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지옥'은 어떻게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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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1-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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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 기록한 '지옥' [사진=넷플릭스]

전 세계 K콘텐츠 바람이 불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시작으로 '마이네임' '지옥'까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은 공개 직후 71여 개국 넷플릭스 TOP10 리스트를 강타하며 '한류 열풍'을 실감하게 했다.

'지옥'은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만든 동명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지난 11월 24일 넷플릭스 TOP10 웹사이트에 따르면 '지옥'은 넷플릭스 글로벌 TOP10 TV(비영어) 부문 정상을 차지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시청 시간을 집계한 것으로 '지옥'은 공개 후 3일 동안 4348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한국은 물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자메이카, 나이지리아 등 총 12개국에서 TOP10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인도, 미국, 프랑스, 독일 등 59여 개국에서 TOP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신드롬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넷플릭스 TOP10 웹사이트는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들이 사랑하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 웹사이트로 지난 17일 신설됐다. 태평양 표준 시 기준 매주 화요일(한국 시간 수요일 오전 5시) 작품별 콘텐츠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전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한 주 동안 전 세계 회원들이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 10선을 공개한다. 영어권과 비영어권, 영화와 TV로 구분되며,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등 90여 개국의 국가별 인기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다.

'지옥'은 정식 공개 전부터 국내외 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부산행'으로 이미 전 세계를 매료시켰던 연상호 감독과 넷플릭스의 협업, 토론토국제영화제, BFI 런던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일부 상영되며 일찌감치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서 K콘텐츠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기에 더욱더 높은 화제성을 자랑했다.
 

'지옥'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 [사진=넷플릭스]

연상호 감독은 아주경제와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1위라는 소식에 얼떨떨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연 감독은 "'지옥'이 공개되던 날, '한국에서 2위 정도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다. 오후 11시쯤에 콘텐츠 순위가 업데이트되는데 2위 아닌 1위로 시작해 놀라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더라. 다음날 제작사 대표부터 여기저기에서 '글로벌 1위' 소식을 전해주었고 솔직히 어리둥절했다. 당혹스럽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지옥'은 지난 2019년 8월 원작 웹툰이 네이버에서 연재되었을 당시에도 9.79점의 높은 평점을 자랑하며 마니아층을 이뤘던 작품이다. 원작을 만든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시리즈의 공동 각본을 맡으며 원작의 세계관을 영상으로 완벽히 구현해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이 글로벌한 반응을 끌어내는 건 "보편적 주제에 관한 공감과 고민"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무래도 '지옥'의 이야기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적 주제를 가지고 있지 않나. 죄와 벌, 삶과 죽음에 대한 공감과 고민은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10여년 간 한국 영화·드라마 등이 쌓아온 신뢰가 쌓여 지금의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지옥'은 지옥행 고지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끌었고 회를 거듭할수록 삶과 죽음, 죄와 벌, 정의 등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안겼다. 탄탄한 원작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한 연상호 감독, 최규석 작가의 협업도 큰 몫을 했다. 또 연 감독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더욱더 생생하게 그려낸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지옥'의 흥행 요소로 꼽히고 있다.

'지옥'의 세계적 관심은 원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지옥' 원작 도서를 출간한 출판사 문학동네는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헝가리, 대만, 태국, 브라질, 러시아까지 세계 11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짱구는못말려'를 출간한 만화출판사 후타바샤가 '지옥' 일본어 판권을 사들여 일본판을 출간했고, '헬보이' '씬 시티' 등 오리지널 출판사인 미국 다크호스코믹스는 영어권 월드와이드 출판을 맡기로 했다.
 

넷플릭스 '지옥' [사진=넷플릭스]

작품의 뜨거운 인기에 시즌2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

연 감독은 "시즌2는 내년 하반기에 만화로 먼저 나올 것 같다. 사실 최 작가와 '시즌2는 5~6년이 걸리더라도 준비가 되고 여유가 있을 때 하자'고 말했었는데, '지옥' 반응이 좋다 보니 욕심이 생기더라. 사람들에게 잊히기 전, 여운을 가지고 있을 때 나와야 작품과 시청자 모두에게도 좋지 않겠느냐고 의견 나누었다"라며 시즌2는 웹툰으로 먼저 제작된다고 알렸다.

영상화에 관해서는 "작품 공개 후에는 넷플릭스와 만난 적이 없어 시즌2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라며 "'지옥'은 만화가 원작이고 지식재산권(IP)은 나와 최 작가에게 있다. 넷플릭스는 영상화 우선권을 가지고 있지만, 시즌2를 안 하겠다고 하면 다른 플랫폼을 통해 영상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옥'은 다음 시즌 역시 넷플릭스와 작업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옥'이 연일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연 감독의 차기작인 SF 영화 '정이'도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있기 때문. 연 감독은 "자유로운 기획이 가능하고,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동시 공개하고 반응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라며 넷플릭스와 협업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0여년간 한국 콘텐츠가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흥행세를 얻고 있는 '지옥', 앞으로 어떤 새 기록들을 써 내려갈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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