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블프에 열광하는 당신, 디지털 통상에 대해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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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교수
입력 2021-11-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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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미국의 검은금요일(블랙프라이데이)은 과거 상점과 기업들이 11월 넷째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에 다 팔지 못한 재고를 세일하는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금은 온 세계가 열광하는 쇼핑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와 더불어 2005년 한 온라인 기업이 추수감사절 연휴를 마치고 월요일 출근해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할인판매를 한 것에서 시작된 사이버먼데이와 연계되어 올해는 26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한 국가의 할인행사가 이와 같은 세계적인 행사로 변화된 이유에 디지털의 발달이 큰 역할을 하였다. 블랙프라이데이에서 사이버먼데이까지 진행되는 대규모 할인 행사는 이제 대형마트는 물론 이커머스 기업들까지 확대되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달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은 물리적 거리에 제약을 받지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때 도어버스터(개점과 동시에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룰 만큼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판매가 당연시되었지만, 불과 몇년 전부터는 당일 매출기준으로 온라인 판매가 오프라인 판매 금액을 추월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온라인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해외 직구족 증가에도 영향이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국내에서 판매하는 같은 상품을 연중 최대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직구족을 겨냥한 국내기업들의 마케팅이 시작되었다. 이미 국내에서도 ‘블프’라 명하며 11월 초부터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은 가전, 컴퓨터, 의류 등 인기 상품에 대한 특가 혜택 및 할인 쿠폰 등을 제공하면서 해외 직구족을 겨냥하였다.

월마트가 주장하는 것과 같이 최고의 전략은 가격우위에 있다. 해외 직구족의 증가는 내수시장을 소수의 유통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당연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디지털의 발달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의 정보불균형을 줄였고, 사람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같은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훨씬 저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외 할인행사를 이용하면 절반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는 일부 해외직구자들의 경험담이 전파되면서 사람들은 해외 할인행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외국어에 대한 부담과 결제, 해외통관 및 배송의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것이 산적해 있었기에 쉽게 아무나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후 몇몇 기업들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구매대행 및 배송대행과 같은 사업의 증가는 어렵게 느껴지던 해외통관 및 배송의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해외쇼핑몰들은 국내 고객을 위해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배송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기업과 연계하면서 해외직구의 열풍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해외직구 활성화는 과거 우리나라의 통상 무역 변화와 유사하다. 웹툰과 드라마로 성공한 ‘미생’의 배경이 되는 기업(원 인터내셔널)이 바로 종합상사이다. 종합상사는 초기 기업들의 해외 판매 및 원자재 수입을 도와주던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렇다 보니 소위 종합상사는 만물상으로 표현된다. 극중 소개되는 철강, 섬유, 화학 등의 원자재부터 중고 자동차까지 모든 물품을 취급한다. 기업의 이윤이 된다면 세계의 어떠한 물건이라도 거래를 할 수 있었다. 과거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히 제품의 생산과 판매에 문제가 없었지만, 기술의 발전과 경제의 성장은 시장의 확대가 요구되었다. 이에 종합상사는 특성상 세계 각지에 지사와 사무소를 두고 거대한 정보망을 형성하였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한 상거래 플랫폼은 기존의 거래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추었다. 언어적 장벽 역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을 통해 혁신적으로 변화되었다. 디지털 통상으로의 변화는 새롭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한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하여 낮은 비용으로 편리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으며,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가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과거 종합상사가 하던 생산시설·판매망·본사를 연결하고 정보를 주고받던 일들이 간단히 몇 사람의 손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재화의 탄생은 경제적으로 새로운 활력을 가져왔다. 과거에는 교역재로 생각하지 못했던 서비스 활성화, 예를 들어 교육, 의료, 광고와 같은 서비스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원격 MBA 프로그램, 원격진료, 디지털 플랫폼 기반 타깃 광고 등의 새로운 형태로 국경 간에 활발히 거래된다. 물론 아직까지 법제적 재정비가 요구되나 기존에 없었던 비즈니스인 공유경제, 모바일 앱,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활용한 디지털화된 서비스로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 가능하며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등의 글로벌 서비스의 서버는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일부 기업은 국내 법인도 없이 전형적인 국경간 서비스 공급을 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지옥'과 같은 우리의 콘텐츠가 전세계에 전파되는 것은 좋은 일이나, 만약 이들 기업이 국내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유출한다면 우리나라의 관련 법인 개인정보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으로 처벌이 어렵다. 우리나라 법의 효력이 해당 서비스의 물적 공급 기반이 있는 국가의 영토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해외직구에서 우려되는 계약 미이행, 불량서비스에 대한 환불 등 소비자 보호 문제 및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규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이 국내에서 많은 수익을 창출해도 우리 정부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마땅한 권한도 없다는 점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와 같은 디지털 통상이 확대되어 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예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세계무역기구( WTO) 차원에서 합의된 원칙이나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점차 세계는 더욱 더 디지털 통상의 확대가 나타날 것이며, 이러한 디지털 비즈니스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역시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 국가와 해당 서비스의 물적 공급기반이 있는 국가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국제적 협력이 어려운 상황에서 디지털 재화의 소비자가 많은 개도국들은 국내법의 원활한 적용을 위해 자국민의 데이터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공급하는 물적 공급기반, 즉 서버를 국내에 두거나 국내 법인을 설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디지털 재화를 공급하는 기업이 많은 미국 등 선진국은 이런 규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발생시키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서버 현지화 금지, 데이터 이전 자유화 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디지털 통상규범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핵심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즐기고 있는 블프 및 오징어게임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앞으로 글로벌 상거래, 디지털 콘텐츠 등 글로벌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비즈니스의 발전은 명백하다. 국내 기업과 소비자들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면서 불합리한 거래 등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디지털 통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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