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형의 불온한 정치] 박근혜 TK 사저는 '정치적 활주로'…'불가근불가원' 尹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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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정치부 부장
입력 2022-0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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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정부서 깜짝 사면받은 박근혜…내달 2일 대구 사저로 낙향

  • 대지면적 1676㎡·연면적 712㎡…지상 2층 단독주택 25억 매입

  • 朴 정치적 메시지, 대선 막판 변수…李·尹 중 한 명 타격 불가피

  • 朴·尹 '수사검사·피의자' 묘한 관계…'탄핵 강이냐, 늪이냐' 기로

  • '사과·반성 없었던' 박근혜 회고록…'정치적 명예회복 선언' 복선

박근혜 전 대통령이 퇴원 후 머물 것으로 알려진 대구 달성군 사저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중)" 한국 대선판에도 하나의 유령이 떠돈다. '박근혜'라는 변수가. 3·9 대선의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단연 박근혜 전 대통령 메시지다. 

재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에 따라 대선판은 출렁인다. 그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의 화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한 명을 옥죈다. 특히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윤 후보의 부담은 더 크리라.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다. 한때 보수의 아이콘과 미래 권력을 꿈꾸는 보수 정당 후보의 이 묘한 관계를 어찌 할꼬. 

이미 네 차례나 요동쳤다.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 전날 발표한 '박근혜 특별사면'. 신축년(辛丑年) '마지막 날'에 자유의 몸이 된 박 전 대통령. 그에 앞서 하루 전 출간된 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그리움은 아무에게나 생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구 낙향' 결정. 

◆TK로 낙향하는 朴, 정치적 부활 '복선'

헌정사상 처음 파면된 전직 대통령의 낙향. 실정법 위반과는 관계없이 자신의 남은 생을 정리하는 '일종의 성찰'일까. 혼돈의 앙금이 남은 감정의 교통정리 같은. 아니면 칼잡이 본능을 발휘하려는 '정치적 복선'일까.  

후자에 가깝다. 의도는 전자여도 결과는 후자를 향한다. 그게 권력의 속살이다. 특히 정치권력은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야수적 본능의 탐욕을 쟁취하는 게임이다. 1%가 99%를 차지하는 승자독식 게임에서 양보 따위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누가 뭐래도 '무조건 고'다. 의도했든 아니든, 정치판에 있는 이상 이래도 저래도 피박 아니면 독박이다.

혹자는 박근혜 변수가 '제한적'이란다. 피상적 분석이다. 추종자는 예전만 못하더라도 상징성을 감안하면 결코 제한적이지 않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스타일까지 더하면 변수의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되리라. 박 전 대통령은 인파이터가 아니다. 전형적인 아웃복싱 스타일이다.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한마디 툭 내뱉는다. 2006년 5·31 지방선거 판을 뒤엎은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 정치'가 대표적이다.  

아웃복서 정치인은 비주류일 때 빛을 발한다. 박 전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것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1998년이다. '천막 당사'를 치고 보수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시기는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제17대 총선이다.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MB) 정부 때도 '여당 내 야당'으로 통했다. 

최상의 조건이다. 박 전 대통령은 현재 보수진영의 주류가 아니다. 제 아무리 '선거의 여왕'일지라도 5년 전 '혼용무도(昏庸無道) 대한민국'을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양당 대선 후보와도 질긴 악연 관계로 묶여 있다. 이 후보는 '박근혜 탄핵'을 맨 처음 공론화한 장본인이다. 윤 후보는 국정농단 수사 때 박 전 대통령과 '수사 검사와 피의자'로 얽혔다. 'DJ·노무현·MB'와 척지던 그때처럼 '고난의 박근혜' 캐릭터 부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5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이 키운 윤석열' 출정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尹, 朴밀착 땐 '탄핵 주홍글씨'…멀어지면 '野분열'

관전 포인트는 '박근혜 메시지'의 종착지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자신의 회고록으로 메시지를 갈음하는 것이다.

윤 후보로선 정치적 부담이 작지 않은 시나리오다. 윤 후보가 보수 결집을 위해 유화적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발신할 땐 '탄핵의 강'을 건널 모멘텀 마련은커녕 되레 '탄핵 늪'에 빠질 수도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탄핵을 언급, "시간이 걸려도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사과·반성을 거부했다. 2017년 10월 추가 구속영장에 대해선 "정해진 결론을 위한 요식행위"라고 했다. 이를 발부한 이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인 윤 후보였다. 

공은 윤 후보에게 넘어갔다. 대선 코앞에서 단지 '보수 동맹'을 위해 자신이 45년을 구형한 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는다? 그야말로 뼛속까지 구태 DNA다. '묘서동처(猫鼠同處)'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아닌가. 공자·맹자가 부활한다면, '참으로 염량세태(炎凉世態)로구나'를 외칠 게 뻔하다. 

혹여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해도 '탄핵 주홍글씨'는 5년 내내 발목을 잡으리라. 박 전 대통령과 '가까워지면 탄핵의 늪, 멀어지면 보수 분열…' 이 딜레마를 풀 키워드는 부진즉퇴(不進則退).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한다. 윤 후보가 풀어야 할 마지막 퍼즐의 키워드다. 최종 선택은 본인 몫이다.

 

[최신형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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