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의 아시아 웹툰시장 공략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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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정 기자
입력 2022-02-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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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법인 M&A 등으로 사업 확대

[사진=각 사]

국내 거대 IT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아시아 웹툰 시장을 두고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네이버는 일본에서, 카카오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서로를 제치고 매출 1위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각 사가 시장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택한 전략은 무엇일까.

일본은 흑백 그림체 만화를 말하는 '망가'란 용어를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만화의 본고장이다. 드래곤볼·나루토·원피스·슬램덩크 등의 유명 만화 콘텐츠를 배출했는데, 한국도 1990년대 해당 만화책을 대규모로 수입해 보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중·고등학생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만화방에서 빌려봤을 정도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현재 상황이 역전돼 국내 만화 콘텐츠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만화 콘텐츠인 '웹툰'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네이버는 2014년 일본 웹툰 시장을 공략해오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후발주자인 카카오 '픽코마'에 밀려 매출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다. 카카오가 만화책 한 권 분량의 스토리를 짧은 에피소드 단위 연재 방식으로 바꾼 전략이 통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익숙한 독자들이 부담 없이 만화를 즐기도록 지원한 것이다. 일본 현지 망가의 디지털 점유율을 확대하고 국내 웹툰을 현지화한 전략도 주효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지 시장·이용자에 대한 철저한 분석에 더해 안정적인 플랫폼 운영으로 픽코마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는 에피소드형 콘텐츠를 늘리고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즉각 선회했지만, 카카오를 따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일본 전자책 업체인 '이북 이니셔티브 재팬', 판타지 무협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지분을 인수하면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냈다. 카카오에 맞서 IP 다양화 등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일본 업체 인수뿐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늘리는 등 사업 전략을 펴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일본에서 웹툰 애플리케이션 매출 1위를 탈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지역에선 정반대 국면을 보인다. 카카오 서비스가 네이버에 밀리는 상황. 네이버는 지난 2014년 태국어 서비스, 2015년 인도네시아어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동남아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현재 동남아에서 '라인웹툰' 이름으로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앱 사용 데이터 분석업체 앱애니의 '2022년 모바일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라인웹툰이 인도네시아·태국·대만 등 국가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전체 앱 시장에서 소비자 지출 순위를 추산한 결과, 인도네시아 3위, 태국 8위, 대만 10위에 올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라인웹툰의 인도네시아, 태국, 대만에서 월활성사용자수(MAU)는 1200만명을 넘는다. 인도네시아 MAU는 700만명, 태국과 대만에서는 각각 350만명과 150만명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동남아 웹툰사업 성장 요인으로 현지 생태계 구축을 꼽았다. 현지 아마추어 작가 등용문인 캔버스(CANVAS)를 운영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인도네시아 작가 아니사 니시하니(Annisa Nisfihani)의 '파스트리가제', 태국 작가 테테르(theterm)의 '틴맘' 등 작품을 발굴했다. 파스트리가제는 현지 구독자 수 520만명을 확보했으며, 곧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틴맘은 2017년 태국에서 드라마화되며 큰 인기를 끌었고 한국어와 인도네시아어 등으로 번역돼 출시되기도 했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 출시와 함께 캔버스와 웹툰 공모전 등을 제공해 수년간 동남아 현지 콘텐츠 생산 능력을 키워왔다"면서 "현지 콘텐츠가 다시 네이버웹툰의 플랫폼을 통해 여러 국가로 유통되고 영상화되는 등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지 법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아시아 웹툰 사업 강화에 나섰다. 3년 내 글로벌 거래액 3배 성장 목표치 달성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작년 말 신년 메시지를 통해 "2021년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 멜론이 카카오엔터라는 거대한 IP 밸류체인을 구축한 뜻깊은 한 해였다"며 "3년 내 글로벌 거래액을 현재보다 3배 키우고 이를 위해 북미, 아세안에 재원을 집중 투자함과 동시에 픽코마와 프랑스에 공동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회사는 인도네시아 웹툰 서비스 업체를 전부 인수하고 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인도네시아 웹툰 서비스 업체인 '네오바자르'의 한국 법인을 흡수합병한 것. 이에 카카오엔터(합병회사)는 네오바자르(피합병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게 됐다. 합병회사는 피합병회사의 주식에 대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아 합병비율은 1:0으로 산출했다. 인수 금액이 0원이라는 의미다. 합병 목적은 경영 효율성 증대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이번 흡수합병은 사업적 변화를 꾀하기보다 기존 동남아시아 사업 확대 기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엔터는 2020년 1월부터 웹코믹스 플랫폼을 리브랜딩해 웹·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페이지 인도네시아'에서 공급하고 있다.

또 앞선 지난달 25일 회사는 웹툰 플랫폼 운영사인 '크로스코믹스'의 인도법인을 2억1500만원에 인수했다. 크로스코믹스는 지난 2020년 8월 카카오엔터에 인수된 국내 드라마 제작 업체 크로스픽쳐스의 자회사다. 이번에 인도법인까지 인수되면서 회사 지분 99.99%(70만199주)가 카카오 소유가 됐다.

회사 측은 "인도의 웹툰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면서 "그간 전개해온 인도 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웹툰 시장은 급성장해 2020년 업계 연간 매출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내놓은 '2021년 웹툰 사업체·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른 결과다. 이 보고서에는 웹툰 사업을 진행하는 플랫폼·제작 기업과 에이전시 등 총 6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르면 웹툰 업계의 해외 수출액도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응답 업체의 전체 수출액 평균은 72만6000달러(약 8억6000만원)로 조사됐다.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일본에 수출하는 비중이 평균 31.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중국(홍콩 포함)이 평균 23.4%, 북미가 평균 15.7%, 태국이 평균 13.5% 등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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