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땅 줄게, 주식 사줘" 중국 고위관료 부패 '가지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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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2-01-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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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은 정치, 동생은 사업" '일가양제'로 정경유착

  • '민영기업 요람' 저장성에서 벌어진 '금권유착'

  • 항저우 '디지털경제'···알고보니 '비리의 온상'

  • "지분 사주면 땅 내줄게" 앤트그룹도 비리 연루

  • 習 3연임 앞두고 대륙에 몰아친 '부패와의 전쟁'

저우장융 전 항저우시 서기 [사진=CCTV 화면 갈무리]

“결국엔 모든 잘못과 죄는 나로 인해 벌어진 것이다. 나에게 권력이 없었다면 동생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주선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부패 비리로 낙마한 전 항저우 당서기 저우장융(周江勇)이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는 모습이 중국 국영 방송국 전파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 19일 중국 저녁 황금시간대인 오후 5시 중국 중앙방송(CCTV) 채널1이 방영한 반부패 다큐멘터리 시리즈 ‘무관용(零容忍)’ 마지막 5회 편 ‘영원히 계속된다(永远在路上)'에서다.

지난해 8월 저우장융 전 서기가 갑작스레 낙마하면서 항저우를 비롯한 저장성 정계는 쑥대밭이 됐다. 대대적인 사정 작업에 저우장융을 비롯해 저장성 고위 관료들이 부패 비리로 무더기로 낙마했다.

저우 일가는 저우 전 서기 권력을 앞세워 사업을 벌이며 특혜를 받았다. 여러 프로젝트 입찰을 따내 불법적으로 이득을 취한 경우가 허다하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알리바바그룹도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형은 정치, 동생은 사업" '일가양제'로 정경유착
이날 방영된 다큐에서는 저우 전 서기의 정경유착 비리 실체가 낱낱이 공개됐다. 특히 '민영기업의 요람'이라 불릴 정도로 사기업이 밀집한 저장성은 ‘부패의 온상’이었다. 

다큐는 “저장성은 시장경제가 활발한 지역이다. 특히 일부 간부들 사이에서 ‘일가양제(一家兩製)’ 문제가 존재했다”고 지적했다. 일가양제, 한 가족이 각각 정치와 비즈니스에 종사하면서 정경유착이 이뤄짐을 뜻하는 말이다. 일가양제의 대표적 ‘모델’이 저우장융 형제였다. 

저우장융과 그의 동생 저우젠융(周健勇)은 저장성에서 각각 정치와 경제 비즈니스 영역을 손아귀에 쥐고 주물렀다. 형이 가진 공권력은 동생이 사업을 하는 데 든든한 뒷배였다.

1967년 9월생인 저우장융은 저장성 닝보 출신이다. 닝보를 비롯해 저우산, 원저우, 항저우 등 저장성 4개 주요 도시에서 요직을 맡았다. 닝보시 당상무위원, 저우산시 서기, 원저우시 서기, 항저우시 서기까지 지역 일인자로 군림했다.

동생 저우젠융은 겉으론 상하이이공대 관리학원 부교수였지만, 사실은 4개 사기업 주요 주주로 활동하는 사업가였다. 석유화학, 지하철 결제, 빅데이터 등 돈이 될 만한 업종에서 기업체를 꾸리며 수년간 저우장융의 후광을 톡톡히 입었다. 
 
'민영기업 요람' 저장성에서 벌어진 '금권유착' 부패

다큐 '무관용' [사진=중국 CCTV]

형제는 돈과 권력의 유착, 이른바 금권유착에 기반한 비즈니스로 떼돈을 벌었다. 특히 민영기업의 요람이라 불리는 저장성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저장성의 한 기업인은 저우장융의 ‘권유’로 저우젠융과 합작 방식으로 닝보에 샹룬석화과기(翔润石化科技)라는 기업체를 세웠다. 표면적으로는 ‘합작’이지만 사실은 저우젠융의 하도급업체나 다름없었다.

