것도 존폐 논란을 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폐지론에 적극 반박해 왔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2일 통일부 창설 53주년 기념행사에서 "통일부 존재의 이유는 분명하다"며 "정권이 변해도 대북정책을 공식적으로 조정·결정하는 것은 통일부만의 고유 역할"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대 정신과 가치가 변화하면서 통일부 존재 이유에 대해 반문하는 목소리도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스스로 더욱 단단해지고 새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업무 놓고 외교부-산업부 신경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사진=외교부]

외교부는 '통상 기능 복원'을 주장하며 산업부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9일에는 이례적으로 외교부 고위당국자가 백브리핑을 자청해 통상 기능을 되찾아와야 하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최근 산업부가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설문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위기감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KIAF는 기계·디스플레이·바이오·반도체·석유화학·자동차 등 업종별 단체로 구성됐으며 산업부 차관 출신이 회장으로 있다. 지난 21~22일 수출기업 124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8개사(87.1%)가 통상 기능은 산업부에 존치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산업부의 통상 기능 유지 필요성을 언급한 기사 상당수가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이 최근 기고문에서 '정부 수립 후 75년 동안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한 기간은 15년뿐'이라고 밝힌 데 대해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속하지 않은 기간은 9년뿐"이라고 반박했다.

산업부가 '산업을 잘 알아야 통상을 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선 "통상의 기본적인 기능은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제조업 담당 부처가 농업·수산업 등 분야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부처 간 '밥그릇 싸움'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고위당국자는 "실·국장, 사무관 몇 명의 문제가 아니고 관심도 없다"며 "다만 지난 9년간 통상 업무가 없어 보니까 너무 힘들었고, 절실한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사실상 팔·다리가 묶인 상황에서 경주해야 했다고 비유했다.

또 그동안 산업부에서 통상 업무 담당자들이 소외됐다고 봤다. 그는 "어느 쪽에서는 (통상 업무를) 계속 등한시하다가 조직 개편 이야기만 나오면 갑자기 옥동자로 대접하는지, 왜 (통상 기능이) 외교부에 있을 때는 많은 엘리트 직원들이 이 업무를 하겠다고 몰렸는지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부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갖고 있어 산업·통상 간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심화한 공급망 교란 및 재편 경쟁에서 그 어느 때보다 산업·통상 간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고 부연했다. 산업부는 최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도 '산업정책과 일체화된 통상전략'을 앞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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