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돈쭐'나는 기업들의 시대가 온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재영 고려대 교수
입력 2021-10-27 06:56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요즘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보인다. 학교에 학생이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생각되지만, 장기화된 코로나가 우리의 당연한 일상을 앗아갔었기에 예전 일상으로의 복귀가 반갑게 느껴진다. 물론 모든 것이 반가운 것은 아니다. 부정적 복귀, 즉 과거로의 부정적 회귀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회귀의 첫 번째는 일회용품 소비의 증가이다. 요즘 도시락은 말할 것도 없이 식당에서조차 종이컵을 제공하며, 위생젓가락은 물론 일회용 수저세트 등이 넘쳐난다. 분명 코로나 이전 환경보호를 위해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자며 캠페인을 벌였는데, 전염병의 위협은 이를 부활시켰다.

두 번째는 오토바이 배달의 증가이다. 과거 8-90년대까지 자동차가 많지 않았기에 가정용 가스통을 오토바이로 배송하는 위험천만한 일들이 자행되었다. 교통사고라도 날 경우,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서로 조심하던 그런 때였다. 이후 교통안전의식이 높아지면서 이와 같은 모습은 사라졌지만, 최근 배달 플랫폼은 물론 배달대행업체가 늘어나면서 과거의 위험한 배달들이 증가하였다. 특히 오토바이 배달에 대한 교통안전의식은 다시 과거로 회귀한 기분이다. 더군다나 과거에는 배달이 무료였는데, 이제 배달비도 무시 못하는 금액이 되었다. 자장면 한 그릇 배달 부탁하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세 번째는 지역 골목상권에 대한 기업행태의 증가이다. 우리 주변 소상공인들 중에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곳이 증가하였다.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유지하기 급급한 상황 속에 사람들의 관심이 느슨해진 사이 일부 기업들은 비어있는 상권에 침투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꽃과 간식, 심지어 라면, 우유 등의 식품은 물론 화장지, 세제 등을 배달하기도 하며 돈을 더 내면 택시를 더 빨리 배정해 주기도 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일상의 변화에 대한 민첩한 사업의 변화였지만, 이들이 침해한 사업들이 골목상권이라는 점이 아쉽다.

물론 이해는 된다. 코로나로 인해 식당은 설거지를 위한 일손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으며,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배달기사분들의 노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기업에게 있어서 만큼은 ‘착한 기업’이 되길 바라고 있다.

경영학원론에서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한다. 주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경영학을 아직 접하지 않은 순수한 일반인으로서의 대답을 들을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기업 경영의 목적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가?

기업의 목적이 착한 기업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분들이 아마도 이윤 추구 또는 이익의 극대화라 답을 하실 것이다. 실제 과거 경영학원론에서는 이렇게 가르쳤기에 틀린 대답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경영학은 이윤을 어떻게 극대화 할 것인지 수단과 방법에 대해서만 가르치지 정작 무엇이 이윤인지, 또한 누구를 위한 이윤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경영의 패러다임은 계속적으로 변해왔다. 초기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ism)에서 이윤은 주주의 몫이었고, 이후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ism)에서 그 이윤은 주주와 이해관계자로 확대되었다. 생태계자본주의(ecoholderism)에서는 기업의 환경보호 책임을 강조하였으며,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과정에서 기업 경영이 추구하는 목적 역시 ‘가치창출’로 바뀌었다.

최근 유수의 기업들에게 화두로 떠오른 것이 ESG 경영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경영방식(governance)의 약자로 이러한 주제가 기업의 사회적책임이나 윤리경영 등과 함께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왜 기업들은 갑자기 ESG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이윤 추구, 혹은 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본성을 가진 기업이 왜 환경과 사회, 경영방식까지 신경을 쓰며 소위 이야기하는 착한 기업이 되려 하는 것일까?

아마 경영학을 정식으로 배우지 않은 분들이라도 그 이유를 찾으실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하게 착한 기업이 돈(이윤)이 되기 때문이다. 아니 환경이나 사회, 안전 등에 신경을 쓰면 비용이지 왜 이익이 되나? 궁금하다. 기업의 목적이 단순히 돈벌이나 이윤 추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는 기부나 봉사, 선행을 한 기업이나 사장님께 ‘돈’으로 혼쭐내는 착한 소비 보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윤 추구를 위한 기술 혁신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기술은 인류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최우선 수단으로 인식되었다. 사람들이 산업 발전을 위한 혁신적인 기술보다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에 더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이윤 추구는 환경과 사회, 사람을 중시하는 ‘가치창출’을 위한 ‘ESG 경영’으로 빠르게 변화하게 되었다.
솔직히 ESG경영이 갑자기 나타난 개념은 아니다. 과거 로마클럽에서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인류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않고서는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때부터 기업들은 환경을 우리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후세에 물려주어야 하는 자산으로 인식하였으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하였다. 이에 따라 사회의 기틀이 되는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게 된 것이 바로 ESG 경영이다.

이미 해외의 유명기업들은 이를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세계적인 스포츠의류 및 장비 기업인 아디다스는 해양 플라스틱을 재활용하여 신발을 제조하고 있으며, 미국의 델(Dell)은 버려진 컴퓨터 본체에서 금, 은 등을 모아 새로운 보석 라인을 창출하고 있다. 이번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수여된 메달 역시 폐전자제품에서 재활용되었다는 것을 기억하신다면 이러한 경영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기업들도 ESG에 동참하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단지 지금의 이윤만이 아닌 기업과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미래의 자산에 대한 투자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소위 착한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가 가져온 변화가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교육 및 회의, 재택근무 등과 관련한 부분의 IT혁신은 코로나로 인해 몇 년을 앞서 발전하게 되었고, 온라인 트래픽 증가 속에 한국의 콘텐츠는 세계로 뻗어나가게 되었다. BTS의 빌보드차트 1위, 오징어게임의 넷플릭스 전세계 1위 등의 소식은 우리 스스로 뿌듯한 마음을 갖게 하며, 몇몇 온라인 채널들은 한국의 위상과 선진국들의 반응을 쏟아내며 높아진 국격 알리기에 바쁘다. 모두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대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다. 착한 기업에게 돈쭐내 줄 수 있는 국민이 있는 우리나라, 착한 기업이 되기 위한 이유는 충분하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