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코로나 재습격에 갈팡질팡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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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2-03-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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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미크론발 지역사회 감염 급증세

  • 지린·산둥·광둥 등 '우한 봉쇄' 재연

  • "가스 끊기고 식료품도 부족" 호소

  • 곳곳서 방역 허점 노출, 민심 동요

  • '제로 코로나' 강행 속 커지는 우려

중국 지린성 지린시의 한 동네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베이징에 거주하던 리웨(李月)씨는 최근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의 상태를 살피러 고향 지린시로 갔다가 그대로 발이 묶였다.

이달 초부터 지린시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면서 도시 전체가 봉쇄된 탓이다. 

관공서는 물론 학교·기업·상점이 모두 문을 닫았고, 외부와의 교류도 완전히 차단됐다.

2020년 코로나19 발생 초기 두 달 넘게 고립됐던 후베이성 우한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게 리씨의 전언이다. 

리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스비 수납 직원이 출근을 못해 아파트 단지에 가스 공급이 끊긴 상황"이라며 "식료품 조달에도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건 지린시뿐만이 아니다. 산둥성과 광둥성, 상하이 등 지역의 주민들도 각종 봉쇄 조치에 따른 민생고를 호소하는 중이다.

중국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제로 코로나' 정책이 기로에 섰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서구처럼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모색하기도 쉽지 않다. 

오미크론 변이의 전파력을 감안할 때 방역 수위를 낮출 경우 2억 명 이상이 감염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올가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이 결정될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를 앞두고 경제·민생 안정에 주력해야 할 중국 공산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 코로나 확산 추이[자료=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중국도 못 피한 오미크론 습격 

16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는 각각 1860명과 1194명이다. 역외 유입을 제외한 지역사회 감염 사례다. 

지난 14일에는 확진자와 무증상 감염자를 합쳐 5154명이 감염됐다. 2020년 초 우한 사태 이후 최고치다. 

이달 들어 누적 확진자는 1만5000명을 넘어섰다. 전체 31개 성 가운데 28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중국 전체가 오미크론 변이의 습격을 받은 셈이다. 

우쭌유(吳尊友) 중국질병통제예방센터 수석 전문가는 중국중앙방송(CCTV)과 인터뷰하면서 "올해 들어 국내 집단 감염 증가세가 완연해졌다"며 "월 평균 확진자 수가 작년과 재작년의 10배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린성과 산둥성, 광둥성, 상하이 등의 확산세가 무섭다. 지린성 지린시의 경우 지난 12일 신규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14일 하루에만 3580명이 감염됐다. 

지린시는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6차례나 핵산 검사를 실시했지만 신규 확진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컨테이너 병원 3곳을 증설해 1만 개의 병상을 추가로 마련했지만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다.

리씨는 "격리 병상 확보를 위해 기존 입원 환자 중 중환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퇴원시키고 있다"며 "병원을 나서도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아 걸어서 귀가하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전했다.

산둥성 칭다오에서도 지난 4일 시내 라이시인민병원에서 3명의 확진자가 보고된 이후 현재까지 1700명 이상이 감염됐다. 칭다오에서 시작된 지역사회 감염은 인근 옌타이와 웨이하이와 더저우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중국에서 방역 우등생으로 평가받던 상하이도 뚫렸다. 지난 1일 확진자 1명이 보고된 뒤 전날까지 955건의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상하이의 경우 홍콩으로부터 유입된 바이러스가 지역사회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10일 기준 역외 유입 확진자 612명 중 481명이 홍콩에서 넘어왔다. 

상하이 위건위 관계자는 "홍콩 내 코로나19 유행으로 육로가 막히자 항공편을 통해 상하이로 들어오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며 "이들 중에는 상당수의 감염자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민항국은 오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상하이 푸둥국제공항의 국제선 운항을 금지하기로 했다.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 선전은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를 봉쇄하고 지하철·버스 운행도 중단하는 폐쇄식 관리에 들어갔다. 

홍콩발 유입으로 1000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한 광둥성 둥관도 선전과 같은 조치를 시행 중이다. 

◆곳곳서 방역 허점 노출 

왕덩펑(王登峰) 교육부 체육위생예술교육사 사장(국장)은 전날 국무원 합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비교적 오랜 기간 평온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사상이 마비되고 경계심이 느슨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곳곳에서 부실 방역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상하이의 5성급 호텔인 화팅호텔의 경우 역외 유입 확진자가 묵었는데도 사후 관리 소홀로 지역사회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국은 화팅호텔 영업 중단을 명령하고 확진자 격리 호텔로 활용키로 했다. 

상하이 제6인민병원에서는 확진자 발생 책임을 둘러싸고 병원 직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이 사실이 온라인을 통해 알려져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칭다오의 경우 지난 6일 시하이안신구에서 확진자가 나온 게 외지에서 온 택배 때문이라고 밝혔다가, 그날 오후 부시장이 나서 오류를 시인하는 일도 있었다. 

중국신문주간은 "무증상 감염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종 관리 소홀까지 더해져 방역 난이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제로 코로나' 고수 성공할까

진둥옌(金冬雁) 홍콩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새로운 수단을 강구할 때"라며 "격리 시기와 필요성, 퇴원 기준 등을 고려해 방역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확진자가 계속 늘어날 것에 대비해 '위드 코로나'로의 점진적 전환을 생각해 볼 시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 수뇌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11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제로 코로나' 사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리 총리는 "코로나19 발생 상황과 바이러스 특성에 따라 방역의 과학적 정확도를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인 12일 쑨춘란(孫春蘭) 부총리도 국무원 합동 회의에서 "외부 유입 예방과 내부 확산 방어라는 대전략을 견지해야 한다"며 "유연한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방침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리 총리와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 방역을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위상이 흔들릴 것을 우려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중국 내 방역 전문가로 유명한 장원훙(張文宏)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병학과 주임은 "바이러스와 장기간 공존할 지혜가 필요하다"며 '위드 코로나'를 주장했다가 매국노로 몰린 바 있다.

그때의 분위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달린 20차 당대회 전이라 민심 동요 막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올해 '안정'에 방점을 찍은 국정 운영을 선언한 중국 수뇌부 입장에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경제·민생 악화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며 "당분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겠지만 고민도 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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