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기업님, 고객과 소비자 차이를 아십니까

김재영 고려대 교수 입력 : 2021-07-21 19:34

[김재영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

연일 무더운 날씨 속에 거리가 한산해진 모습이다. 유명한 식당에도 점심시간 자리에 여유가 있었다. 전에 같으면, 7월 중순이 넘어가며 휴가철이 시작되었지만, 도무지 피서를 갈 기분이 나지 않는다. 한산한 점심시간을 즐긴 후 계산하려다 우연히 식당 카운터에 쓰여진 ‘항상 고객의 마음으로 대접하겠습니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식당 사장님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한다. 만약 주변에 누가 가까이 있었다면 ‘고객’이 한자로 어떻게 되는지 물어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객이란 단어의 한자가 높을 고(高)라 생각한다. 하지만 고객이란 단어는 돌아볼 고(顧) 자를 쓴다. 이에 대한 오답은 심지어 경영학과 학생들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혹시 몰랐다 해도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요즘은 수업 중 한자를 쓸 일이 거의 없지만, 아마 많은 분들이 경영학을 공부하면서도 교과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고객(顧客)이란 단어에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손님은 왕이다’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잔치 등에 찾아온 사람인 ‘손’이라는 말에 높임을 뜻하는 접미사 ‘님’을 붙여 사용하였다. 고객 역시 ‘상품의 구매자’를 높여 일컫는 말로 판매자의 입장에서 우리 매장에 찾아온 손님 혹은 구매자를 존대하는 의미로 고객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 두 단어 역시 영어로는 ‘customer’로 표현하여 영영사전에 그 뜻 역시 ‘a person who buys goods or a service’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지 ‘님’자를 붙여야 하는 귀한 사람이라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고객을 강조하고 존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경영학을 폄훼하는 분들은 돈만 밝힌다며, 돈을 지불하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못마땅해 하기도 한다. 사실 이도 이해가 되는 것이 예전 경영학원론에서 경영의 목적을 이윤추구로 배워왔었다. 아마도 역사가 더 오래된 경제학에서 기업의 존재를 생산활동의 경제주체로 영리성 추구를 강조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물론 지금의 경영학원론에서는 이윤이 아닌 가치추구로 포장되어 있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리는 이윤을 얻어야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이 고객을 강조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기업은 고객밖에 모르기 때문이다. 지고지순한 사랑 뭐 이런 게 아니라 무슨 말이냐 하면, 아마 여러분의 집에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자동차가 있을 것이다. 이 차의 소유주가 누구든지, 필요에 의해 이 자동차는 가족의 누군가가 운전을 한다. 운전을 하는 사람은 자동차라는 제품의 사용자 즉 소비자이다. 하지만, 기업의 관점에서는 해당 자동차를 누가 운전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알 수 없다가 더 정확한 표현인 것 같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직 판매시점(point of sales)에 있어 계약을 한 당사자 즉, 우리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한 사람밖에 알지 못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봤을 때 고객은 단지 우리에게 돈을 지불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가장 마지막에 접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한 사람이 바로 고객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오직 고객에 대해서만 그 정보를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기업은 해당 제품, 예를 들어 자동차가 마음에 드는지, 이상은 없는지, 개선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등을 실제 이용자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누가 이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기업의 관리대상은 이용자인 소비자가 아닌 선택하고 돈을 지불한 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소비자와 고객은 다르다. 우선 용어가 다른 것처럼 소비자(消費者)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 또는 사용하는 사람이다. 돈을 내는 것과 사용하는 것이 뭐가 다르지? 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다른 예를 들면 여러분이 입고 계신 옷, 본인이 샀을 수 있지만, 선물을 받거나 누가 주거나 했을 수 있다. 후자인 경우, 기업은 그 옷을 산 사람은 알아도 입고 있는 당신은 알지 못한다.

이러한 차이가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 된다. 기업의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CRM)는 예를 들어, 생일날, 기업이 고객에게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쿠폰 보내주거나, 관심이나 선호도에 맞춰 신제품 등을 소개해 주는 DM을 보내거나 하는 관리시스템이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려하는 고객 니즈에 있어 점차 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고객의 니즈 변화에 대응할 필요성이 증가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유지하여 상황변화에 따라 나타나는 고객의 니즈, 또는 고객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잠재적 니즈를 예측하고 대응할 필요에 의해 나타난 시스템이 고객관계관리이다.

여기서도 알 수 있듯이 실제 기업이 알고자 하는 것은 고객이 아닌 지금 현재 우리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이다. 하지만 기업은 소비자를 알지 못하기에 소비자관계관리라는 시스템은 나올 수 없다.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의 발달은 고객이 아닌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기업은 소비자를 알지 못한다. 마치 꿩 대신 닭처럼 마지막 거래 당사자인 고객에게 매달리고 있으며, 여전히 고객을 통해 소비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의 비용을 지불하는 고객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미국의 유명한 사회생태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가진 고객에 대한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고객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는 '고객을 만나고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면서 어떠한 지식을 얻을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둬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한, 기업이 무엇인지, 기업이 무엇을 생산하는지, 기업이 번영할 건지 결정하는 사람은 고객이다. 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기업과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였지만, 혹시 우리 주변에도 이러한 일이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본다. 식당 사장님의 진심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중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환심을 사기 위해 존중을 하는 척하는 것인지. 그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일정 시기 때마다 신경쓰는 척, 위하는 척하는 모습은 별로 감흥이 없어져간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트렌드에 따라 매번 반복되는 패턴처럼 느껴져 식상해진다. 물론 이전과 같아 선택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매장에서 사라져가는 제품처럼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다. 또한, 가치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번영할 것인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 역시 우리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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