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새정책] 고질적 관치금융 병폐 언제까지…전문가들 "금융산업 육성-위상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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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서민지 기자
입력 2022-03-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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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사진=연합뉴스]

금융권은 그동안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과 과거 규제의 답습으로 끊임없이 몸살을 앓아왔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금융산업 자체의 경쟁력 확보를 고민하고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산업 흐름에 발맞춰 성장할 수 있는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값 잡으려 대출 죄고 정치권 압박에 카드수수료 인하…"금융의 도구화"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금융산업 관련 정책을 두고 ‘금융홀대론’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지적이 제기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정부의 금융산업에 대한 시각이 꼽힌다. 정부는 금융산업의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보다는, 타 부문을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금융을 활용했다.  

대표적 사례로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따라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대출규제가 꼽힌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고공행진하자 집값을 잡겠다며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조기 시행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서민과 실수요자들은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크게 오르는 등 고통을 겪어야 했다. 특히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이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가수요에 부채질을 했고, 일부 시중은행들은 한도 소진으로 대출 공급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3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도 정부와 정치권의 대표적인 관치금융 사례로 꼽힌다. 국내 카드수수료는 정부 의지와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압박에 따라 지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총 14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됐다. 올해 역시 대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이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겠다며 수수료를 낮추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이 수수료를 직접 결정하는 행태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이미 영세 소상공인에 대한 카드수수료 부담이 세제혜택 포함 시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되기 어려운 데다 카드사들이 줄어든 수수료 비용을 카드 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체하면서 결국 금융소비자 부담 확대로 귀결되는 이른바 '밑돌 빼 윗돌 괴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2년여 간 총 4차례에 걸쳐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유예 조치 연장 결정이나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겠다며 '연 10%대' 금리효과를 제공하는 청년희망적금 역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혼란을 자초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한도가 정해져 있던 청년희망적금의 경우 수요가 당초 예상보다 8배가량 몰리면서 '선착순대출' 논란으로 번지자 정부가 일방적으로 가입대상 확대를 결정했다. 정부가 일부 재원을 통해 이를 만회해준다고 하나 은행들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상품을 떠안게 된 셈이다.
 

‘금융시장 급변’ 혁신 외치지만 규제는 제자리…컨트롤타워도 부재

이와 함께 빠르게 변화하는 금융시장과 달리 금융정책은 과거 규제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차기 정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를테면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부 정책대출을 받으려 해도 금액 기준이 수도권 등의 급상승한 집값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을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산업 진출과 가상화폐, 디지털화폐의 등장으로 대변되는 디지털금융 시대 속에서 정부의 소극적인 움직임은 금융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빅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융합 서비스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당장 금융권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엄격한 전업주의 원칙이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금융의 기반이 되는 개인정보보호나 신용정보 등 데이터 정책 역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 별로 내용이 분산돼 제각각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빅데이터'나 '혁신금융'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부처를 뛰어넘어 큰 범위에서 방향을 잡아줘야 하지만, 정책 측면에서 실질적인 발전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기싸움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간 힘겨루기로 논란이 된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움직임에 따라 소비자보호 강화를 목표로 마련된 법안이다.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과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도입, 대금결제업자 후불결제업무(소액) 허용, 빅테크 관리감독체계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유관기관이나 기존 금융사, 빅테크 등 이해관계자 간 이견으로 관련 입법은 표류 중이다. 
 

전문가들 "개입 자제·장기적 관점서 정책 추진해야"···금융감독체계 개편 요구도

한편, 전문가들은 규제산업인 금융업에 대한 일정부분의 개입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금융이 부동산 등 정부정책의 도구화가 되는 것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국내 금융산업 자체에 대해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산업은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 분명 있는 만큼 개입 자체를 지적하기는 힘들다"면서도 "다만 금융산업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부분에 대한 인식은 약했던 점은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새 정부 들어서는 코로나 후폭풍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아무런 데이터가 잡히지 않아 샘플링을 통해 연체율이나 부실률을 알 수가 없어 지원 종료가 일시에 오게 되면 금융시스템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단순히 생각하면 금융회사만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엔 국민 개개인들의 돈까지 묶일 수 있으므로 (연착륙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금융혁신과 금융산업 경쟁 확산을 위한 새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이버나 카카오 등 비금융사업자들이 이미 금융권에 진입을 한 상태에서 과거의 금산분리, 은산분리 규제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애매모호한 상태"라면서 "금융그룹/기업집단제도를 손질하는 등 빅테크들의 금융 진입에 걸맞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강 교수는 또 "(현 정부의) 가상자산 관련 정비는 초보적 단계의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방향을 제대로 잡아주고 디지털화폐나 가상자산에 대해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동원 성균관대 교수는 "금융감독에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면 감독당국이 자체적으로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판단하겠지만 LTV 규제가 정부 가계대출 대책과 연계되다 보니 본 취지와는 맞지 않는 사례들이 있었다"며 "사모펀드 사태 등 대표적인 금융감독 실패 사례도 독립성 확보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금융산업에 자율성을 줄 수 있도록 당국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들은 개입하지 않고 자율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고,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함께 감독기관도 전문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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