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체’라는 단어에는 묘한 인력(引力)이 있다. 흩어졌던 시간의 파편들이 제자리를 찾고, 각자의 계절을 견뎌낸 서사가 비로소 하나의 화음으로 포개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을 채울 방탄소년단(BTS) 무대는 단순한 컴백이 아니다. 그것은 긴 겨울을 지나온 우리 대중문화가 피워내는 가장 화려한 봄꽃이자 K-컬처가 세계의 심장을 어떻게 다시 뛰게 할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다.
공연 소식 한 줄에 전 세계 항공권이 들썩이고, 서울의 호텔들이 만실을 예고한다. 이 전율적인 공명은 단순한 팬덤의 열기를 넘어선다.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고 한국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공교롭게도 이 벅찬 파동 위에 관(官)의 시간표가 겹친다. 오는 25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열린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이 풀리듯 관가에도 어김없이 장밋빛 청사진이 쏟아질 태세다. 이번 회의가 유독 묵직하게 다가오는 건 대통령이 직접 관광 컨트롤타워의 키를 쥐고 ‘외래 관광객 3000만명’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정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묘한 기시감이 든다. 우리가 회의실에서 숫자를 셈하고 있을 때 BTS는 이미 전 세계인 마음을 한국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숫자가 먼저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가 먼저였다는 사실을 그들은 온몸으로 증명해왔다.
하지만 기대가 부풀어 오를수록 우리는 더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3000만이라는 숫자를 향해 질주하는 사이 정작 손님을 맞이할 우리의 안방은 안녕한가. 솔직히 말해 그간의 관광 전략은 ‘혁신’보다는 ‘답습’에 가까웠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숫자의 착시’다.
인프라와 콘텐츠의 질적 고민 없이 머릿수만 채우는 관광은 필연적으로 ‘덤핑’을 부르고, 한국을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은 나라’로 전락시킨다. BTS를 보러 온 팬들이 공항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마주할 현실이 불편한 교통, 불친절한 응대, 갈 곳 없는 지방이라면 세계가 주목한 ‘문화강국’의 위상은 우리의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등판이 반가운 이유는 단 하나다. 부처 간 높고 단단한 칸막이를 부술 수 있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다. 비자, 항공, 예산 등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을 칼자루는 결국 대통령이 쥐고 있다. 이번 회의가 또다시 화려한 숫자만 나열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장의 디테일한 고통을 묻고 해결하는 치열한 실무의 장이어야 한다.
정책의 봄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광화문에서 울려 퍼질 BTS 노래는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다. 이제 남은 숙제는 우리 몫이다. 그 노래를 따라 한국을 찾은 이들이 공연이 끝난 뒤에도 머물고 싶게 만들고,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쌓게 하는 것. 그것이 문화강국이 가져야 할 진짜 품격이다.
이번 회의가 한국 관광의 체질을 바꾸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계절의 봄은 저절로 오지만 문화의 봄은 지키는 자의 것이다. BTS가 광화문에 활짝 열어젖힐 이 문이 다시는 닫히지 않을 ‘관광 대국’의 입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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