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공약 숨은 1인치 ③사라진 재정추계>
  • 李·尹, 누가 당선돼도 수백조 예산 투입 전망
  • 공약 집행 위한 재원 조달 방안에는 '물음표'
  • "양당 간 돈 쓰기 경쟁 더욱 심화할 것" 우려
  • '공약 예산 추계 제도' 도입 목소리 커지기도
"사라진 재정추계를 찾습니다." 또 빈칸이다. 대선판에 현금살포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이 난무하지만, 여야 후보들 공약엔 비용 추계서가 없다. 수백조원의 재정 투입만 강조할 뿐, 재정 추계서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59조원)과 기본대출(300조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약속한 소상공인 지원(50조원)만 합산하더라도 400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 내년도 예산(607조7000억원)의 3분의 2가량이다.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든 수백조원의 예산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공약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에는 물음표가 찍혔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해 제시한 국토보유세 신설은 반대 여론에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윤 후보가 언급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도 국회의 여대야소 지형상 쉽지 않아 보인다. 거대 양당 대선 후보 모두 뚜렷한 미래 구상 없이 현금 살포만 약속한 셈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정 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졌다. 그간 꾸준히 거론된 '공약 예산 추계 제도' 도입은 요원하기만 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李 '기본시리즈', 필요 예산만 400조 육박

5일 여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대표 공약인 기본시리즈(기본소득·기본대출·기본주택) 공약 추진을 통해 사회 양극화와 불공정 문제를 완화하고 전 국민에게 사회적 기본권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1인당 최소 25만원에서 최대 100만원, 19~29세 청년을 대상으로는 최소 12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지급할 계획이다. 5200만명을 넘긴 국내 인구를 고려하면 기본소득 정책에만 최소 18조원에서 최대 59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후보는 정부 차원의 대출 정책인 기본대출도 마련, 소득과 신용도와 무관하게 국민이면 누구나 1000만원까지 3%대 이자율로 최대 20년 동안 빌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본대출 시행에 소요될 예산은 구체적인 대상이나 이율 등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리 추산하기 어렵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000만명에 이르는 경제활동 인구수만 대출 대상으로 한정하더라도 최대 300조원의 재원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기본주택(무주택자면 누구든 건설원가 수준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공급에는 최소 44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이 후보는 60조원에 이르는 기본소득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라는 목적세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 측에서는 국토보유세를 신설, 현행 0.17% 수준인 실효 보유세를 1%대로 높이면 30조원의 세수 확보가 가능하다는 추산을 내놨다. 기업을 대상으로는 탄소세를 부과해 재원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 후보는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토보유세 신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센 데 대해 "국민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은 합의 없이 할 수 없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동의하면 하고, 동의 안 하면 안 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가 국민 여론에 부딪혀 국토보유세 도입을 실제로 철회할 경우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이 후보는 기본대출에 대해서는 함께 공약한 기본저축을 재원으로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기본저축은 국민 모두를 대상으로 일반 예금보다 금리가 높고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한도로 낼 수 있는 제도다.

이 후보는 지난달 대구 경북대를 찾아 강연하며 관련 비판에 "기본소득은 그 자체가 돈이라 재원이 상당히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기본금융은 조금 든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8일 오전 SBS D 포럼 '5천만의 소리, 지휘자를 찾습니다'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50조 던진 尹도 마찬가지···법통과 막은 국회는 공범

윤 후보도 당선되면 취임 100일 내에 자영업자 피해 보상에 50조원을 쓰겠다는 구상을 밝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윤 후보는 최대 43조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 정부 방역 수칙에 따른 규제 강도와 피해 정도를 고려해 가계당 최대 50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한 해 예산의 10%가량을 단기간 한 분야 정책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라며 거센 질타를 내놨다. 더욱 큰 문제는 윤 후보가 뚜렷한 재원 마련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줄 잇자 국민의힘에서는 국채 발행이나 추경 편성 등을 통해 공약 실천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국민의힘으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더라도 국회 의석 300석 가운데 169석을 민주당이 차지한 현재의 여대야소 지형에서 야당 측 주장이 실현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힘은 그간 문재인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에 긴축재정을 주장하며 줄곧 반대해왔다.

여도 야도 대선용 선심성 공약만 쏟아낼 뿐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법은 제시하지 못하면서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

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코로나를 겪으며 다들 정부가 부채를 끼고 돈을 쓰는 부분에 무뎌진 것 같다"며 "특히 (정치권이) 기획재정부에 대해 대놓고 비판하면서 기재부도 많이 위축됐다. 양당이 돈 쓰는 것에 대해서는 역대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양당 간 돈쓰기 경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약 예산 추계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주목받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공약 예산 추계를 시도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제동으로 실패했다. 선관위는 당시 기재부에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유권 해석을 내렸다. 이후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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