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車반도체 공급난 우려···"범용 반도체라도 돌려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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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03-0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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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수요 급증·TSMC 등 복합적 원인

  • 하반기도 안풀릴 듯···인프라 증설 필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예상보다 길어질 조짐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공급 해소를 기대했지만 공급과 수요 간에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 최악에는 올해는 물론 2023년까지 수급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일반 범용 반도체를 차량용 반도체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1일 미국 전자부품 판매업체 솔센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주문 리드타임(고객 주문부터 납품하기까지 소요시간)은 지난해 10월 대비 평균 15주 길어졌다. 특정 프로세스는 리드타임이 최장 99주에 달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차량용 반도체 누적 주문량이 올해 생산능력을 20~30% 초과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업체들마다 2023년분까지 주문에 들어가는 등 재고 확보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1위인 네덜란드 NXP는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은 110억6300만 달러(약 13조3000억원)에 영업이익은 25억8300만 달러(약 3조1100억원)로 전년 대비 각각 28%, 518% 폭증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 영향력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의 보이지 않는 원인이라는 시각이다. 공급난 핵심 품목이었던 MCU(마이크로컨트롤러)는 TSMC가 글로벌 생산량 중 60%가량을 책임진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NXP를 비롯해 독일 인피니언,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이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지만, 이들은 자체 생산보다 개발과 설계의 팹리스 역할에 주력하며 TSMC에 대다수 물량을 맡기고 있다.

최근 독일 인피니언은 증산에 어려움을 겪자 말레이시아 쿨림 공장에 20억 유로(약 2조7000억원)를 투입해 생산라인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자체 소화 물량 증대를 꾀했다. 해당 라인 가동 시점은 2024년 하반기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공급난을 해소하겠다며 지난해부터 라인 증설 등에 나섰지만 공급량이 당장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며 “여러 가지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지난해 가격 인상 단행을 고려했을 때 시장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물량 조절도 일부 내포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완성차 업체는 범용 반도체를 차량용 반도체로 돌려 쓰는 시도에 나섰다. 현대자동차는 일반 가전에 쓰이는 범용 반도체를 차량 생산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와 닛산 역시 범용 반도체 활용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충격에 강하고 고온과 저온에서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필수 요건이다. 그러나 후미등이나 헤드라이트 등에 활용하는 반도체는 이러한 내구성에서 다소 자유로워 범용 반도체로 대체할 수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이라며 “생산량이 늘어나려면 새로운 대형 플레이어가 등장하거나 인프라 증설 등이 이뤄져야 하며, 이러한 환경적 제약으로 인해 아무리 일러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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