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송구영신(送舊迎新) 소통과 피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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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교수
입력 2021-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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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예전부터 정보기술의 발달로 인해 개인화가 가속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개인의 삶이 사라질 수 있다 경고하였다. 그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코로나 이후 우리 주변은 비대면의 확산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전에 없던 온라인 비즈니스가 넘쳐나고 있다. 예를 들어 늦은 밤, 스마트폰을 통해 새벽배송을 주문하는 이커머스 비즈니스는 물론 영화나 드라마 스트리밍 서비스는 어느덧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달은 이들 서비스를 초개인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초개인화란 과거의 매스마케팅이후 타겟을 좁힌 고객층의 형태가 아닌 고객층을 더욱 세밀하게 구분한 초세분화 고객층(hyper segmentation)을 대상으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분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고객 개개인의 행동패턴 및 취향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상품이나 영상,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단해 보이지만 이미 여러분은 일상에서 경험을 하고 있다. 과거 우리의 정보를 알기 위해 기업들이 멤버십 제도 등을 이용하거나 고객의 온라인상 행적을 찾아 컴퓨터상의 쿠키(cookie)를 찾아다니던 봇을 넘어서 지금의 알고리즘은 어떠한 의미에서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아는 듯하다. 어쩜 그리 나를 잘 알고 내가 보고 싶어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구성하고 제안하는지, 앞으로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 주변을 채워나갈 것이라는 기대에 흥분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은 개인의 삶을 사라지게 장본인이기도 하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전화기의 용도를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원거리에서도 나에게 일을 시킬 수 있는 명령의 수단으로 변화시켰다. 더욱이 스마트폰은 퇴근 후에도 마치 사무실에서 일을 주듯 파일을 넘기고 컴퓨터를 사용하듯 스마트폰을 통해 시스템에 접근하는 나의 모습에 개인의 삶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우리는 나혼자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올 한해를 되짚어 봤을 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득은 소통과 피드백이었다. 비대면 속에 학생들과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소통이었다.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지 얼굴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답답함 속에 수업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원래 질문과 답이 별로 없다. 역시 팀프로젝트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화상회의에서 팀별로 이야기를 하라고 소회의실까지 열어 멍석을 깔아줘도, 대화가 잘 이루어지기는 커녕 채팅으로라도 대화를 하면 다행인 경우가 발생하였다. 이 마저도 참여하는 학생들만 한다. 나머지는 함께 있으면서도 함께 있는 것이 아닌 상태였다.

이러한 소통의 답답함 속에 학교에서 진행한 교수코칭과 마이크로티칭에서 내가 얻은 부분은 피드백이었다. 소통에는 피드백이 뒤따른다는 가장 간단한 원리를 잠시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대면 상황에서 우리는 상대를 인식하는 피드백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교수코칭과 마이크로티칭에서 소통을 위해서는 나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우선 학생의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인내와 칭찬에 인색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학생 스스로 답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하고 더 과장되어 칭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대면의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 대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었다. 코로나 이후 사람들은 서로를 잘 알아보지 못한다.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마스크라는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전의 삶, 즉 대면의 삶을 바라고 있다. 본인 역시 어서 빨리 대면수업을 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우리는 이전부터 비대면성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술적으로 이러한 비대면성을 제시한 기업들이 성공하였다. 코로나 이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유니콘 기업들은 단지 기술적 혁신만으로 성공하지 않았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상상 속 동물인 유니콘처럼 상장도 하기 전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예를 들어 에어비엔비, 우버와 같은 유명 해외기업은 물론 우리나라의 배달의 민족, 야놀자, 무신사, 직방, 토스, 타다 등은 우리 주변에 매우 밀접하게 침투하였다. 이들 기업들의 성공에 대한 특징은 기술적 혁신인가? 아니면 편리함? 개인적으로 이들 기업의 성공은 비대면성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 있다. 예전 2019년 타다(TADA) 사태에 대해 글을 남긴 적 있다. 왜 택시 업계는 타다를 반대하였을까? 모빌리티 사업이 그렇지만, 우선 이를 이용하면 드라이버가 나의 목적지를 알고 온다. 따라서 탑승이후 드라이버와 나는 어디로 가달라던지, 어떤 길이 빠른지 등 애꿎은 대화를 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타다는 아예 투명 파티션을 활용하여 공간을 분리하기까지 했다. 비대면성이 주는 매력을 알아버린 우리는 기존의 택시를 거부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성공한 기업들은 우리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피드백을 주고 있다. 지금 배달음식이 어디까지 오고 있는지, 예약한 파티룸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내가 고른 옷에 대한 정보와 주문한 옷은 언제 도착하는지 등 무수한 피드백을 보내주고 있기에 우리는 비대면 속에서도 답답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를 잘 활용한 기업들이 전세계적 팬데믹 속에 유니콘기업을 넘어 데카콘(100억 달러 이상). 헥토콘(1000억 달러 이상)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이유이다.

개인적으로 나름 매우 힘들었던 한해였다. 백신으로 인해 한때 예전으로 돌아가는 일상을 꿈꾸었지만, 올해 초부터 나타난 변종 바이러스는 우리를 여전히 실내에 가두어 두었다. 결과적으로 올해도 하루 하루 예전 삶에 대한 꿈만 꾸다 결국 4명이 모여 조촐한 연말을 보내게 되었다. 이 마저도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어째 코로나 이후 인간관계는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수 많은 타인과의 만남과 대화 등에 과거 우리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 그리고 이제 와서 그때를 그리워 하는 지금의 모습에 웃음이 난다. 이유를 알기전까지 익숙해 질 것 같으면서도 쉽게 익숙해 지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우리네 일상은 이미 많이 바뀌었다. 더 이상 회식 등으로 가정의 평화를 무너뜨리는 직장상사는 우리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가정적인 남편은 이제 흔해졌다. 예전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새로운 시대의 소통과 피드백이 필요하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 올 한해를 마무리하며 소통이 안된다 불평하기 보다는 소통을 위해 나의 피드백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올해의 마지막 시론을 맡겨주신 아주경제와 독자 여러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드리며 더불어 새해 소망 모두 이루어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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