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해외 '특허괴물' 공세 격화...'韓기업 보호' 방패 세운 로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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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2-02-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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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특허전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와 함께 급부상하는 단어가 뭐냐면 '경제적 어려움'입니다. 미국이라는 전세계 최강의 국가는 자국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특허를 통해서 자신들의 밸류를 다시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분쟁을 야기했습니다." (박정호 명지대 산업대학원 교수, 2020년 8월 7일 '특허청' 유튜브 채널)

삶이 팍팍해질수록 내 것 챙기기 바빠지는 인간의 본성처럼, 글로벌 특허전쟁도 마찬가지일까.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며 해외 기업들과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분쟁이 늘고 있다.

17일 특허청에 따르면 국제 IP 분쟁으로 특허청에 지원을 요청한 기업은 2019년 692개사, 2020년 902개사, 지난해 986개사다. 코로나19가 발발하던 2020년을 기준으로 특허분쟁 지원을 요청하는 기업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IP 분쟁은 국가별, 산업별, 기술별 폭넓은 인재 풀과 동시에 디스커버리 제도 등 다른 나라 소송 제도에 대한 이해 등 '종합 컨설팅'이 필요한 분야다. 글로벌 특허전쟁이 곳곳에서 발생할수록, 자연스레 국내 대형 로펌 IP 전문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韓기업 상대 美특허소송 절반이 '특허괴물' 사건
최근 해외 경쟁 기업이 직접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하지만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 공세를 퍼붓는 경우가 많다. NPE는 주요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를 매입한 후 다른 기업에 특허소송을 걸어 로열티나 합의금을 받아낸다.

지식재산보호원의 최근 집계를 보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특허소송 건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1492건이고, 이 중 NPE 사건은 840건으로 전체의 56.3%를 차지했다. 2분기는 55.4%, 1분기는 55.8%다.

지식재산보호원은 '2021 IP Trend 보고서'를 통해 "NPE 소송활동 강화는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증가세가 조금 더 가팔라졌다"며 "이는 코로나19 위기를 거치며 제조 기업들이 보유한 특허 포트폴리오 일부를 NPE가 인수 또는 파트너십을 체결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이 넘어야 할 난관 '이해충돌 문제'
특허 등 IP 소송을 할 때 국내 기업이 첫 번째로 맞닥뜨리는 난관은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국가나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이 터진다는 점이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IP 소송은 한번 이슈가 터지면 미국,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며 "국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 난관은 흔히 법조계에서 흔히 '쌍방대리 금지'로 불리는 '이해관계 충돌' 문제다. 기업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대형 로펌일수록 의뢰인들 간 이해관계가 충돌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펌업계에서는 이해관계 상충 여부를 점검하는 것을 간단히 '컨플릭트(충돌) 체크'라고 한다.

특허법원 판사 출신 염호준 태평양 IP그룹 변호사는 "외국 로펌에서 '상대방이 우리 고객이라 미안하지만 맡아줄 수 없다'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돈이 있어도 적절한 로펌을 선임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며 "특허 등 IP 문제에 대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가 있는 국내 로펌이라면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면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임형주 율촌 변호사(신산업IP팀 팀장)는 "기술 분야별로 강점이 있는 외국 로펌 풀이 있다"며 "국내 로펌들은 재판에 직접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사내 변호사처럼 최강팀을 구성해 미국 등 해외 로펌과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을 써오면 제대로 썼는지 자문 및 검토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스커버리, '전초전'이지만 사실상 전쟁 '승패 좌우'
특허 소송의 경우 전장은 미국인 경우가 가장 많다.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선 당사자들이 증거자료를 교환하는 증거개시(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소송 당사자들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유지해야 할 '증거보존' 의무가 있고, 만약 이를 어기면 법원의 엄격한 제재를 받는다.

대표적인 예가 SK와 LG의 '배터리 전쟁'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해 2월 정식 판결에서 LG의 손을 들어준 데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ITC는 "SK의 증거인멸, 증거개시 과정에서의 늑장 대응 등은 이 사건을 신속히 끝내야 하는 ITC의 법적 의무와 절차적 일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며 SK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국내 로펌들도 해외 IP 분쟁에서 디스커버리 대응이 핵심이라고 보고 관련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임 변호사는 "만약 소송과 관련된 사람이 20명이라고 하면 20명의 PC와 문서들을 다 받아놓고 변호사들이 일일이 다 들여다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몇십억, 몇백억,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적당하게 합의를 보고 판결까지 가는 경우가 많지 않아, 디스커버리 협상 전략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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