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의 시대로] ④ '세로 혁명' 韓 웹툰, 유럽 만화시장 판 바꾼다

올해부터 프랑스 만화 시장 공략 본격화

디지털만화 비중 2~3% 불과한 신흥 시장

빠른 이야기 전개, 풀컬러 제작 방식 강점

유럽 안착 위해 '대박' 작품 꾸준히 나와야

[그래픽=임이슬 기자]

2021년은 ‘K콘텐츠’의 해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발이 묶인 전 세계인을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주요 국가에서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다. K팝에선 방탄소년단(BTS)이 활약했고, 영화 부문에서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PC·스마트폰으로 보는 세로 형식의 디지털 만화 ‘웹툰’의 선전도 빼놓을 수 없다. 만화 종주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카카오와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웹툰 앱이 나란히 매출 1·2위(비게임 앱 기준)를 기록했다. 인기작을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로 제작해 달라는 해외 팬들의 요구도 빗발쳤다. 만화 ‘슈퍼맨’ ‘배트맨’ 등으로 유명한 미국 DC코믹스가 국내 웹툰 플랫폼에 협업하자며 먼저 손을 내밀 정도다.
 
2022년에도 한국 웹툰의 성장이 기대된다. 유럽 시장 공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만화 앱 ‘픽코마’를 서비스하는 카카오재팬은 사명을 카카오픽코마로 바꾸고 프랑스 진출을 선언했다. 네이버웹툰은 2019년부터 스페인어와 프랑스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1년부터 독일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프랑스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종이 만화 시장으로 손꼽힌다. 2020년 프랑스 만화 시장 규모는 미국과 맞먹는 수준인 5억9100만 유로(약 7900억원)에 이른다. 한 해 판매되는 종이 만화책은 약 5000만부로, 2016년 4000만부에서 1000만부 늘었다. 그러나 프랑스 출판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인 웹툰이 차지하는 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는 한국의 20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웹툰 기업들이 침투할 여지가 많은 ‘태동기’ 시장이라는 의미다.
 

한국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제작 청원이 20만건 넘는 동의를 받았다. [사진=체인지닷오알지 갈무리]

현재 프랑스에선 한국 계열인 웹툰 플랫폼 ‘웹툰 라인(네이버·라인)’, ‘델리툰(키다리 스튜디오)’와 현지 업체가 세운 ‘웹툰 팩토리’ ‘베리툰’ ‘이즈네오’ 등이 경합하고 있으나 아직 독보적인 1위 업체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카카오픽코마도 경쟁에 합류한다.

 
한국 웹툰은 주간 연재, 회차 방식 기반의 빠른 이야기 전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만화 연출 기법 등이 강점으로, 프랑스에서도 흥행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종이 출판 만화가 흑백 위주인 것과 달리 한국 웹툰은 색이 배합된 풀컬러 방식으로 제작되는 점도 현지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솔 네이버웹툰 프랑스사업팀장은 “한국 웹툰은 작은 화면에서 감정과 시간 흐름 등을 표현하는 다양한 기법이 고도로 발달돼 있다”며 “한국 웹툰은 언어와 문화 장벽을 넘어 유럽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국 웹툰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인기 있는 큰 작품이 나와줘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프랑스에선 베리툰이 유통하는 한국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행본이 네 권째나 발행될 정도다. 이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달라는 해외 팬의 청원은 20만건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그래픽=임이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