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제약바이오강국 도약, 호랑이에 날개를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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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기자
입력 2022-03-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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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장병원

장병원 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 [사진=제약바이오협회 ]

 
65조원. 코로나19 백신과 경구용 치료제로 세계에서 주도권을 잡은 미국 제약사 화이자가 올해 벌어들일 것으로 추산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화이자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813억 달러(약 97조원)를 기록했는데, 이 중 코로나19 백신 매출만 368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여기에 경구용 치료제 판매실적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상황을 차치하더라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은 세계 시장에서 연간 수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부가가치를 갖고 있다.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대비 4.5% 성장, 지난해 약 207억 달러(약 2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 개 제품 매출이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 시장 규모 전체(약 24조원)와 맞먹는 셈이다. 승용차로 치면 약 100만대를 팔아야 얻을 수 있는 매출이다. 때문에 오늘날에도 글로벌 빅파마들은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각국 정부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을 첨단산업과 융합한 미래먹거리로 선정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질병 치료에 적합한 후보물질 발굴부터 안전성‧효능 등 입증까지 10여 년간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허가받아 판매하려면 충분한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허가를 위한 막바지 단계인 글로벌 3상에만 약 2000억원에서 약 1조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그동안 국산신약 34호까지 개발에 성공하면서 R&D 역량을 축적하고, 어느 때보다 신약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그 규모는 글로벌 빅파마에 견주기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 2020년 약 3조2904억원이며, 매출대비 투자 비중은 12.3%로 집계된다. 제조업 평균 2.6%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으로, 연구개발 중심기업인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그 비율이 14.2%에 달한다.

그럼에도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R&D 투자 규모 총액은 약 1조4000억원대인 반면, 세계 10대 빅파마의 R&D 투자비용은 82조원으로 절대적 열세를 보인다. 화이자의 경우 지난 2020년 약 88억8400만 달러(약 10조63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초격차는 총 매출 규모 2조원을 최근에야 바라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쉽사리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는 장벽이 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글로벌 블록버스터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유망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후보물질을 해외 기업에 넘기는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방식을 선택한다. 작년에만 이 같은 방식으로 13조원 이상의 기술수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바이오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온전한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성공해야 한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정부에 “K-블록버스터 신약 창출에 국가적인 R&D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장을 피력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R&D 투자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인력 및 병원 인프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후기단계 글로벌 임상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있어서다. 이에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약 5조원 이상 규모의 메가펀드를 조성하고, 혁신적인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후기임상 지원 등 신약 개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일찍이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는 제약바이오부문에 20조원 이상을 투입하고, 미국의 5조원 규모 민간펀드 블랙스톤 라이프사이언스는 후기임상에 집중 투자하며 글로벌 블록버스터 개발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임상 3상에 도전하기 위해 메가펀드 조성 등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호주와 같은 임상 지원 펀드(Medical Research Future Fund) 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흑호의 기운으로 국민건강과 경제성장에 기여하자”. 연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약업인들이 신년 교례회에서 외친 구호다. 제약바이오산업이 감염병으로부터 국민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국가 경제성장을 주도할 유일무이한 산업이라는 업계의 정체성과, 산업 종사자로서의 책임감을 담은 말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이 흑호와 같은 기상으로 글로벌 시장을 호령하며 국민건강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이자, 경제를 이끌어갈 미래산업으로 역할을 다해나갈 수 있도록 도약의 날개를 달아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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