저우젠융은 수년간 무상으로 이 민영기업의 토지, 공장, 설비를 이용했다. 그 값어치를 따지면 약 700만 위안(약 13억원)어치의 이익을 무상으로 누린 셈이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저우장융은 직권을 남용해 해당 민영기업에 토지 획득 등 방면에서 이익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저우젠융은 현지 사업가들에게 접근해 형의 권력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며 뇌물을 받아챙겼다. 현지 건축회사 사장 스스훙(史时红)도 그중 하나다. 2013~2017년 저우장융이 저우산과 원저우 서기를 역임했을 당시 저우젠융의 청탁을 받아 스스훙의 사업 수주에 도움을 줬고, 저우젠융은 스스훙한테서 총 8차례에 걸쳐 자금대출 명목으로 9000만 위안을 뇌물로 챙겼다. 

정경유착 과정에서 저우장융은 부패 감시의 눈을 피할 수 있도록 ‘방화벽’을 설치하는 치밀함도 발휘했다. 뇌물 수수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스스훙과 접촉하지 않고, 거래는 모두 동생을 통해 이뤄졌다. 스스훙도 직접 정부 사업을 따낸 게 아닌, 대형 국유기업으로 하여금 정부 사업을 따도록 해서 그중 일부를 스스훙에게 하도급을 주는 방식이었다. 저우장융이 대형 국유기업에 사업권을 내주는 것은 겉으론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항저우 '디지털경제'··· 알고보니 '비리의 온상'
형제는 디지털경제 시대 흐름에도 빠르게 올라타 떼돈을 벌었다. 

저우젠융은 2017년 닝보에서 합자 방식으로 유청연합정보기술(优城联合信息技术, 이하 유청)이라는 기업체를 세웠다. 대외적으로는 정부의 디지털경제 정책에 발맞춰 ‘지하철 인터넷플러스(+)’에 초점을 맞춘 하이테크 회사였지만, 실상은 저우장융의 권력을 핵심 자원으로 하는 매개체였다. 

이 회사는 저우장융의 힘을 빌려 닝보와 원저우 현지 지하철 모바일결제시스템 계약을 따내며 승승장구했다. 

회사 경영 과정에서 저우젠융은 기업인들을 만나 겉으로는 하이테크 기술을 적극 홍보하는 듯했지만 사실은 저우장융의 권력을 이용할 기회를 세일즈했다. 저우젠융을 다리 삼아 저우장융과 꽌시(關係·인맥)를 맺길 원했던 기업인들은 불합리하게 높은 가격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우젠융 회사의 지분을 사들였다. 저우장융은 보상으로 이들 기업인들에게 저가로 토지를 제공했다. 

저우젠융은 다큐에서 "당시 나는 회사 지분을 높은 가격에 팔았다. 그때 나는 '저들은 분명 내가 저우장융의 동생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 가격을 부를 수 있다고 여겼다. 저들이 나를 이용하는데, 나도 저들을 똑같이 이용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했다”고 회개했다. 
 
"지분 사주면 땅 내줄게" 앤트그룹도 비리 연루
알리바바그룹의 금융회사 앤트그룹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큐에서 앤트그룹이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앤트그룹도 저우젠융 사업의 주요 투자자로 잘 알려져 있다. 

앤트그룹도 당시 항저우에서 2곳의 토지를 헐값에 매입했는데, 그 시점이 공교롭게도 앤트그룹이 저우젠융의 두개 모바일결제 사업 지분을 인수한 이후였다.

앤트그룹의 벤처캐피털 자회사 상하이윈신(上海雲鑫)은 2019년 3월 유청 지분 14.3%를 170만 위안에 매입한 데 이어 추가로 140만 위안을 투자해 유청의 자회사 항저우지하철유청 지분 13.5%를 매입했다. 

그로부터 1년도 채 되지 않아 앤트그룹은 항저우 토지 경매에서 유일한 입찰자로서 1㎡당 5194위안의 헐값에 토지를 낙찰받았다. 당시 해당 지역 평균 집값이 ㎡당 4만5000위안을 웃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다.

