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러 금융제재 본격화…국내 금융그룹도 대응책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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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3-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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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러시아 모스코바에서 한 남성이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러시아 금융제재 대상은행인 스베르방크(Sberbank) ATM에서 돈을 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전세계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본격적인 금융제재가 시작되자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예상 피해 규모를 점검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러시아에 현지 법인을 둔 하나·우리금융그룹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반을 따로 꾸리고 비상계획도 세웠다. KB·신한금융그룹은 러시아·우크라이나에 직접 진출하지는 않았지만 주가와 환율, 금리, 원자재 가격이 크게 요동칠 것에 대비해 모니터링(감시)을 강화하고 자산관리·투자 고객에게 실시간으로 문자·앱 알림 등을 통해 투자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러 금융제재 동참 은행 7곳과 거래 끊는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1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정부가 대(對)러시아 금융제재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러시아 주요 은행과의 금융거래와 러시아 국고채 거래를 막기로 했다.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SWIFT·국제금융통신망) 배제 조치를 지지한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우선 미국의 제재 대상인 7개 주요 러시아 은행 및 자회사와의 금융거래가 중단된다.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 개인 모두 제재 대상 은행을 통해 거래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제재 대상은 스베르방크(Sberbank), VEB, PSB, VTB, 오트크리티예(Otkritie), 소보콤(Sovcom), 노비콤(Novikom) 등 7개 은행과 이들의 자회사다. 은행별로 설정된 미국의 제재 유예기간에 맞춰 거래 중단 조치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농산물과 코로나19 의료 지원, 에너지 관련 거래 등 미국에서도 일반 허가를 발급해 예외적으로 거래를 허용한 분야·은행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으로 거래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출입 기업이 제재 대상 은행과 이미 맺은 계약에 따른 금융거래는 유예기간 내에 완료해달라고 당부했다. 미국은 제재 대상 은행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개인에도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부과키로 했기 때문에 우리 은행이 이들 은행과 거래하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일부 7개 러시아 은행 제재와 러시아 은행의 스위프트 퇴출은 미국 또는 서방이 결정, 시행하는 제재 조처이지만 우리 정부도 국제사회 제재 동참 차원에서 별도로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국내 금융기관과 제재 대상 은행 간 거래 여부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1일 한 러시아 여성이 RNCB 은행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정부는 국내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상대로 오는 2일 이후 신규 발행되는 모든 러시아 국고채의 거래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국내외 발행·유통시장을 아우르는 조치다. 이에 따라 개인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서 러시아 국고채를 매입하는 일도 불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특히 공공기관 등에 대해서는 러시아 국고채 거래 중단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해 나갈 것"이라며 "민간 금융기관도 관련 거래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금융 제재가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한국 정부는 러시아 은행들에 대한 스위프트 배제 조치를 지지하며 향후 유럽연합(EU)의 제재가 구체화되는 즉시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국제은행간통신협회는 본사가 위치한 벨기에 금융당국의 배제 명령에 따라 배제 대상 은행의 망 연결 제한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 정부는 "스위프트 배제 대상 은행과 적용 시기 등이 발표되는 대로 해당 조치가 국내외에서 차질 없이 실효성 있게 집행될 수 있도록 내부통제 절차 및 금융거래 모니터링 시스템 정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금융기관에 당부했다.

SWIFT 결제망은 금융 거래를 위한 글로벌 메시지 시스템으로 200여개 국가의 1만1000개 은행을 연결해 빠른 국경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한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해외 금융기관과 수출·수입 대금 등 자금을 주고받는 데 제약이 생겨 가장 강력한 경제 제재 수단 중 하나로 꼽혀왔다.
현지법인 둔 하나·우리 리스크 검토···고승범 "은행권 협조" 당부 
 

5대 금융그룹 가운데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경제·금융 제재의 대상이 된 러시아에서 현지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와 루블화 가치의 급격한 변동에 따른 러시아법인의 위험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 하나은행'을 둔 하나금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반'을 신설했다. 특히 러시아 현지 은행 가운데 특별지정 제재대상(SDN) 리스트에 포함된 은행들에 대한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거래 중인 러시아 현지 진출 주요 기업들과의 핫라인(긴급연락망)도 유지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잠재 위험에 노출된 대출·투자액)는 작년 3분기 공시 기준으로 2960억원 정도다.

우리금융은 위기 상황 발생을 가정하고 국외 영업점 지원을 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세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국가에 대한 익스포저 확대를 최소화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금융은 2008년 1월 러시아 현지 법인 '러시아 우리은행'을 설립한 뒤 2011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 2014년 10월 블라디보스토크 사무소를 열었다. 사태 전까지 한국 지사·상사 대상 영업뿐 아니라 IB(투자은행) 전문인력을 채용하며 러시아 대기업과 인근 독립국가연합(CIS) 지역 국가들을 상대로도 활발하게 거래를 늘려가고 있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우리금융의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는 2664억원이다.

신한금융도 지난 25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대응반'을 구성해 영업점 등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거래 자제 등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러시아 현지법인은 없지만 우크라이나 인접국인 독일(신한은행 유럽법인), 카자흐스탄(신한은행 카자흐스탄법인), 폴란드·헝가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다만 현지 진출과 관련해 은행업 관련 정보 수집을 위한 목적으로 개설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의 직접적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공시 기준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가 357억원이다.  

KB금융도 국내외 경제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에서 최근 모니터링 빈도 등을 상향 조정했다. KB국민은행은 문자, 스타뱅킹 앱의 '마이데이터 자산관리' 메뉴 팝업창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 Q&A(질의·응답)' 등을 공지하고 현재 상황과 금융시장 영향 가능성 등을 안내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러시아 관련 익스포저는 56억원이다.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은행연합회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 러시아에 대한 SWIFT 배제 등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가 실효성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은행권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 등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은행의 건전성과 리스크 관리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권은 스스로가 우리경제의 안전판이라는 인식을 갖고, 최근 점증되고 있는 불확실성 요인에 대해 세심하게 점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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