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1880억 횡령 가능했던 구멍은?…대규모 M&A 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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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이효정 기자
입력 2022-01-05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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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동자산 중 현금비중 43% 달해 한때 3205억 보유

  • 금융권 담보금액 제외 대부분 횡령으로 빠져나간 듯

  • 엄태관 대표 "올해 최대 1조 업체 인수" 발언 물거품

코스닥 시총 상위사 현금성자산 현황(단위:억원) [자료=각사 분기보고서 취합]



상장법인에서 단기간에 1880억원이라는 역대급 횡령이 가능했던 '구멍'이 무엇일까. 자세한 것은 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밝혀지겠지만, 금융투자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의 높은 현금 보유액이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유동자산의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현금 형태로 보유하던 곳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는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3분기 기준 총 7493억원 규모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유동'이란 1년 안에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체 유동자산 중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3205억원이다. 전체 유동자산의 42.77% 수준이다. 

이 현금 중 금융권 담보 제공 등으로 사용이 제한된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이 이번 횡령사고의 대상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임플란트업계 내에서도 오스템임플란트의 현금 비중은 유독 높았다. 경쟁사인 덴티움은 유동자산의 25.88%를, 디오는 14.45%를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을 다양한 투자를 통해 회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오스템임플란트로서는 현금 비중을 높인 이유는 있다. 바로 M&A(인수합병)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위부터 25위의 유동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을 집계한 결과 에이치엘비와 오스템임플란트, 그리고 씨젠이 1~3위를 차지했다. 세 곳 모두 활발한 M&A에 나서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위인 에이치엘비의 유동자산 대비 현금성 자산 비중은 무려 82.26%다. 2108억원 규모의 유동자산 중 1734억원을 현금으로 보유 중이다.

에이치엘비는 적극적인 M&A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는 구조다 보니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설명이다. 에이치엘비는 계열사 6곳과 연합해 에이치엘비 컨소시엄을 꾸려 지난해 노터스와 지트리비앤티, 에프에이 등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M&A 행보를 보이고 있다.

씨젠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3839억원으로 오스템임플란트보다 많다. 하지만 전체 유동자산 규모가 오스템임플란트보다 많은 9030억원에 달해 현금성 자산 비중은 42.51%로 3위다.

씨젠도 공격적인 M&A로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기로 하고 대상 기업을 물색 중이다. 지난해 초 인수합병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M&A 총괄 부사장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인수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인수합병을 위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템임플란트도 이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M&A를 위해 현금을 쌓아가던 중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지난해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확대된 자금 여력을 기반으로 1000억~1조원 규모의 업체를 인수할 예정"이라며 "매물을 폭넓게 들여다보는 중이며 내년(올해)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는 지난해 9월 독일계 치과 브랜드인 카보를 인수하려다가 협상이 결렬된 바도 있다.

문제는 관리다. 이번 횡령사고에 따른 자금 회수에 실패한다면 오스템임플란트의 M&A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이번 횡령이 해당 직원의 단독 범행인지 아닌지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회사 측은 단독 범행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이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면 더 큰 문제다. 자기자본에 맞먹는 수준의 대규모 자금을 한 사람이 빼갈 수도 있는 허술한 관리 체계를 가졌노라고 고백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A를 위해서 현금이 필요하더라도 다양한 단기금융상품으로 분산해 돈을 순환시키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스템임플란트는 설립 24주년을 맞은 중견기업인데 입사 4년 차도 안 된 인물에게 자금관리라는 중책을 맡긴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자금관리는 회사 입장에서 정말 믿을 만한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엄태관 오스템임플란트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횡령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예상되는 자기자본의 약 59% 수준"이라며 “횡령 금액 회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엄 대표는 지난해 9월 말 공시 기준으로 횡령 금액을 제외하고도 오스템임플란트 국내외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2400억원 규모라고 언급한 뒤 "여전히 우량회사로 현금 보유와 현금 흐름에 문제가 없어 회사의 일반적인 경영 활동은 왕성하게 진행될 것은 물론 크고 작은 M&A 활동도 여전히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내부통제시스템을 강화해 완벽한 재발 방지 대책과 확고한 경영 개선 계획을 수립·실행해 거래 재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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