저우장융이 지난해 8월 낙마했을 당시 중국 온라인에는 그가 앤트그룹 상장과 깊이 얽혀 있다는 소문도 파다했다. 앤트그룹이 지난해 상장하기 직전 저우장융 일가는 은밀히 5억 위안에 앤트그룹 지분을 대거 매입했으나 나중에 당국이 제동을 걸며 상장이 중단되자 앤트그룹이 저우 일가에 5억2000만 위안을 되돌려줬다는 소문이었다. 물론 앤트그룹은 이 소문을 전면 부정했지만 알리바바와 저우장융의 은밀한 커넥션과 관련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앤트그룹과 가까운 한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앤트그룹의 굴기는 현지 관료들의 환심을 사는 능력과 많은 관련이 있다"며 "이제는 대가를 치러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알리바바그룹과 앤트그룹은 금융리스크, 반독점 등 단속 강화로 당국의 철퇴를 맞았다. 
 
習 3연임 앞두고 대륙에 몰아치는 '부패와의 전쟁'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 [사진=CCTV 화면 갈무리]

저우 전 서기뿐만이 아니다. 반부패 다큐 ‘무관용’은 총 5회에 걸쳐 부패 혐의로 낙마한 굵직한 정계 고위 관료들의 부패 이야기를 다뤘다. 쑨리쥔(孫立軍) 전 공안부 부부장, 왕푸위(王富玉) 전 구이저우성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바이샹췬(白向群) 전 네이멍구자치구 부주석, 천강(陳剛) 전 베이징 부시장이 그들이다. 

그중 1회에 다뤄진 쑨리쥔. 한때 중국의 공안부 2인자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 2020년 4월 파벌 조성, 매관매직, 향락 사치, 뇌물수수 등 혐의로 낙마했다. 쑨은 49세였던 2018년 당시 역대 최연소 공안부 부부장에 임명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 계열로 분류되는 엘리트였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는 파벌 행위를 원천 봉쇄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왔다. 그는 1년 8개월 넘게 조사를 받고 얼마 전 재판에 넘겨졌다. 
 

왕푸위 전 구이저우성 정협 주석 [사진=CCTV 화면 갈무리]

약 80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왕푸위는 지난 17일 1심에서 사형 집행유예와 전 재산 몰수를 선고받았다.

바이샹췬은 네이멍구 석탄 자원을 배치할 권한을 손에 쥐고 재임 기간에 37명에게 뇌물을 받아 2019년 징역 16년을 선고받았다. 네이멍구자치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노천탄광 분포지로, 2002년부터 10년간 석탄 산업으로 경제가 급성장하는 황금기를 누렸다.
 

바이샹췬 전 네이멍구자치구 부주석 [사진=중국 CCTV 화면 갈무리]

이 밖에 40세 나이로 베이징 부시장에 오르며 차세대 지도부 후보 물망에 올랐던 천강도 뇌물로 받은 돈으로 초호화 별장을 짓고 사치향락을 누리다가 결국 낙마한 인물이다.  
 

천강 전 베이징 부시장 [사진=중국 CCTV 화면 갈무리]

다큐 ‘무관용’은 지난 2012년 말 시진핑 집권 후 지난해 10월까지 중앙기율위가 수사한 사건이 총 407만8000건, 연루된 인물만 437만9000명이라고 집계했다. 이 중 장·차관급 고위 관료만 484명이나 포함됐다. 

올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반부패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당중앙기율위 전체회의에서도 부패에 관용은 없다며 올해 또다시 부패와의 전쟁을 벌일 것을 예고했다. 시진핑이 2012년 말 총서기 취임 후 '부패와의 전쟁'을 내세운 지 약 10년 만이다. 시 주석이 또다시 부패와의 전쟁으로 정적을 견제해 권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도 중화권 매체를 통해 흘러나온다.

중국에선 2012년 18차 당대회(보시라이), 2017년 19차 당대회(쑨정차이) 등 그간 당대회를 앞두고 당중앙정치국원급 '거물급 호랑이'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던 전례가 있다. 올해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또 한 명의 거물급 호랑이가 부패로 낙마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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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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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도 드러나지 않았을걸?
    시진핑이도 하고 있는판에 밑에 조무래기들이야......말할게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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