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아르누보 화가, 알폰스 무하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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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1-1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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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박물관. 알폰스 무하의 작품을 감상하는 방문객[사진=기수정 기자]

유럽인들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의 기간을 ‘벨 에포크(Belle epoche)’라 부른다.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뜻이다. 벨 에포크의 정점인 1900년 파리에서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6개월간 1억명이 넘는 여행객이 파리로 몰려들었다. 

박람회가 열리는 전시장 주변 곳곳에는 공연 포스터는 물론, 상품을 광고하는 포스터까지 넘쳐났다.

이런 수많은 포스터의 스타일을 장악한 이가 있었다. 바로 체코 아르누보 화가인 알폰스 무하(Alphose Mucha·1860~1939)였다.

무하는 벨 에포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박람회가 열리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무작정 파리로 넘어와 혹독하게 시린 겨울을 보내야 했던 체코의 청년일 뿐이었다. 타국에서 외롭고 궁색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던 무하는 하루아침에 일약 스타가 됐다. 여기저기서 밀려드는 포스터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배경은 이랬다.

1894년의 파리, 크리스마스 연휴에 혼자 텅 빈 작업실에서 언 손을 비비고 있던 무하에게 인쇄소 매니저가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당대 최고의 인기몰이 연극배우 사라 베르나르가 주연하는 ‘지스몽다(Gismonda)’의 포스터를 그려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포스터는 연휴 중에 인쇄를 돌려 새해 첫날 아침부터 파리 거리를 도배하듯 붙어 있어야 했지만, 이미 제작된 포스터는 사라에게 퇴짜를 맞은 상태였고 다른 후보 디자이너들은 모두 휴가 중이었다.

그렇게 우연히 무명의 청년 화가 무하는 감히 꿈도 못 꾸던 사라 베르나르를 그릴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됐다. 

1895년 새해 첫날. 시내 곳곳에 무하의 포스터가 걸렸다.

양단으로 만든 가운에 난초 머리장식을 하고, 한 손에는 야자수 나뭇가지를 쥔 채 서 있는 여배우 사라의 모습이 담겼다.

사라는 포스터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전속 계약을 하기에 이르렀다. 무대 의상부터 디자인까지 모두 그에게 맡길 정도로 신뢰했다. 사라의 유명세에 비례해 무하도 순식간에 이름을 떨치게 됐다.

아르누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작가 알폰스 무하의 저택, 그리고 그의 작품을 체코 프라하에서 마주할 수 있다. 그의 자취는 이곳 프라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영국영사관으로 쓰이던 무하의 저택에는 그의 유작이 보관됐다. 이곳은 증손자 마르쿠스 무하가 거주하며 관리 중이다. 알폰스 무하의 절친 '고갱'이 익살스런 모습으로 피아노를 치는 사진도 이목을 끌었다.

프라하에는 무하 박물관도 있다. 무하의 작품들을 한 대 모아 프라하에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선보이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그림뿐 아니라 책 표지, 가구 문양, 지폐 등 무하 스타일을 대표하는 여러 작품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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