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반도체를 핵심 산업으로 지정하고 공급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프라’라고 칭한 반도체는 현대 사회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며 인류가 편리하게 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은 ‘더 얇고, 더 높고, 더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한창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이 주축이 되는 미래에는 데이터를 빠르게, 많이 전송할 수 있는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나노미터’의 세계, “더 얇은 회로를 그려라”
반도체에 회로를 더 얇게 그리는 초미세 공정 경쟁은 10억분의1m에 해당하는 ‘나노미터(nm)’ 단위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내년 3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이미 2나노 공정에 가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Gate All Around) 기술 기반의 2나노 공정을 2025년께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인텔은 이보다 앞서 2나노 수준에 해당하는 ‘20A’ 공정을 2024년에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고 TSMC도 같은 해에 2나노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돼 3사의 ‘초미세 경쟁’에 불을 붙일 전망이다.

이들 기업은 정보처리 속도를 빠르게 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더 미세한 공정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D램에서도 미세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은 그간 내부 구조가 복잡해 EUV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추가적인 성능 향상을 위해 EUV 공정을 도입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EUV)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모바일 D램 양산에 성공했다. 이어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 10나노급 D램에 EUV 공정기술을 적용한 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등 초미세 공정의 영역에 발을 디뎠다.

SK하이닉스의 경우 향후 4세대(1a) D램의 모든 제품을 EUV 공정으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EUV 장비 도입에 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2D에서 3D로...“더 높게 쌓아라”
수평구조의 셀을 수직으로 쌓아 저장용량을 늘리는 3차원 낸드플래시는 ‘고단 적층’이 핵심이다. 더 많은 층을 쌓으면 그만큼 더 많은 데이터 저장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업계 최고층인 176단 512Gb(기가비트) TLC(Triple Level Cell) 4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바 있다.

3세대 4D 제품인 176단 낸드는 이전 세대보다 35% 이상 향상된 비트 생산성, 20% 빠른 읽기 속도를 보유한 게 특징이다.

지난 2013년 수직으로 쌓아 올린 ‘V 낸드’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삼성전자는 최근 200단 이상의 8세대 V낸드 동작 칩을 확보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D램 분야에도 칩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 있다. TSV(Through Silicon Via)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공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의 4세대 모델인 HBM3 D램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높였다.

24GB 용량을 구현하기 위해 SK하이닉스는 단품 D램 칩을 30마이크로미터(μm, 1μm=100만분의1m) 높이로 갈아낸 뒤 이 칩 12개를 수직 연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9월 산업용 AI 전문회사 ‘가우스랩스’를 출범시켰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가우스랩스는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 혁신이 목표다.

SK하이닉스는 향후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AI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의 지능화·최적화를 이루겠다는 전략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176단 4D 낸드 기반 512Gb TLC. [사진=SK하이닉스] 

인간 두뇌에 가까운 반도체를 위해...“더 새롭고 특별하게”
반도체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 미세화·고층화 경쟁이 한창이지만 물밑에서는 차세대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는 초미세 공정 이후 서로 다른 기능의 반도체를 결합하는 게 성능 개선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갖춘 반도체가 차세대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산 작업에 필요한 프로세서 기능을 탑재한 메모리반도체인 PIM(Processing-in-Memory), 인간의 신경망과 유사한 방식으로 연산 기능을 수행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메모리·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모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D램 모듈에 AI 엔진을 탑재한 AXDIMM △모바일 D램과 AI 기능을 결합한 LPDDR5-PIM △초고성능 인공지능 메모리 솔루션 HBM-PIM 등을 통해 메모리·시스템 반도체의 융·복합화를 주도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기기 자체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산하는 ‘온디바이스(On-Device) AI’ 기능, 전통적인 컴퓨터 구조를 탈피해 인간 두뇌에 가까운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논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 출시한 프리미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100’은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크게 강화된 게 특징이다.

3개의 차세대 NPU 코어, 불필요한 연산을 배제하는 가속기능 설계 등을 통해 초당 26조번 이상의 AI 연산 성능을 확보했다.

단말기 자체에서 고도의 AI 연산이 가능해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고 네트워크가 지원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안정적인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인텔의 로이히(Loihi),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등 뉴로모픽 반도체가 소개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과 함께 뉴로모픽 반도체에 대한 미래 비전을 제시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논문은 함돈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펠로 겸 하버드대 교수,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 황성우 삼성SDS 사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필했다. 지난 9월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게재되기도 했다.

뇌 신경망에서 신경세포(뉴런)들의 전기신호를 측정해 뉴런 간 연결 지도를 복사하고 그 지도를 메모리반도체에 붙여넣는 방식으로 뇌의 고유 기능을 재현하는 뉴로모픽 칩의 기술 비전이 제시됐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3월 국제전기전자학회(IEEE)의 국제신뢰성심포지엄(IRPS)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뉴로모픽 반도체와 DNA 반도체 등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포스트 폰 노이만 시대의 컴퓨팅 메모리 기술은 뉴로모픽 반도체로, 스토리지 기술은 DNA 반도체와 같은 형태로 통합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를 통해 최소한의 전기 에너지만으로도 초고속 연산과 저장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뉴로모픽이 차세대 반도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라고 본다. 그러나 기존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이 어렵고, 매우 복잡한 작동 원리를 하나의 통일된 체계로 구현해내는 게 도전적인 과제라는 점에서 아직까지 풀어가야 할 숙제가 많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뉴로모픽 관련 이미지.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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