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백신 미접종자 받는 식당은 '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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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준 기자
입력 2021-12-2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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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당국이 내놓은 방역패스, 미접종자 차별 논란 만들어

  • 미접종자 출입 가능 여부 알리는 카페, 리스트 이어 지도 등장

  • 법적으로 손님 거부하는 업주 처벌 어려워...정부 "삼가 달라"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기 위해 마련한 방역패스 제도가 차별 논란을 만드는 모양새다. 일부 식당들이 백신 미접종자를 받지 않자, 이러한 식당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 SNS 계정에 이어 지도까지 등장했다.
 

지난 12월 1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백신 미접종 시민이 'QR체크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방역패스 제도를 두고 미접종자들 사이에서는 ‘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방역패스란 백신 접종 완료자나 PCR검사 결과 음성이 확인되는 사람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16곳 입장이 가능하도록 만든 방역 조치다. 방역패스 위반 시 업주는 최대 300만원 과태료와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일부 식당 업주들은 처벌 위험 부담을 덜기 위해 방역패스 확인 절차를 생략하고 아예 미접종자 출입을 금지했다.

이에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에 반발심을 표했다. 백신 미접종자인 50대 A씨는 “가족끼리 식당을 방문해도 거부당할까봐 걱정이 앞선다. 입장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이 미접종 사실을 알게 될 것 같아서 괜히 눈치도 보인다. 미접종자를 거부하는 식당은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신 1차 접종까지 마친 20대 B씨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려고 번거롭더라도 삼일에 한 번꼴로 검사하거나 식당을 방문하기 전날은 꼭 검사를 하고 음성임을 확인받고 이용을 하고 있다. 이런 절차에서 문제가 없는데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행동은 되레 미접종자들이 해당 식당을 차별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미접종자를 거부한 식당 명단을 정리한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다. SNS에는 미접종자 출입을 거부하는 식당을 알리는 계정도 등장했다.
  

[사진=미접종자 식당 가이드 캡처]

최근에는 ‘미접종 식당 가이드’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해당 사이트는 지도에 백신 미접종자를 받는 식당을 ‘친절 식당’으로, 거부하는 식당을 ‘거부 식당’으로 표기한다. 백신 미접종자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인 ‘궁금 식당’도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미접종 식당 가이드에 등록된 가게는 1093곳이다. 이 중 친절 식당은 370곳, 거부 식당은 657곳, 궁금 식당은 66곳이다. 각 식당은 전국 곳곳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제보해 선정된다. 

해당 사이트는 이용자 2만명, 조회수 12만건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전날부터 이날까지는 한때 이용자가 몰리자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한 이용자는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다. 서버가 다운되는 것 자체가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미접종 식당 가이드’ 개발자는 “최대한 정상 운영을 목표로 노력하겠지만 솔직히 당분간 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을 거라고 장담 드리지 못할 것 같다”고 안내했다.

이어 “아직 학생 신분이고 주어진 예산이 한정돼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팀원이 없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라면서도 “많은 분께서 걱정하시는 외압에 의한 서비스 중단이나 포기 등은 없을 거라고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개발자는 ‘미접종 식당 가이드’ 목적이 정치나 사회적 갈등 조장으로 이익을 보려는 행위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개발자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는 학생으로 단지 나의 앱과 프로그램, 서비스가 다른 이에게 즐거움과 편의를 주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고객과 업주가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식당 백신패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자 하는 단순한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전했다.
 

12월 21일 인천의 한 대형 카페에서 관계자가 오후 9시가 지나자 영업을 종료한 뒤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법상 업주가 나이‧직업 등을 기준 삼아 특정 손님 입장을 거부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업주가 헌법 15조에 따라 영업의 자유를 보장받기 때문이다.

반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노키즈존을 운영하던 제주도 한 음식점 업주에게 ‘노키즈 방침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특정 손님을 배제하는 행위를 비판한 바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날 미접종자 입장을 거부한 다중이용시설에 대해 “(입장 제한 조치를) 가급적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손 반장은 “감염병예방법상의 처벌 근거는 없지만 '노키즈존', '애완동물 동반입장 금지' 등과 함께 범용적인 차별에 대한 부분에 있어 (법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반장은 방역패스에 대해 “미접종자가 감염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취지를 이해해 달라. 18세 이상 미접종자는 7%밖에 되지 않지만, 코로나19 사망자의 52% 안팎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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