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판이 바뀐다] 디폴트옵션 도입으로 퇴직연금 '머니무브' 가속화…변수는 고용노동부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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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1-12-0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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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퇴직연금 사전지정 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이 확실시되면서 연금시장의 '머니무브'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 보장형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인 실적배당형으로 머니무브가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디폴트옵션 도입이 머니무브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사적 연금 시장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의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1조2000억원 감소한 22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원리금보장상품의 규모가 감소한 것은 역대 최초다. 반면 같은 기간 실적배당형의 규모는 27조4000억원에서 34조5000억원으로 7조1000억원 증가했다. 자금이 원리금 보장형에서는 유출되고 있지만, 실적배당형으로 쏠리는 '머니무브'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실적배당형으로 자금이 쏠리는 배경에는 수익률 차이가 자리한다. 상반기 기준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8.7%를 기록한 반면 원리금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1.06%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연금시장 머니무브는 디폴트옵션 도입이 확정됨에 따라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별도의 운용 지시가 없어도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방식으로 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만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타깃데이트펀드(TDF)·타깃인컴펀드(TIF) 등 '라이프사이클펀드'에 자금이 집중적으로 몰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라이프사이클펀드는 은퇴 시기가 많이 남은 젊은 가입자의 자산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은퇴 시점이 근접하면 채권 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과 함께 안정성도 챙길 수 있는 펀드여서 최근 퇴직연금 펀드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중이다.

라이프사이클펀드 역시 최근 자금을 쓸어모으는 중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라이프사이클 펀드의 순자산은 9조6098억원으로 연초 대비 3조2675억원 증가한 상태다. 연초 대비 수익률도 6.91%로 국내주식형 펀드 평균(2.99%)을 2배 이상 상회한다.

이밖에도 혼합형펀드와 단기금융펀드(MMF), 부동산인프라펀드 등이 디폴트옵션 도입 개정안에 예시로 포함됐다. 국내 연금 가입자들의 자금이 이 펀드들에 분산 투자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펀드로도 머니무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사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가입자들이 자발적으로 실적배당상품 투자를 함으로써 증권사로 머니무브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디폴트옵션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도입된다"며 "연금을 저축하는 것이 아니라 운용하는 개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퇴직연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연금사업자들도 가입자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점유율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며 "일부 금융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퇴직연금 수수료 무료 정책이 확산되는 등 연금시장에서의 가입자 지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다만 실제 머니무브의 발생 가능성은 고용노동부 시행령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 성공하긴 했지만 가입자들에게 제시하는 방법 등은 고용노동부 시행령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시행령에서 정해지는 방식으로 상품별 투자비율 등이 가입자에게 제시되는 만큼 내년 6월 제도 개편 전 발표되는 시행령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퇴직연금 상품의 수수료도 주요 변수다. 개정안이 퇴직연금 사업자에 대해 수수료 산정 의무를 부과할 방침인 만큼 수수료에 따라 액티브와 패시브 비율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운용사가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조정하는 액티브 비율이 높을수록 수익률은 증가하지만 이에 따라 수수료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별 수수료는 통상 패시브가 0.5%, 국내 액티브가 1.0%, 해외 액티브가 2.0% 수준"이라며 "지나치게 낮은 수수료가 의무적으로 부과된다면 운용사 입장에서도 퇴직연금을 패시브 위주로 운용할 수밖에 없다. 수익률도 기존 전망대비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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