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이제 자동차 제작사의 기본 품목이 돼가고 있다. 앞으로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으면 소비자는 물론 이산화탄소 강화 기준 등에 맞추지 못해 미래 존재가 불확실해지는 시대로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기차의 완성도는 떨어져도 최소한의 생산으로라도 구색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차가 인수 전부터 중국 BYD와 공동 개발·생산 등에 합의한 이유도 자체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판매의 80% 이상은 현대차와 기아가 점유하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등 모두가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면서 소비자의 선택 수준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국내 3사의 역할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이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수입차를 빼면 나머지 3사의 실적은 너무나 미미하다.

물론 그만큼 현대차그룹의 품질이 높고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지다 보니 나타난 결과라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나 마이너 3사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쌍용차는 존재 자체 여부가 절체절명인 만큼 어쩔 수 없으나 나머지 2사인 한국GM과 르노삼성의 실적은 너무 나쁘다. 모기업이 글로벌 제작사인 만큼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한국GM의 경우는 더욱 아쉽다. 4년 전 산업은행에서 공적자금 8100억원을 투입해 활성화에 노력했으나 막상 해당 비용은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분야의 법인 분리나 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입 등 도리어 떠나기 좋은 시스템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분리 매각이나 공장 폐쇄 등 다양한 방법을 회사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마련했다. 아직도 노사분규를 일으키는 강성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고, 강성 노조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만큼 앞으로의 문제는 더욱 어둡게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한국GM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당장 국내 시장 점유율을 올려서 국내 시장의 한국GM 존재를 본사에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판매가 활성화될 수 있는 모델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로 본사가 아닌 한국GM에서 연구개발한 독자 모델이 나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역시 본사에 인식시켜 한국GM의 존재감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국내에서 존재할 수 있다.

이미 미국 GM은 세계 곳곳에서 철수 논란으로 크게 부각된 기업이다. 최근 10여 년간 10여 개국에서 공장·시설이 폐쇄되거나 매각되면서 해당 지역이나 국가 차원에서 심각한 폐해가 발생한 이력이 많다.

미국 GM 입장에서는 글로벌 시장 곳곳에 위치한 수십 개 시설 중에서 실적이 떨어지거나 비효율적인 공장 등을 철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GM 최고경영자(CEO)인 메리 배라는 이런 흐름을 지속적으로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가 더욱 활성화되면서 GM의 역량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도 철수나 매각 대상으로 포함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8100억원의 공적자금 투입을 경쟁력 제고가 아닌 일종의 링거로 수명만 연장시켰기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얼마 전 GM에서 발표한, 앞으로 수년간 자체적으로 제작 판매할 예정인 전기차 13종의 상황이다. 모든 모델을 미국 시장에서 제작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문제는 단 한 차종도 한국GM에서 개발·제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알려졌지만 이 전기차에 공급하는 모든 모델의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생산 예정인 미국 공장에서 공급한다. 배터리나 모터 등 상당 부분의 핵심적인 전기차 부품은 국내 수준이 글로벌 수준이다.

한국GM은 초기에 GM을 대표하는 전기차 모델인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국내에서 개발·보급했다. 한국GM에서 개발하고 배터리와 모터 등 대부분 부품을 국내산으로 보급하면서 이 모델을 미국으로 가져가 본사에서 생산해 완제품을 다시 국내로 수입하는 웃지 못할 모델이 됐다.

그만큼 현시점에서 한국GM은 소모적인 역할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국내 시장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13종의 전기차 중 최소 한두 개 모델은 국내에서 개발·생산해 공급하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국내 기술과 공급처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고민은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전기차 등은 자국에서 배터리를 만들고 자국에서 제작해 판매해야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하는 등 노골적으로 ‘바이 아메리칸’을 선언하고 있다.

GM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했으나 최소한의 모델은 국내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한국GM이 존재하기 위한 최소한의 한계이며, 확실하게 의무화해야 앞으로 철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러한 흐름을 인지하고 국내 전기차 개발·보급에 함께 고민해야 하며, 한국GM은 국내 잔존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다음 정부에서 철수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 가장 핵심적인 조건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못하면 8000억원이 아닌 2조원 이상을 줘야 다시 몇 년간 머무르게 될 수도 있다. 보이지 않는 협박에 매달리지 않기를 바란다. 동시에 국민의 혈세가 쓸데없이 민간 기업에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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